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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 '삼바 회계사'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회계사기 사건의 전모가 대부분 드러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워낙 전문적이고 복잡한 사안이라 회계를 잘 알지 못하는 이, 관련 뉴스를 지속적으로 따라온 이가 아니라면 사건의 전모와 의미를 꿰기 어렵다. 개별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사건의 본질을 짚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지난 달 30일 이 문제를 꾸준히 공론화하고 추적한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공인회계사)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카페에서 만나 본질을 중심으로, 최대한 간략히 이번 사건을 되돌아봤다.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통상적인 인터뷰 형식 대신, 김경율 소장의 설명을 재정리했다.

생명 막히니 물산으로... 삼바 사건의 출발

삼바 회계사기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2014년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다급해졌다. 삼성그룹을 물려받으려면 삼성전자를 소유해야만 한다. 이 부회장이 어떻게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해야 3세 승계 구도가 완성된다.

참여연대가 과거 좌담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래 목표는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였다. (☞관련기사 : 삼바 분식과 이재용의 이익, 계산해보니...) 이 당시 실질적 지주사였던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도 삼성생명 지분 20.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를 갖고 있었다(2019년 7월 현재 7.9%). 삼성물산도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손쉽게 지배한다면, 삼성전자 지배력도 굳힐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쓸 수 없게 됐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금산분리 원칙이 강화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지분율 약 6.8%)을 5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였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매각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이면 지배력이 더 확고해 진다. 당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게 필요하다.

이 같은 배경에서 삼바 사건의 핵심 시기인 2015년이 닥친다. 2015년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핵심적인 이슈가 집중된 해다.

▲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카페에서 삼바 사건을 정리하는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삼바 부풀리기로 '이재용의 삼성물산' 만들기

2014년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은 이 해 합병을 앞두고 있었다. 두 회사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해 개별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삼성물산의 덩치는 자산 기준 29조5000억 원, 제일모직은 9조5000억 원 수준이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다. 그런데 두 회사 간 합병 시 주식 가치는 1(제일모직)대 0.35(삼성물산)였다. 제일모직의 주식 가치가 삼성물산의 3배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제일모직은 2011년 출범한 삼바의 모회사다. 삼바는 반도체에 이어 삼성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는 명목 하에 출범한 회사다. 삼바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제조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모회사였다. 이 부회장-제일모직-삼바-에피스의 지분 구조다. 이 지배구조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역전된 기업가치평가의 핵심 이유다.

안진회계법인이 삼바의 기업가치를 19조3000억 원으로 평가한다. 삼정회계법인은 18조4900억 원으로 평가한다. 미래가치에 두드러진 평가를 해 이 같은 덩치 부풀리기 결과가 나왔다. 삼바의 기업가치가 크다면, 모회사인 제일모직 가치도 커진다.

2015년 5월,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삼바 가치를 기준으로 제일모직이 지닌 삼바 지분의 가치를 각각 8조9400억 원, 8조5600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진회계법인이 계산한 제일모직 1주당 가격은 15만8090원, 삼정회계법인이 계산한 주당 가격은 14만6971원이었다. 안진회계법인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38로, 삼정회계법인은 1대 0.41로 각각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최종 결정된 합병비율이 1대 0.35다. 두 회계법인의 이상할 정도의 삼바 고평가가 아니었다면 두 회사 간 합병비율이 이처럼 정해질 리 없었다. 훗날 이 과정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뜻에 따라"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했음이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이 이상한 합병은 이뤄질 수 없었다. 합병 전 국민연금은 지분 11%가량을 보유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다.

이 비율에 따라 2015년 7월 17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의된다. 이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7.2%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건희 회장 지분 2.9%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 지분을 더한 총수 일가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율은 30%를 넘어서게 됐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 4.4%(2019년 7월 현재)와 삼성생명 지분 7.9%를 더해 안정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게 됐다.

부풀리기의 덫: 콜옵션 부채

결국 모든 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흐른 거짓이었음이 훗날 입증된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결정된 후인 2015년 8월 말, 안진회계법인은 통합 삼성물산 회계장부 작성 시 삼바 기업 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한다. 한 회사 평가가치가 불과 3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오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기업가치를 일시적으로 부풀렸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심증이 굳어지는 문서가 훗날 공개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7일 삼바 내부 문건을 공개해 삼성 측이 삼바 가치를 뻥튀기했으며,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조치였음을 밝힌다. 제일모직 주식 가치를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삼바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삼바와 함께 에피스를 만든 바이오젠은 에피스 주식 49.9%(50%-1주)에 관한 콜옵션(정해진 시기 이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을 갖고 있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삼바는 정해진 가격에 에피스 지분 절반을 넘겨야 한다. 이제 합병을 위해 인위적으로 부풀린 에피스의 가치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에피스와 삼바 가치가 부풀어오른 덕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배력을 갖게 됐다. 그런데 에피스 가치가 부풀어 오른 만큼, 콜옵션 잠정 손실액은 더 커진다.

2015년 10월, 안진회계법인이 평가한 에피스 가치는 5조3000억 원이다. 즉, 바이오젠이 매수할 수 있는 에피스 지분 49.9%의 가치는 2조6500억 원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삼바는 2조6500억 원짜리 지분을 7595억 원에 팔아야 한다. 1조8000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훗날인 2018년 6월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삼바는 장부상 손실충당금을 쌓아둬야 한다. 이는 대차대조표에 고스란히 부채로 들어오게 된다. 2015년 삼바의 순자산가치는 3000억 원대에 불과했다. 결국, 콜옵션 부채로 인해 삼바는 완전자본잠식(자기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은 차입금 연장이 어려워진다. 신규 대출도 불가능해진다. 상장 유지도 어렵다. 사실상 식물 기업이 된다. 삼바는 앞서 삼성물산 합병 시 고의적으로 콜옵션의 존재를 숨겼다고 참여연대는 판단한다.

▲ 박용진 의원이 처음 공개한 삼바 내부 문건의 일부. "중요 이벤트"를 만들어 에피스를 삼바의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떼놓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김경율 제공

회계기준 변경: 자본잠식 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변신하는 마법

삼성은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이를 위해 내놓은 해결방안이 삼바-에피스 회계기준 변경이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내부 문건을 보면, 당시 삼성은 내부적으로 세 가지 대응책을 모색했다. 하나는 과거 계약서 소급 변경이다. 다른 하나는 에피스 회사 가치를 기존의 절반 정도로 줄여, 콜옵션 손실 규모도 줄임으로써 삼바의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방안이었다. 둘 다 불가능했다. 계약서 변경은 국내 기업에나 통할 일이지, 바이오젠이 들어줄 리 만무하다. 에피스 가치를 줄인다면 역시 삼성물산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 흔들린다.

유일한 방법이 회계기준 변경이다. 에피스를 삼바의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떼어내는 것이다. 당시 내부 문건을 보면 "콜옵션 행사를 예상할 수 있는 에피스의 상장신청 등 중요 이벤트 필요"라는 내용이 나온다.

앞서 2015년, 삼성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에피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기업 지배 구조가 변화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삼바는 에피스의 모회사에서 관계사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삼바가 지닌 에피스 가치는 회계적으로 폭등한다. 관계사 지분은 취득원가(장부가, 3000억 원)가 아니라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삼바는 장부상 큰 이익을 얻게 돼, 잠식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이벤트가 실패한다. 이제 회계기준 변경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억지로 동원한 새로운 이벤트가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2종 국내 판매 승인 소식이다.

처음 참여연대와 삼성이 논쟁할 당시 삼성 측은 "유럽에서 두 종의 신약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내를 유럽으로 둔갑한 것도 잘못된 주장이었지만, 애초 복제약 제조사가 신약을 만들었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다. 지난달 30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검찰은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2013년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진작에 나온 이벤트를 새로 공개해, 이를 근거로 "에피스가 새 상품을 만들어 기업 미래 가치가 폭등함에 따라 지배력 변동이 일어나게 됐고, 이에 따라 에피스는 삼바의 관계사가 됐다"는 억지 주장을 만든 것이다(이 주장은 훗날 검찰 수사 결과 분식회계를 위한 거짓이었다고 김동중 삼바 전무가 밝혔다.).

삼바는 이 같은 논리를 근거로 2015년 11월, 에피스를 회계기준 상 관계사로 변경했다. 에피스 지분 90.3%를 갖고 있던 삼바가 지분율 변동도 없이 이 회사의 관계사가 됐다. 이에 따라 삼바가 지닌 에피스 지분 시장가격은 4조8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가치가 삼바 회계장부 상 이익으로 잡힘에 따라 삼바는 단숨에 완전자본잠식 위기에서 대규모 흑자사로 탈바꿈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 작업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일본을 다녀온 이 부회장이 입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법 영역에서 삼바 문제는 이제 시작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각종 특혜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결국 2017년 3월 30일, 금감원은 삼바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감리위 심의가 열리고 증선위 심의도 열렸다. 결국 2018년 7월 12일, 금융위는 제5차 증선위 심의 결과 삼바가 콜옵션 공시를 누락해 이 부회장 일가가 1조 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봤고, 국민연금은 2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밝히고, 삼바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 시기에 박용진 의원의 내부 문건 폭로가 이어지면서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결국 2018년 11월 14일, 증선위는 삼바의 콜옵션 누락-에피스 관계사 변경을 둘러싼 기업 가치 뻥튀기 의혹을 분식회계로 결론 내린다. 한국거래소는 곧바로 삼바 매매거래를 중지시킨다. 일주일 후 금융위의 삼바 고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되면서 해당 사건은 사법 처분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2018년 12월 10일, 한국거래소는 삼바 상장 유지와 주식 거래 재개를 결정한다. 전례를 찾기 힘든 결정이다. 2019년 5월 25일과 7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김태한 삼바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경영의 투명성, 기업의 지속성, 재무안정성 등 3가지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 삼바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한국거래소는 특별한 이유 없이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거래 중지 기간은 약 1년 정도였다. 그런데 삼바의 거래 중지 기간은 겨우 한 달가량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보통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기업이 가장 먼저 행하는 조치는 수정재무제표 공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기업 정보를 시장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공시를 잘 하면 죄과를 경감해주는 규정이 있을 정도다. 삼바는 수정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전례 없는 일이다. 현재 삼바 투자자는 회사의 정확한 재무 상황도 모르는 채 거액을 투자하는 셈이다.

분식회계가 일어났음은 증선위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이제 사법처리만이 남았다. 만일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를 위해 이 같은 광범위한 범죄 행위가 발생했다는 사법적 결론이 나온다면, 이 부회장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통합 과정에서 뇌물죄를 적용받긴 했으나, 분식회계 최종 책임자로서 재판받진 않았다. 아직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대희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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