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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사건, 이젠 한국 정부가 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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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사건, 이젠 한국 정부가 답할 차례"

<기고> 로버트 김의 사면을 지켜보며

미국에서 국가기밀을 한국정부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감됐다 풀려난 뒤 보호관찰 상태에 있던 로버트 김(64, 한국이름 김채곤) 씨가 최근 보호관찰에서도 풀려나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다. 김 씨가 지난 8월에 신청한 보호관찰 집행정지 신청을 미국 법원에서 이달 4일 받아들인 것이다.

자유의 몸이 된 김 씨는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고국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 씨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외교적 대응태도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래는 로버트 김을 후원하는 일을 해온 신기섭 시인이 김 씨의 자유 회복을 계기로 <프레시안>에 보내온 기고문이다. <편집자>

***'로버트 김 사건'에서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하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이 9년1개월의 긴 인고 끝에 자유를 되찾았다. 우리는 그가 자유의 몸이 됐다는 낭보에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10년 전 한미간에 발생한 불행한 로버트 김 사건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정부는 조국에 대해 조건 없는 헌신을 한 그를 외면하고 방치한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미래지향적인 한미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로버트 김이 신청한 보호관찰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미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 브링크마 판사가 10월 4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김이 한국에 건네준 서류는 미국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들"이라고 했던 언급은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미국 판사도 미국 안보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는 그만한 정도의 정보를 제공한 로버트 김이 어떻게 12년이라는 장기 형을 선고받았을까 하는 의문을 새삼 갖게 된다. 또 그런 중형이 내려지는 동안 한미간 군사협력과 외교의 주체인 한국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9년형에 3년의 보호관찰이라는 12년의 선고형량 중 2년11개월의 형이 감면된 것도 로버트 김 스스로가 쟁취한 것이다.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서 불쌍한 중남미 재소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모범수로서 인격적으로 스승 노릇을 하며 자신에게 부과된 과도한 형량에 대해 끊임없이 탄원하는 등 혼신을 다한 대가였다.

***'허울뿐인 한미 맹방'이 낳은 희생양**

로버트 김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한국정부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은 그의 표현대로 '가난한 친정을 걱정하는 애국심의 발로'에서였다. 그는 북한 등 국제정보 부족에 허덕이는 조국이 안타까워 자신이 속한 미 해군성이 보유한 강릉 잠수함 침투에 대한 북한 관련 정보 등 50여 건의 정보를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인 백동일 대령을 통해 조국에 전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그 무렵 북한 잠수함의 강릉 침투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자 백 대령은 사전에 북한 잠수함의 동향을 미국이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은 북한 잠수함이 좌초하기 1주일 전부터 그 항로를 추적하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로버트 김은"이런 정보가 영국이나 캐나다, 일본 등 다른 미국의 우방국가들에는 자동적으로 전달되는데, 정작 이해당사자인 한국에는 정보전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으니 이 문제를 개선하도록 상부에 직접 건의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따라서 유용한 군사정보의 교류가 한미간에 이뤄졌더라면 로버트 김이 범죄자라는 오명을 쓰고 인생의 황금기인 50대와 60대를 감옥에서 보낼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정보교류 부재에 따른 공백을 메워달라는 백동일 대령의 간곡한 호소에 마음이 움직인 로버트 김은 '미국의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료협조를 약속했던 것이다. 이는 한미관계가 겉으로는 허울 좋은 맹방이면서 실제 정보교류 시스템은 얼마나 미비했는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실례가 될 것이며, 로버트 김은 그 와중에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도움 받았다'고만 하면 나의 명예는 회복된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이후 감옥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지나치게 과도한 중형에 대해 항소하고 사면을 요청하는 한편, 한국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다. 고도절해에 갇힌 빠삐용 같이 눈물겹도록 외로운 10년 가까운 세월의 투쟁 속에서 그는 허연 백발의 노인으로 변했다. 그러나 정작 정보를 제공받은 수혜자이자 원인제공자인 한국정부는 "그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 연방정부의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스라엘 등 여타 국가들은 유사한 사례에 부닥치면 정부 차원에서 미 정부에 대해 사실을 사실대로 솔직히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면을 요구하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족들을 공공연히 돌보아주는데 유독 한국정부는 로버트 김에 대해 어떠한 감형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변호사비용 등으로 파산한 로버트 김의 가족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뜻있는 일부 국민들이 나서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을 보내주었을 뿐이다.

자신을 국가기밀누설죄에 간첩죄, 미국시민임을 선서해 놓고 미국을 배신한 죄까지 적용해 가중 처벌한 미국에 대해 로버트 김은 "조국에 대한 애정이 지금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배신은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자신을 도우려는 한국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조국의 발전을 위해 선진국인 미국을 용미(用美)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칫 자신의 사안에 대한 반응이 반미(反美)로 흐를 우려가 있는 점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에서 엘리트 교육과정을 거쳐 퍼듀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나사(NASA)를 거쳐 미 해군성에서 일하면서 실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은 공무원으로 신분과 정년, 퇴직연금이 보장된 이민 1세대였으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도 로버트 김은 자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에 대해 후회가 없다며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 나의 존재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국 국민의 동포애에 감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무책임한 한국정부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한국정부가 도움을 받았다고만 말하면 내 명예는 회복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말이 없다. 아직 나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앞으로 누가 조국에 헌신하려 할까?**

이제 한국정부는 그가 원하는 답을 해야 할 때다. 미국에서 법정 형기를 다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된 그에게 더 이상 한국정부는 그가 미국인이라는 핑계로 구차스럽게 책임을 방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이런 답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해외 교포들과 더불어 세계인으로 살아가는 오늘날 변혁의 시대에 우리 정부가 과연 국민이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주적인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라도 몸 바쳐 애국적인 헌신을 했는데도 한국정부로부터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할 것인가.

이 문제는 로버트 김에 대해 한국의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안아야 할 숙제이며, 이 숙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어 금명간 조국의 품에 안길 로버트 김이 조국의 청소년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인생설계가 그가 소망대로 성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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