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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는 전시"…2008 광주비엔날레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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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없는 전시"…2008 광주비엔날레 개막

'다양한 예술 융화' 화두로 광주 시내 5곳 동시 전시

2008 광주 비엔날레가 5일 개막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 9일까지 66일간 열린다. 전 세계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115개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연례보고(Annual Report)'다.

'주제 없는 전시회'…다양한 실험과 아이디어의 장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오쿠위 엔위저는 이번 전시의 특징으로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펼쳐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었다"면서 "지리적, 문화적으로 떨어져 있는 예술가들이 전시를 통해 융화를 이루어낸 점이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공동감독을 맡았던 신정아 씨가 학력 위조 논란으로 물러난 뒤, 1995년 광주 비엔날레가 시작된 이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총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요하임 숀펠트의 '네 음악가(Four Musicians(moo, roar, chee-ow, yeeeoh))' ⓒ프레시안

실제 전시장에도 '주제 없는 주제'의 분위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관계자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부터 주류에 이르기까지, 지역적인 것들에서 초국가적인 것들까지, 개인적인 것들로부터 집합적인 것들까지 동시대 세계 문화 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실험들의 네트워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성돼 '길 위에서(On The Road)'와 '제안(Position Papers)', 그리고 '끼워 넣기(Insertions)'로 나뉜다.

'길 위에서'는 2007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세계 곳곳에서 전시됐던 전시들에 대한 보고이고 '제안'은 한국과 미국,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5명의 큐레이터들이 독자적인 전시기획과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끼워넣기'는 새롭고 독립적인 프로젝트나 작품들로 올해 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기획되거나 초대된 작품이다. 세 개의 섹션은 공간별로 나뉘지 않고 다섯 개의 전시장에서 골고루 통합되어 전시된다.

한스 하케 등 유명작가와 제3세계 작품 공존

제1전시관의 첫 작품은 요하임 숀펠트(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것으로 소, 암사자, 독수리, 공작 등 박제된 동물이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놓인 조각이다. 바로 옆에는 고전동화 '브레멘의 네 명의 음악가'를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음악 연주가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의사 소통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착각'을 드러내고자 했다.

2전시관에서는 하얀 천이 바닥 위에서 물결치듯 흐르는 한스 하케(독일)의 '넓고 하얀 흐름'이 눈길을 끈다. 관람객은 몸이 공기의 흐름과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촉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1992년작 '빈민층(빈국)에서 부유층(부국)으로의 이동'에서는 낡은 소파와 베개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타린 사이먼의 '낯설고 은밀한 것들에 관한 미국의 목록'도 인상적이다. 점자책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보이>, 핵폐기물 저장소의 방사능 캡슐, 교회 모양을 한 미군 훈련소 등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접근이 불가능한 것들을 수집해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미국의 미묘한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취지가 잘 살아있다.
▲ 한스 하케의 '넓고 하얀 흐름(Wide White Flow)' ⓒ프레시안

3, 4, 5전시관에도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우발적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공동 전시에서 스웨덴 작가 니나 카넬은 '향수에 젖은 소의 경우'를 통해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사물들 간의 연계를 만들어 비선형적이고 비대칭적인 공동체의 느낌을 구현해 냈다.
▲ 니나 카넬의 '향수에 젖은 소의 경우(The Case of Homesick Cattle)' ⓒ프레시안

'제안' 섹션의 프란시스 알뤼스(벨기에)는 작품 '어떤 때는 시적인 활동이 정치적일 수 있고, 어떤 때는 정치적 활동이 시적일 수 있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을 가르는 '녹색선(Green Line)'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일상적이고 단순한 행위 근저의 거대한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를 표면으로 이끌어내는 데 관심을 가져온 그는 녹색선을 길거리에 만들며 경계를 탐방하는 자신의 모습을 역사적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 프란시스 알뤼스의 '어떤 때는 시적인 활동이 정치적일 수 있고, 어떤 때는 정치적 활동이 시적일 수 있다' ⓒ프레시안

또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의재 미술관, 대인시장, 광주극장 등 모두 다섯 곳에서 펼쳐진다. 예년과 달리 광주 시내 곳곳에 전시장을 만들어 사회문화 현장과의 예술적 관계망을 넓혀간다는 의도이다.

본 전시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고든마타-클락의 작품이 전시됐다. 주로 무너진 건물이나 잊혀진 폐허를 소재로 설치미술을 해왔던 그는 건물의 일부를 잘라낸 조각, 회화, 영상, 사진 등의 매체를 이용해 기존의 관례를 벗어난 '아나키텍처'라는 행위예술을 선보여왔다.

광주 동부에 위치한 의재 미술관에는 프란시스 고야를 떠올리게 하는 프라잇 소이(인도)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감옥에서의 미군의 학대와 공포를 담은 시리즈와 브루스 코너(미국)의 사진과 콜라쥬 등이 전시됐다. 대인시장에서는 '복덕방 프로젝트'를, 광주극장에서는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라이나 베르나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등도 놓칠 수 없다.

관람 시간은 매일 아침 9시에 저녁 6시까지이며 전시장간 이동의 편의를 위해 매일 1시간 30분 간격으로 8번 셔틀 버스가 운행된다.
▲ 대인시장 안의 한 점포에 뻥튀기로 만든 작품이 전시돼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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