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결의문]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를 내세우며 2001년 9월 24일 창간한 프레시안이 협동조합 언론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5월 3일 프레시안의 주주와 임직원은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기성 언론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예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 전환 결정은 한국 사회에서 프레시안의 존재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이뤄졌습니다.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폭로하고, 대안을 찾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애초 프레시안은 이런 척박한 언론 상황을 극복하는데 작은 불씨가 되고자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프레시안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70점 정도밖에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품위 있는’ 생존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프레시안은 진보, 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고서 만연해 있는 ‘기사 따로, 광고 따로’라는 편의적인 논리를 거부하며 논조와 일치하지 않는 광고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 결과 때로는 정부나 기업 측에서 일방적으로 광고를 끊기도 했고, 때로는 회유에 다름없는 광고를 자발적으로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지금 현재 프레시안을 뒤덮고 있는 선정적인 광고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또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페이지 뷰를 늘리고자 기성 매체 못지않은 이른바 ‘낚시’ 제목을 남발한 것 역시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꼼꼼한 취재와 비판적 성찰에 바탕을 두지 않은 거친 논리와 날선 주장의 기사 역시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프레시안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도 아닙니다.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을 고발해 오면서, 정작 프레시안에 근무하는 기자를 포함한 노동자는 장시간의 노동과 열악한 임금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프레시안은 이미 한참 전에 없어져야 할 기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현실과 타협하며 생존에 급급하기보다는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프레시안은 한국 사회에서 존재 이유가 있는가? 만약 존재 이유가 있다면, 프레시안의 지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또 그런 지향에 걸맞은 생존 방식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 바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입니다. 프레시안은 지난 12년간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한국 사회의 어떤 언론보다도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설파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가 어떤 시점보다도 더 중요해진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언론 생태계 속에서 이런 가치를 지향하는 언론이 살아남기는 불가능합니다. 애초 대안 언론을 표방했던 매체도 어느 순간 권력과 금력에 굴복했습니다.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습으로 전락했습니다. 앞에서 고백했듯이 프레시안도 이런 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언론 생태계의 등장은 꿈일 뿐일까요?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언론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새로운 언론을 꿈꾸는 독자, 필자, 노동자가 협동조합 프레시안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만들며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미래를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프레시안의 주주들이 기꺼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했습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수많은 개인, 공동체와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합니다. 지금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 즉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어느 언론도 가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 갑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이렇게 바뀝니다.

-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넓고 깊게 한국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는 대안 언론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뉴스를 반복하는 보도를 거부합니다.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시각에서 중요한 뉴스를 발굴하겠습니다. 기존의 뉴스 역시 이런 가치에 입각해서 넓고 깊게 재해석하겠습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천박한 반 교양주의에 맞서겠습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고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고민하겠습니다.

-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정치권력, 기업 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자와 기자가 주인’인 대안 언론입니다.

‘기사 따로, 광고 따로’라는 편의주의적인 대응을 거부합니다. 당장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1만 명이 되는 순간 선정적인 광고를 싣지 않겠습니다. 프레시안의 지향과 어울리지 않는 광고 및 협찬을 거부하겠습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특정 정치 세력의 눈치를 보는 일 따위도 없습니다. 대신 건강한 대안 정치 세력의 목소리에 귀를 더 열겠습니다.

-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지향하는 개인,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안 언론입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주인인 조합원을 비롯한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한국 사회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개인, 공동체의 활동을 발 빠르게 전달하고, 그 목소리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막 태동하는 협동 사회 경제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노동자가 행복한 대안 언론입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기자의 이름 하나, 마케터의 이름 하나, 디자이너의 이름 하나가 곧 브랜드가 되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규모를 키우는데 급급하기보다는 노동자가 최고의 업무 환경에서 적절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습니다. 그렇게 숙련된 언론 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언론을 바꾸는 불씨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꿈,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참여가 한국 언론 또 세계 협동조합 언론의 역사를 새로 씁니다. 지금 바로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2013년 5월 6일

협동조합 프레시안으로의 전환을 결의하며,
프레시안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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