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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조중동 '촛불 진압', 부메랑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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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조중동 '촛불 진압', 부메랑 맞나?

전향적 판결 속출…與의원 "판사 관리" 발언 물의

법사위, 행정안전위 국감 등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이 도마에 올랐지만 한나라당과 정부 당국자들은 "문제 없는 법집행"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젊은 판사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해 사법권 침해 논란까지 낳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기소된 인사들에 대한 무죄, 보석 판결이 잇따르고, 중앙지법 판사가 현행 일몰 후 집회금지 법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고법원장 역시 법원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정연주 전 KBS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검찰에 대해 '사법권 독립 침해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경찰, 검찰과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법원 사이에 미묘한 갈등양상이 감지된다.

'촛불시위자'에 대한 보석 이어져
▲ 지난 9일 서울고법 관할 기관 국감에서 '판사 관리'를 주문한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는 지난 9일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 성공회대 외래교수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시법은 헌법이 금지한 집회에 대한 사전 허가제"라며 집시법 10조와 23조 1호의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기로 결정했다.

박 판사는 "헌법21조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고, 2항에서 이에 대한 허가·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며 "'집회의 금지'가 원칙이 되고 '집회의 자유'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관련법 조항은 결국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판사는 "대다수 국민은 주로 주간에 학업이나 생업에 종사한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볼 때,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이는 헌법에 규정된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박 판사를 언급하며 신영철 중앙지법원장에게 "평소 젊은 판사들을 자주 만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사법부가 권력으로 부터 독립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류에 편승하면 안된다"고 압박했다.

홍 의원은 거듭 "젊은 판사들이 나이와 경험이 짧아 문제되고 있는데 법원 차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자주 만나고, 식사도 하면서 예전 판사들은 이랬다는 것도 얘기해주고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 중앙지법에 판사 300여명이 있는데 어떻게 관리하느냐"며 박 판사를 '관리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사법권 침해로 해석될만한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홍 의원은 10일 해명자료를 통해 "본인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법관들이 법정에서 함부로 사견을 표출하지 말 것을 가리킨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판결을 선고하기까지는 엄격히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가져야 함에도 일부 법관들이 법정에서 함부로 사견을 표출하는 것은 법관으로서의 온당한 태도가 아님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선제 공격 나섰던 <조선일보>

박 판사가 공격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판사가 광우병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의 진술을 자세히 청취하고 보석 결정을 내렸던 지난 8월, <조선일보>는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면서 "이 판사는 자신이 그 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하지만 일선 법원에서는 보석 허가 등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엄상필 판사는 10일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이라는 아이디로 누리꾼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나 모씨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박 판사가 위헌제청 신청을 한만큼 그 결과를 본 뒤 재판을 하겠다는 것. 엄 판사의 보석 석방은 촛불집회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적용되며 촛불 재판이 줄줄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우리는 박 판사를 통해 사법부의 살아있는 양심을 보았고,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고 극찬한 뒤 박 판사를 걸고 넘어진 홍일표 의원을 향해 "뭘 잘 가르치란 말인가. 방송언론 재갈물리기, 네티즌 재갈물리기에 이어서 이제 판사들까지 재갈을 물리고 쥐락펴락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맹공을 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촛불에 대한 역공'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사법부에서 속속 반려되고 있어 여권과 보수언론 등이 취할 향후 행동이 주목된다. 홍일표 의원의 국감장 물의를 사법부에 대한 압력의 징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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