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 민주 정치의 실현
4.19가 개인 차원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 자유와 인권, 생존권(넓은 의미로 경제 자유)의 새싹을 뿌리내리게 한 계기요 전환기적 사건이었다면 나라라는 집합체, 즉 국가와 정체(政體) 차원에서 보면 4.19는 당시 반민주·권위주의 이승만 장기 독재 정권을 거부하고 "교과서 민주주의"를 현실 정치에 심어보자는 온 나라와 국민의 집단적 외침이요 요구였다.
교과서 민주주의는 개인 차원의 자유 - 종교(신앙), 언론, 사상, 집회, 결사, 청원, 사생활보호 등을 보장하는 것뿐 만아니라, 더 넓게는 개인의 안전과 안보, 법치, 정치 참여, 참정권, 기회의 균등, 다수결 원칙과 소수 의견의 존중 등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어야한다.
그러나 그 요구와 외침이 이승만 자유당 정권 붕괴로 극도의 혼란 속에 민주당 장면 정권을 낳았지만, 1961년 박정희 소장이 이끈 5.16 군부 쿠데타로 민주정권은 8개월간의 단명으로 막을 내리고 만다.
학생이 정권을 무너뜨린 혁명 주동세력이라는 특이점도 있지만, 그 주동세력은 정권을 장악하지 못한다. 기득권 야당세력이 잠시 정권을 잡았다가 군 일부세력에 합법적 권력을 빼앗기는 이변(異變)까지 겹치는 급박한 당시 한국 정치 상황도 연구 대상이다.
▲ 4.19 혁명 당시 파괴된 거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제공 |
박정희 정권(1961~1979) 하에서 1972년부터는 유신체제를 겪었고,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시해(弑害)로 최규하 과도기를 거쳐, 전두환 정권(1980~1988), 노태우 정권(1988~1992)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의 군사 권위주의 독재체제가 30년 넘게 지속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4.19를 낳은 교과서 민주주의는 또 30년이 넘는 반민주·비민주 군부세력의 현실정치 개입이라는 시련과 실험기간을 겪고, 거쳐 가야 했다.
50년이 지나 그 때 20대의 열혈청년의 눈이 아닌 70대의 눈으로 되돌아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그가 이끈 정권은 건국 및 호국 세력으로서 그 공과(功過)를 우리 현대사에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재조명하고 재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승만은 건국대통령으로서 한국전쟁에서 북한 공산 침략을 막아냈고, 안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밖으로는 한미동맹으로 국가 안보의 기반을 다졌다.
같은 맥락에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부도 재조명하고 재평가해야한다고 생각 한다. 긍정적으로는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앞장서서 오늘의 한국 경제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공적(功績)이다.
비록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지만, 박정희의 권력 장악은 제3세계에서 흔히 보는 권력 장악만을 위한 단순 "악성 쿠데타"만은 아니었다. 18년이란 긴 시간 동안 탈(脫)헌법·초(超)헌법적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인권 탄압과 유린 등 반민주·반인권 권력 남용도 일삼았지만 국가건설, 산업화 기반 확충이라는 흔들림 없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진군한 것은 돋보인다.
4.19 민주 혁명 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구체적으로 보기를 들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167 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성숙도1) 조사를 살펴보자.
이 조사는 민주주의를 다섯 가지 요인 -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민주정치 문화, 시민의 자유로 먼저 나누고, 모두 60가지 설문을 만들어 각국의 민주주의 정도를 가늠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 정권(정부) 형태 - 완전 민주주의, 미흡한 민주주의, 혼합형 정권, 권위주의 정권 등으로 다시 나눈다.
이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2006년엔 167개국 가운데 31위로 "미흡한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분류되었다가, 2008년 조사에선 28위로 "완전 민주주의"("full democracy")로 자리매김 했다.
뒤돌아보면 대한민국은 비록 군부 중심의 집권당 내 수직적 정권이양이었지만, 전두환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승복해 1987년 노태우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한 첫 사례를 남겼다.
노태우는 1990년 1월 당시 야당인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을 포함해 김종필의 공화당까지 아우르는 3당 통합으로, 민간인 초대 대통령 이승만-윤보선 이래 30년이 넘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 통치를 마감하고, 1992년 민간인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는 두 번째 선례를 남겼다.
1998년 야당 김대중의 대통령 취임은 한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수평적 여야 정권 교체를 이룩한 첫 민주적 이정표다. 다시 집권당 후보 노무현의 정권 이양을 거쳐, 현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째 여야 정권교체를 이루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 본 자유 지수처럼, 민주주의 지수도 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정도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현 정권의 역행에도 불구하고 쉽게 훼손될 만큼 결코 허약하지 않다.
<註>
1)Laza Kekic, director, country forecasting services, Economist Intelligence Unit,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s Index of Democracy," Democracy Index: the World in 2007; Democracy Index, http://en.wikipedia.org/wiki/Democracy_Index, 201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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