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비사업용토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안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수순을 밟기라도 하듯 지난 8월 1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이와 관련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박명호 박사는 정부 안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한 좀 더 분석적이고 이론적 주장을 펼쳤다.
양도세 중과는 동결효과로 인해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많은 행정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그의 발표의 요점이다. 따라서 필자는 박명호 박사의 주장에서 중요한 것만 뽑아서 평가해보고자 한다.
동결효과가 정말 걱정된다면
우선적으로 박명호 박사는, 다주택자와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토지 및 주택거래의 동결효과를 강화함으로써 효율성을 저하시키며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박명호. 2011년 8월10일.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개편방향." 한국조세연구원. 양도소득세 개편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 발표문 p. 21)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동결효과로 인해서 투자자들이 자산구성을 최적화시키지 못하게 되고 자본 배분이 비효율적(potential inefficiency in the allocation of capital across productive assets)이 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양도세 중과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동결효과는 수많은 경제학 교과서가 지적하고 있는 바다. 아무래도 양도세를 중과하면 부동산 소유자는 예상하는 양도차익, 즉 불로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양도를 꺼리고 미루게 된다. 양도세를 중과하면 공급이 줄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같이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는 (투기적)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토지보다 더 나은 투자처가 있는데 양도세를 내고 나면 투자액이 줄어들어 "더 나은 투자처"로 옮기지 못하는 준최적 자산구성(sub-optimal portfolio diversification)이라는 문제, 다시 말해서 자본배분의 비효율적 문제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왜 동결효과라는 부작용이 있는데도 양도세 중과를 하는 걸까? 시장을 무시하고 경제이론을 몰라서 그러는 걸까? 그것은 양도세 중과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양도차익이라 불리는 토지 불로소득이 나라 경제에 엄청난 폐단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불로소득 추구에는 벌을 주고 노력소득 추구엔 상을 내려야 한다. 불로소득 추구는 '이미' 생산된 것 중에 일부를 가져가려는 비생산적 경제행위의 전형인데, 이런 행위를 장려하는 경제 시스템에서는 빈부격차, 금융 불안정, 사회갈등, 일자리 부족 등 엄청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는 이런 불로소득 차단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동결효과라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필자는 박명호 박사의 발표문에서 아쉬움을 발견하게 된다. 양도세가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안다면, 불로소득을 차단하면서 경제에 전혀 부작용이 없고 오히려 거래를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걸 같이 이야기 했어야 하지 않을까?
토지보유세의 지속적인 강화는 불로소득을 목적으로 소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도록, 즉 공급이 증가하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해서 박명호 박사가 우려한 공급위축의 문제가 사라진다. 또 보유세의 지속적 강화로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게 되면 시장에는 실수요만 나타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더욱 정상화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양도세 중과를 다루는 토론회이기 때문에 보유세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도세는 부동산세의 일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양도세 중과 폐지는 보유세·양도세·거래세의 최적 조합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박명호 박사는 양도세 중과가 문제가 있으니 그것만 없애자고 주장한다. 다른 연구기관도 아닌, 국가 전체의 바람직한 조세구조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대책을 패키지로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양도세 중과가 자산구성의 최적화를 방해한다고?
양도세 중과가 자산구성의 최적화를 방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준최적(sub-optimal) 자산구성이라는 비효율은 양도소득이 생기고 양도세가 다른 투자에 대한 세금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양도소득이 없도록 하거나 모든 투자의 세율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박명호 박사는 후자를 선택한다. 물론 이런 선택에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든 노력소득을 추구하는 투자든 결과적으로 같다는 '위험한'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은 불로소득인 양도소득을 없애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런 방법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방법은 있다! 하나는 소유한 토지의 토지가치인 지대(land rent)를 완전히 환수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유 토지의 지대 중에서 매입지가의 이자를 초과하는 부분만, 즉 지대와 이자의 차액만 환수하면 되는데, 이렇게 하면 지가(land price)가 고정된다. 이렇게 하면 양도세의 존재 의의도 상실해버리고, 양도세 중과가 초래하는 준최적 자산구성이라는 비효율도 생기지 않는다.
한편 박명호 박사는 양도세 중과가 자본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의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로소득을 노리는 엄청난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비효율 문제는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사업 자체에 대한 수익성만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땅값 상승까지 감안해서 투자하는 비효율도 심각한 문제이지 않나? 그런데 아쉽게도 박명호 박사의 발표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또한 박명호 박사는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라고 보았는데(p. 24), 이것은 명백한 오류다.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니다. 부동산 거래세에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있고 이 세금은 매수자가 부담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는 양도소득이 발생했을 때만 내는 세금이고 부담도 매도자가 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박명호 박사가, 양도세 중과가 "거래세 부담의 완화와 보유세 부담의 강화" 기조와 맞지 않다는 것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p. 24). 발표문만 봐서는 그가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완화'의 기조에 찬성하는지는 불분명하나, 아마도 거래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아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이 기조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왜 지적하지 않는지 의아스럽다. 참여정부가 입법화해 놓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현 정부가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완화' 기조에 역행했음을 지적하고 가능하다면 양도세 중과 폐지와 함께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인하' 방향의 개편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서, 본 발표가 양도세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할지 모르지만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하나만 따로 떼어서 다룰 수 없다. 양도세를 검토하려면, 먼저 부동산 전체 세금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 거기에서 양도세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논한 후, 양도세 개편을 구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불로소득을 장려하여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자고?
그리고 박명호 박사는 양도세 중과 폐지의 이유로 현재 늘어나는 주택임대수요를 민간 다주택자가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p. 25). 그런데 민간임대주택 공급은 꼭 엄청난 불로소득인 매매차익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걸까? 다른 부분의 수익률과 비슷하면 안 되는 걸까?
엄청난 매매차익이 보장되어야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릇된 고정관념이다. 임대사업은 건물 자체의 임대료만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토지가 아니라 건물에서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사업자가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 경제 전체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투기문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토지 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토지임대 방식의 주택임대사업이 성공한 예는 얼마든지 많다(대표적인 예가 미국 뉴욕의 배터리파크시티이다. 자세한 내용은 김기호·김대성. 2002.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의 전략과 기법에 관한 연구 -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와 런던 도크랜드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8권 10호 참조).
거시적 합리성과 단절된 미시적 합리성은 위험하다
박명호 박사의 발표문은 미시적으로 합리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미시적 합리성은 '경제 전체의 건강성'이라는 거시적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고, 이런 이유로 더욱 위험한 면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거시적 합리성과 단절된 원인은, 그의 정책 제안이 불로소득을 사유화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전제 위에서 세워졌기 때문이다. 박명호 박사가 제안한 대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면 경제 전체의 건강성은 지금 보다 더 후퇴할 것이다. 빈부격차도 심해질 것이며, 경제가 확장될 때 토지투기의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의 정책 제안이 거시적 합리성과 결합하려면 경제 전체와 부동산과의 관련성을 우선적으로 파악한 후,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검토하고, 그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한 보유세·양도세·거래세의 최적 조합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서 양도세 중과에 대한 평가와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책연구소의 위상에 걸맞는 정책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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