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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목사-스님 낙동강서 손잡다…"저 죽음의 세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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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목사-스님 낙동강서 손잡다…"저 죽음의 세력을 보라"

[현장]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4대강 저지' 공동 기도회

15일 오후 경상북도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 낙동강변.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이 은빛 모래사장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이곳은 낙동강 1300리 물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리는 경천대에서 내려다보면, 경천교 아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굽이쳐 흘러가는 강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 이곳이 얼마 후면 제 모습을 잃게 됐다. 특유의 곡선을 뽐내며 흐르는 강은 콘크리트 제방이 들어서면 뻣뻣한 직선으로 변할 것이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역시 준설로 인해 제 모습을 잃는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부터 건너편 언덕의 숲은 새로 들어선 자전거 도로의 흔적이 흉터처럼 깊게 패였다. 경천교 옆에는 상주시가 9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 중인 자전거 박물관 공사가 한창이다.

종교도, 사는 지역도 다른 150명 남짓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날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은 4대강 사업으로 '갇힌 강'이 아닌, '흐르는 강'을 지켜내자며 낙동강변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날 4대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 기도회'를 열고, "대운하의 또 다른 이름이자 무모한 개발 정책인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손을 맞잡은 두 종교인 앞으로 '흐르는 강'이란 글씨가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4대 종단이 '생명의 강'을 지켜내자며 낙동강가에서 손을 맞잡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아름다웠던 강의 풍경이, 지금 우리 발 아래서 무너지고 있다"

"오늘 우리는 아픈 강가에 모였습니다. 강이 아파하는 소리,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함께 아파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각종 중장비로 죽어가는 강이 건강하게 다시 살 수 있도록 기도하는 자리입니다." (대한성공회 영주교회 천경배 신부)

원불교 교무의 타종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각 종교 지도자들의 발언과 기도로 이어졌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상임대표 최완택 목사는 "강은 넓고 긴 줄기로 흐를 때 진짜 강이다. 이런 섭리를 거슬러 인위적으로 강의 흐름을 막는 것은 곧 죽음의 세력"이라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천주교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 대표 김진조 신부는 지난 12일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한 것을 소개하며 "한국 천주교의 주교와 사제, 신자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조 신부는 이어서 "무분별한 개발로 눈 앞의 이익을 얻으려다 창조주께서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자연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정부 당국자와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게 책임 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 기도회 참가자들은 각 종단별 기도문 낭독에 이어 백사장에 '흐르는 강'이란 글씨를 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애초 모래를 파 글씨를 새기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4대강 사업이 강바닥을 파헤치는 사업이니, 우리는 파지 말고 쌓자"는 지율 스님의 제안에 따라 모래를 쌓아 글씨는 쓰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4대 종단이 함께 발표한 결의문에서 "4대강 개발 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국토의 생명줄인 강물을 인위적으로 가둬 결국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 사업"이라며 "제대된 환경영향평가나 예산 심의조차 없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하는 4대강 사업은 국토의 근간을 흔들고 자연의 본성을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가 이미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서 "지금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이 우리의 발 아래 무너져가고 있으며, 다음 세대는 우리를 향해 그 집행자이며 공범, 방조자라고 부를 것"이라며 "전국 곳곳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온 힘을 모아 끝까지 4대강 사업을 저지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 "흐르는 강이 생명의 강이다." 참가자들의 염원이 강가에 새겨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4대 종단 종교인, 신자들이 손을 맞잡고 낙동강 순례길에 나섰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공동 기도회는 지난해부터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진행 중인 지율 스님의 안내로 낙동강을 따라 걷는 '걷기 순례' 행사로 이어졌다.

'천성산 지킴이'에서 이제는 아예 상주에 터를 잡아 '낙동강 지킴이'로 나선 지율 스님은 "낙동강의 발원지인 상주는 소백산, 월악산, 태백산의 물줄기가 만나서 흐르는 곳"이라며 "이제 이곳에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면 물과 모래사장, 들과 논이 어우러졌던 강변의 풍경이 사라지고 여의도 고수부지 같은 콘크리트 제방만이 남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이 가진 곡선의 미학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지율 스님의 안내로 마침내 상주보 공사 현장에 도착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세어 나왔다. 경천교에서 낙동강 하류를 따라 3킬로미터 정도 내려가면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에 상주보 건설 현장이 나온다. 보 건설 구간에서는 거대한 가물막이를 두른 채 기반 시설 공사가 한창이고, 여기저기에서 포클레인들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한 참가자는 "순례를 하면서 낙동강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됐는데, 공사 현장을 와보니 기가 막히다"며 "앞으로 자연 그대로의 강의 모습을 더 이상 못 본다는 생각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 지율 스님이 상주보 건설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인 상주보 건설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지율 스님은 "지난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자주 왔던 곳인데, 공사 이후 이곳을 찾았을 때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며 "이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풍경들을 다 잃어버리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모래사장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과 보 건설로 흙탕물이 된 낙동강의 대조적인 모습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보여준다"며 "진실을 알리면 되는 문제이기에, 4대강 싸움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흐르는 강이 진실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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