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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줬더니, 세상에…

[기고] "스마트폰에 범람하는 성인물, 손 놓은 방통위"

얼마 전 '방방'(트램펄린 놀이터)이라는 곳에서 둘째아이가 중학생 형한테 돈을 빼앗긴 일이 있었다. 아직은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초등학생이라 친구들과 노느라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은 아이가 걱정되던 차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핸드폰을 사 주게 되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대세라는 이유로 엄마인 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빠를 졸라 스마트폰을 손 에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의 크기에 비해,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1만 5000원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세상을 누릴 수 있는 듯 했다. 인터넷도 되고 다양한 게임과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실시간 대화도 할 수 있어 아이의 손에서 스마트폰은 떠날 줄을 모른다. 역시 내가 끝까지 반대하지 못한 것이 내내 후회가 된다.

그래도 부모로서 아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은 알아야 할 것 같아, 아이가 즐겨 찾는 게임을 이것저것 뒤져보았다. 특히 우리 아이는 야구를 좋아해서 게임도 야구와 관련된 것을 주로 하는 편인데, '마켓'이라는 어플 안에 스포츠게임이 있어 야구와 관련된 게임을 찾아보게 되었다.

차단되지 않는 자극적인 사진들

그런데! 군데군데 선정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놀라 마켓의 어플을 차례로 클릭해 보았더니 더 자극적인 사진들이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계약자가 초등학생인 아이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들이 차단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는지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아이의 핸드폰은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지오(GALAXY GIO)로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다음 날 바로 SK텔레콤과 삼성전자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해 보았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에서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스마트폰에 이미 깔려있는 어플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삭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미성년자에게는 판매금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선정성의 노출 수위조절은 된다면서 그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 명의로 계약할 때 사전에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고지하여 수위조절방법까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SK텔레콤 상담사가 앞으로는 판매 대리점에서 그렇게 하도록 건의하겠다고 하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판매된 스마트폰의 수위조절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여 계약 시 받은 사용설명서를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마켓 선정성의 수위조절방법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우리 아이 친구들만 해도 대부분 갤럭시지오를 사용하고 있는데 통신사 대리점에서 따로 이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이런 유해 사진들과 영상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수위조절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부모들이 방법을 알고 수위조절을 하더라도, 그 메뉴가 스마트폰에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인 아이들이 선정성 수위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 측에 핸드폰을 판매할 때 처음부터 수위조절을 '전체이용가'로 세팅해 두고, 더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수위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제조사의 입장에서 귀찮을 뿐이지 정말 불가능할까? 의심스러운 마음이 살짝 든다.

아이를 탓하기 전에 어른부터 정신차려야

답답한 마음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식경제부에 차례대로 전화해 보았다. 상황을 설명하고 문의해 본 결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성인사진, 성인영상물을 올린 아이디를 하나하나씩 신고하는 것뿐이었는데, 이것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 당장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 계약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 보호자에게 성인물 등 유해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업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문의해 보았지만, 그런 어플을 만드는 사람이 문제이지 통신사와 제조사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제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유해환경이 노출되도록 정부기관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냐고 항의했더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상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날마다 새로운 어플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어 사전심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소비자들의 신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열심히 신고해 주기를 바란다는 궁색한 답변만 했다. 또 통신법에 유해환경관리에 대한 내용이 없냐고 문의하자, 유해물을 관리하는 법은 있지만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관리가 불가능하여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했다.

요즘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지나치게 SNS를 규제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이 정권에서의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들의 숨통을 조일만큼 SNS를 규제해 왔다. 그런데 정작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에는 이렇듯 손을 놓고 소비자의 신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힘을 빼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의 그릇된 이기심으로 아이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선정적인 영상들에 노출되며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지, 정말 정부와 업계의 윗분들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얼마 전까지 '도가니'로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는데, '도가니'와 함께 우리는 '조두순 사건'이나 '김수철 사건' 등을 접하며 잘못된 성인식으로 비롯된 어른들의 성(性) 일탈 범죄들을 많이 봐 왔다. 지금의 아이들은 옛날보다 훨씬 빠른 나이에 무방비 상태로 성에 노출되어 더 위험하게 자랄 가능성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입시지옥에 더해 온갖 유해요소까지 득실대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거칠고 배려를 모르고 삐딱하게 자란다고 걱정하지만, 어쩌면 이런 일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부모들을 보면 (나를 포함하여) 자기 아이밖에 모르고, 공부를 잘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는 것 같아 무척 걱정스럽다.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부터 정신 차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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