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마련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라 지난 14년간 정보통신부가 주관해온 통신 정책 수립 및 규제 기능이 새로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된다.
정보통신 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해온 정통부 폐지 논란과는 별도로 통신ㆍ방송 융합 시대를 맞아 방송ㆍ통신 정책과 규제를 총괄할 방통위의 출범은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될 방통위는 출범 전부터 정체성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방송(언론)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자본으로부터의 자유 역시 추구되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방송 정책을 수립하고 방송 산업을 규제하는 감독 기관 역시 권력의 간섭과 통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통신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개혁ㆍ개방의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통신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통신 분야에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규제 기구의 설립이 바람직하다.
이는 단순한 선언전 명제가 아니라 지난 20여 년 간의 많은 이론적, 실증적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통신의 3대 개혁 과제로 꼽히는 '경쟁의 도입 및 확산', '민영화', '독립 규제 기구의 설립' 가운데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영화'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과제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명제(axiom)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규제 기구의 독립이 없는 통신 사업의 민영화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때로는 역효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점은 '민영화론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공익성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방통위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기구로 설립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차기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민영화의 확산을 통한 시장주의 확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립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념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방송 및 통신의 공공성 확립은 물론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무리 동기가 순수하다 할지라도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더불어 독립위원회인 방송위원회를 방통위로 확대ㆍ개편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고자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방송 및 통신 분야를 직ㆍ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당선되자마자 '서민 지원 대책'이란 명분으로 '시장'을 무시(?)하고 이동전화 요금 인하부터 발표하고 나선 이명박 당선인의 전력을 감안하면 그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하게 되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번거롭게 그런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방통위가 최고권력자의 코드에 맞춰 '알아서 기는 일'이 다반사가 될 테니 말이다.
물론, 방통위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를 정치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기구로 출범시키는 일은 업무 범위와 권한을 정하는 일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통위 위상 정립을 위한 논의가 뒤로 미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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