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맨 (Inside Man) 감독 고어 버빈스키
주연 덴젤 워싱턴(키스 프레이저 역), 클라이브 오웬(달튼 러셀 역), 조디 포스터(마들렌 화이트 역), 아서 케이스(크리스토퍼 플러머 분) 나른한 어느 날 오후,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맨하탄 은행 안으로 한 무리의 페인팅 업체 인부들이 들어선다. 다름아닌 은행 강도들이다. 창구 앞에 늘어서 있는 사람들로 분주한 로비. 육감적인 몸매의 한 아가씨가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계속하자 이를 제지하는 경비요원. (사실 그녀도 한 패다.) 그러는 사이,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향해 차분히 적외선 랜턴을 하나씩 하나씩 비추는 일당의 리더격인 달튼 러셀 (클라이브 오웬 분). 보안통제실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스크린이 하나둘씩 꺼져간다. 그사이 나머지 일당이 은행으로 모두 들어오자 일사불란하게 출입문을 봉쇄해 버린다. 이어서 은행강도들은 모든 인질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후 휴대폰과 삐삐를 압수하고 동시에 자신들과 똑같은 작업복을 입히고 얼굴 두건까지 쓰게 해 누가 누군지 기억할 수 없게 한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무장 강도들에게 점거 당한 맨하탄 은행. 이제부터 러셀 일당의 예측불허의 완벽한 은행털이가 시작된다.
1. 러셀의 인질협상 준비 기법 : 상대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의 유출을 차단하라. (정보보안: Information security) 육감적인 그 아가씨 역시 공범이다. 이렇듯 상대의 경계를 분산시키면서 은행의 보안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러셀의 치밀함이 엿보인다. 흔히 협상의 3대 요소로 정보, 시간 그리고 파워를 꼽는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이다. 상대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기밀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보안을 유지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한 마디로, 상대가 이용할 수 있는 나의 정보는 철저한 보안으로 누수(Leakage)를 막아 약점이나 협상전략을 노출하지 않고, 역으로 상대의 정보는 모든 가능한 직간접 채널을 통해 수집 후 면밀히 조사 분석하여 상대의 약점과 전략전술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정보보안에 실패하여 상대에게 자신의 약점과 협상전략을 노출한 팀에게 성공적인 협상은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정보보안, 성공협상의 출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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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자신이 검거한 마약범죄자들이 파 놓은 함정에 빠져 마약거래대금 은닉이란 혐의를 뒤집어 쓴 채 징계를 받고 있던 뉴욕경찰서 소속 인질 협상전문가인 키스 프레이저 형사 (덴젤 워싱턴 분). 마침 인질 협상 전문 동료의 휴가로 이번 인질사건을 대신 맡아 해결하라는 서장의 지시에 구사일생의 기회라 생각하며 현장으로 긴급 출동한다. 한편, 맨하탄 은행의 소유주인 아서 케이스(크리스토퍼 플러머 분)는 자신의 은행 지점이 조금 전 은행강도들에게 점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털썩 주저 앉고 만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부유한 유태인 친구들을 나치에게 넘긴 나치 전범이었으며, 친구들의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 맨하탄 은행을 설립하고 금융가로서 그리고 명망 높은 자선가업가로서 변신을 했다. 그런데 그가 나치 전범인 것을 입증하는 서류가 그 은행 개인 비밀 금고에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서류가 은행털이범에 의해 세상에 드러난다면 자신의 파멸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그는 정재계 거물들의 골치거리를 비밀리에 해결해 주는 전문가인 마들렌 화이트(조디 포스터 분)에게 은행 개인 금고에 가보가 들어 있으니 어떻게든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허드슨 강을 끼고 산책로를 나란히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내용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는 아서 케이스에게 마들렌의 압박이 가해진다.
마들렌 : 그게 뭔지 알 필요 없다면 굳이 묻진 않죠. 하지만, 야구 카드라고 했다가 핵 미사일 발사 암호로 밝혀지면 우리 거래는 끝이에요.
2. 마들렌의 협상정보 취득기법: 협상 결렬을 들먹여 핵심정보를 자복하게 하라. (Confession by Being prepared to walk away) 자신의 속마음을 무턱대고 털어놓는 더구나 자신의 치부를 묻는 대로 알려주는 순진무구한 영혼의 소유자를 협상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말라. 그렇다고 내가 필요한 정보를 상대가 알려 주지 않는다고 넋 놓고 있어선 더욱더 안될 일이다. 상대가 당신과 거래하려는 이유는 바로 당신이 제일 적임자이며, 당신의 상품이 가장 매력적이며, 상대의 입장에서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기에 당신을 찾아 왔음을 기억하라. 쉽게 말해 어지간해선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코 놓칠 수 없는 당신이라면, 당신이 필요한 정보를, 당신이 원하는 조건을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다. 당신이 요구하는 조건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대의 절박함을 일깨우고,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된다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라. 그래도 안되면 부득불 협상이 결렬(Breakdown)됨을 밝혀 상대를 압박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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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서는 검정색 대형 SUV. 차 안에 있는 뉴욕 시장과 매들린 이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오르는 프레이저 형사를 맞이한다. 시장은 프레이저 형사에게 매들린은 영향력이 큰 인물이니 도와주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매들린의 개입을 달가워 하지 않는 않는 프레이져 형사.
마들렌 : (프레이저 형사를 바라보며) 시장님 말씀은, 당신 연봉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 지고 있다는 말씀이죠. 그리고, 잘만하면 승진도 시켜 드릴 수 있고, 마약조직의 14만달러 은닉 건도 해결하셔야 되지 않겠어요?
프레이저 : (당혹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저는 그 일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3. 마들렌의 협상전략 : 안되면 되게 하라. (5P 설득전략 : 5P Persuasion Strategy) 협상 상대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거북한 제안을 해야 한다면,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 3자를 내세워 상대를 압박하고 회유하라. 여기에 그 다섯 가지 전략 포인트를 소개한다. 1. Place (장소) : 최소한 상대의 권위나 파워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 예를 들면 상대의 직무실을 피하라. 또한, 상대 직원들의 내왕이 잦거나 시선을 끌 수 있는 장소도 삼가라. 심리적으로 경계상태를 유지해 설득의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있다. 가능하다면 당신의 파워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소나 환경, 아니면 최소한 경계심을 풀 수 있는 중립적인 환경으로 상대를 끌어 들여라. 2. Person (사람) : 상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동반하라. 직장내 상사나 선배 혹은 감독기관이나 관련 조직의 책임자가 일반적으로 적정하다. 3. Power (파워) : 직위, 재력, 명성, 인맥, 영향력 등 상대가 인지 가능하고 위력을 발할 수 있는 당신의 파워 요소를 내 비쳐라. 어쩌면 상대는 당신의 이러한 파워를 동경하고 어쩌면 이번 거래를 기화로 향후 당신의 덕을 볼 수 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질 지도 모를 일이다. 4. Pressure (압박) : 상대의 약점(Sore spot)과 욕망(Desire)을 사전에 파악하여, 상대가 긍정적이면 상대의 욕망을 자극하고 상대가 부정적이면 약점을 들춰내어 상대의 저항(Resistance)을 적절히 무력화시켜라. 5. Present (선물) : 협조나 수고의 대가로 유형무형의 선물을 제안하라. 한마디로 밑지는 거래가 아님을 확신시키고 우호적인 관계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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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요청으로 범인들과 인질들이 먹을 피자와 음료수가 은행으로 들여 보내지는 데, 피자 박스에는 인질범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도록 도청기가 숨겨져 있다.
조금 후 도청기를 통해 들려 오는 대화 소리. 헌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외국어가 아닌가?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알바니아어라는 것을 알고 알바니아 여인을 급히 현장 지휘 본부 차안으로 불러 들여 대화를 들려준다. 대화 내용을 가만히 듣던 여인 웃음을 터뜨린다.
알바니아 여인 : 이 내용 알아요, 말한 사람도. 바로 알바니아의 전 대통령인 엔버 호자예요.
프레이저 형사 : 전직 대통령이 은행을 턴단 말이요?
알바니아 여인 : 죽었죠. 생전의 연설 테이프죠. 국민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공산주의가 최고다, 자본주의는 악마다. 레닌, 막스가 어쩌고 저쩌고, 이 사건과 별 상관 없을 걸요." 프레이저 형사의 얼굴은 한방 먹었다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4. 러셀의 협상전략 : 최고의 기만협상전략: Red Herring 본 영화에서 러셀 일당이 전개한 전체적인 협상전략을 한마디로 한다면 Red herring, 즉 붉은 청어 전략이다. 우리말로 한다면, "치밀한 교란전략" 이라고 하고 싶다. 이 레드 헤링은 여러 협상전략 중 가장 지능적인 방법이며, 동시에 가장 사전 준비과정이 어려우며, 협상 팀 전체의 완벽한 팀웤을 요구하며, 마지막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필요로 한다. 레드 헤링의 관건은 "나의 실질적 협상 목표를 상대가 낌새조차 못 차리게 완벽하게 위장한 체, 상대로서는 다급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연출하여 협상 진행 내내 당신이 조성한 거짓(Bogus) 협상 사안이나 상황에 몰려 허겁지겁 유도한 대로 따라만 오다 당신이 제시한 타협안에 걸려 들게 만드는 전략이다. 성공적인 레드헤링을 위해 자주 등장하는 조역들로선, 첫번째, 허위정보(Planted information), 두번째, 시간 압박 (Time Pressure), 세번째, 위장 전선 (Bogus agenda), 네번째, 맞교환 (Trade-off)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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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상자가 전혀 없고, 털린 돈도 한 푼도 없고, 인질들과 똑 같은 복장으로 위장한 채 섞여 나온 은행털이범들을 한 명도 색출해 내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되었다. 며칠 동안 은행 안에 숨어 있다가 경찰들이 물러난 후 나치 전범 은행 소유주의 개인 비밀금고에 있던 수억달러의 다이아몬드를 싸 짊어 지고 백주 대낮에 은행 정문으로 유유히 걸어 나온 러셀. 경찰은 아직도 범인이 뭘 강탈 했는지 조차 감도 못 잡고 상황은 종료된다. 은행강도의 인질협상극을 배경으로 협상 기만술의 진수인 레드 헤링를 볼 수 있는 영화 "인사이드 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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