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Wall Street)> (1987년)
감독 올리버 스톤
주연 마이클 더글라스, 찰리 쉰 가진 것도 없고 별 배경도 없이 오로지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금융전문가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또한 지방대학 출신으로 어떻게 든 월 스트리트에서 성공해 보겠다고 게코를 찾아 온 버드 폭스(찰리 쉰). 두 사람은 악어와 악어 새의 관계를 구축한다. 폭스의 첫번째 성공작은 바로 월 스트리트의 큰손인 래리의 애너콧 제철 인수계획을 사전에 알아내어 게코로 하여금 큰 건 하나를 올리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게코와 래리 사이의 숨막히는 협상의 진수를 농도 짙게 보여준다.
뉴욕 롱아일앤드 해변에 위치한 고급 저택, 증권가의 큰손 고든 게코의 집이다.. 일요일 저녁, 뉴욕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만 초대된 파티가 한참 물어 익어 가는 데, 게코를 찾는 전화 벨소리. 상당한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사업을 하고 있는 월 스트리의 큰손인 래리로 부터 걸려 온 전화다. 급한 일이니 지금 당장 만나자는 얘기. 지금 파티 중이니 내일 사무실에서 보자고 해도 부득불 지금 봐야 한다기에 그럼 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얼마 후 야심한 시각임에도 불구, 래리가 고문변호사와 함께 게코의 저택 현관으로 들어 선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두 사람. 파티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2층 서재로 자리를 옮긴다. 2층 게코의 서재로 올라가는 래리. 벽마다 걸려 있는 값비싼 유명화가의 그림들, 희귀하고 값진 골동품들. 잘 배치된 고급스러운 가구, 장식장 가득히 쌓여 있는 희귀한 총기류. 거부인 래리 조차 두리번거리며 구경한다. 뒤에서 따라가며 이런 래리의 모습을 지켜 보는 게코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진다. 서재를 돌아 보던 래리의 시선이 희귀 총기류로 가득찬 진열장으로 쏠린다. 이때를 놓칠세라 진열장 문을 열고 조심스레 권총 한 자루를 꺼내든 게코. 전세계에 단 6정만 있다는 극히 희소한 루거 권총이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 게코의 협상 기법 분석: 당신에게 유리한 장소를 택하라. 장소선택(Venue). 상대를 예봉을 꺾는 기선제압 (파워트래핑:Power trapping) 사람은 누구나 상대적 취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상대의 파워가 느껴지는 곳보다는 나의 파워가 느껴지는 곳에서, 상대가 우월감을 느끼는 상황보다는 당신이 우월함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선택하고 그 곳으로 상대를 이끌어 가라. 거대한 사옥, 공장, 설비, 기업규모, 거래규모, 브랜드 파워, 시장 점유율, 기술력, 자본력등 기업적인 요소와 더불어 당신의 학력, 재력, 인맥, 높은 교양 수준, 인품 등 대단히 사적인 요소 등 상대를 압도 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연출하여 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기선을 제압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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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물인 래리가 주말의 야심한 시각에 체면 불구하고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게코의 집까지 온 데는 다급한 사정이 있었다. 바로 애너콧 제철. 그는 몇몇 투자자들과 함께 비밀리에 인수작업을 추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끈질기게 뒤를 캐온 버드 폭스에게 인수계획이 노출되었고. 인수정보를 보고 받은 게코는 자신의 해외 차명계좌를 이용 애너콧 제철 주식을 상당량 암암리에 매입했던 것이다. 그리곤, 증권가에 큰 손 래리가 이번에는 애너콧 제철 인수에 손을 댔다는 정보를 흘린다. 이 정보는 주식시장에서 특급 정보로 퍼지기 시작하고 주가는 연일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감당할 수 없는 초기 인수자금 부담으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뿐 아니라, 인수한다손 치더라도 사업성을 장담하기 힘들 것은 명백하다. 그래서 급히 게코와 담판을 짓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는 게코.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던 자존심까지 구겨가며 통사정 해보지만 끝끝내 외면해버리는 게코를 향해 래리의 분노가 폭발한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게코의 회사 정도는 몇 개라도 파산 시킬 수도 있다고 강도 높게 협박을 가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이 같은 협박에도 게코는 위축 되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눈을 내리깔고 무심히 듣고 서 있다. 협박이 뜻대로 안 먹혀 들자 슬쩍 꼬리를 내리는 래리. 게코의 소유지분을 넘기라고 제안한다 주당 가격은 65달러로 해 줄 테니 이 선에서 합의하자는 것이다.
게코 : 제대로 붙어 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고 미리 카드 패 다 까놓고 흥정하는 거, 난 싫어, 래리. 이봐 폭스, 애너콧 주식 얼마면 적정가야?
폭스 : 분할매각하면 값은 더 나가죠. 주당 80달러는 족히 갑니다.★
★ 자중지란을 연출하여 상대를 현혹하라. 굿가이 배드가이 전술(Good Guy, Bad Guy). 부하직원 한 명이 악역을 맡아 지나친 가격을 요구하자, 협상책임자인 당신은 오히려 부하직원을 나무라며 퇴장 시킨다. 사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상대를 배려해 주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상대는 당신을 자기측에 유리한 사람으로(Good Guy) 인식하게 만드는 협상기법. 협상 막바지에서 필요한 최종 양보를 상대로부터 받아 내는 데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적대감을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이거나 강한 입장이나 조건 제시는 협상책임자가 아닌 보조협상자가 그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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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코 : (배려해주는 듯한 목소리로) 뭐,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구. 72달러 어떤가?★
래리 : 자넨 여전히 푼돈이나 노리는 삼류 기업 사냥꾼 일 뿐이야. 흐흐. 돈만 주면 당장이라도 자네 어머니라도 팔아치울 놈이 자네야, 안 그래?
게코 : (격분한 게코) 나나 자네나 하나도 다를 게 없어. 적어도 영국 여왕이 자네에게 경이란 호칭으로 부르기 전까지는 말이야. 내가 더 이상 자제심을 잃어 버리기 전에 이만 실례.★ (등을 돌리고 나가버리려 한다.)
래리 : (바로 그때) 71!
★게코의 협상기법 분석 : 협상 기법의 초강수: 퇴장기법 Walk Away) 아무리 객관적으로 강력한 협상파워를 지닌 상대라 하더라도 상대가 협상자체를 결렬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면 간담이 서늘해 질 수 밖에 없다. 여러 협상 기법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협상 기법이 바로 이 퇴장 기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제로 협상 장을 박차고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 메일이나 전화, 혹은 팩스로 협상결렬을 통보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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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코 : (나가다 멈추어선 천천히 돌아서며) 자네가 내 어머니를 모욕한 대가로, 71달러 50센트.★
래리 : 좋아 그렇게 하지.
★ 협상 종료, 알짜배기 협상은 이제부터다. 니블링 (nibbling) 이미 상당한 금액과 물량협상에 합의한 상대에게 계약 물량, 품목, 사양을 재조정하는 전술. 핵심은, 협상 초기 당신이 원하는 조건을 상대가 거부하는 경우, 상대가 수용할만한 조건으로 일단은 합의를 유도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협상초기 무리한 조건 제시로 인한 협상결렬을 피 할 수 있고, 타 경쟁업체에게 거래를 뺏기지 않으며, 이미 당신과의 거래를 확정한 상대는 약간의 변경사항 때문에 거래를 무산시키기에는 너무 발이 빠져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게 된다. 게다가 당신의 추가 조정 제안이 기존 조건보다 다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상대 입장에서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히 협상 마무리 기법의 꽃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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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4분간 지속되는 이 장면은 영화 전편에서 가장 응측된 협상의 진수가 펼쳐진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만 게코와 래리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협상기법의 수는 엄밀히 분석하면 40가지를 상회한다. 통상 구매자(Buying power)가 판매자(Selling power)보다 협상력이 강하다고들 하나 치밀한 협상 전략 전술로 상대를 압도하고 원하는 협상결과를 거둔 게코의 협상력은 단지 흥미거리로 치부하기엔 한미FTA 협상을 마쳤고 현재 한EU FTA를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도 크다. 몇 해전 세계적 리더십 연구소인 미국의 창의적 리더십 센터(CCL: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에서 구미 선진국의 대기업체 중견 임직원 14,500명을 상대로 흥미 있는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도대체 어떤 결정적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그들에게 물어 본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제품을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협상 능력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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