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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적대감과 분노를 경청하고 공감을 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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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상대의 적대감과 분노를 경청하고 공감을 표할 것!

[박상기의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감독 고어 버빈스키 주연 조니 뎁(잭 스패로우 역), 제프리 러쉬(바르보사 역), 키이라 나이틀리(엘리자베스 스완 역) 조니 뎁이란 배우를 일약 스타로 만든 21세기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캐리비안의 해적>. 기괴하리만치 독특한 캐릭터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영화. 2003년 전미 흥행 1위를 기록한 장쾌한 액션 스펙터클이다. 고대 금빛 찬란한 아즈텍 문명을 유린했던 코르테즈, 그리고 그가 남긴 황금을 노략질한 해적선 블랙펄의 선장 바르보사와 그 일당. 코르테즈의 금화를 약탈한 대가로 내려진 저주는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걸어 다니는 해골로 영원히 지내야 한다는 것.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상에 흩어진 아즈텍의 금화들을 다 모은 후 피의 의식을 치르는 것.
젊은 노링턴 준장이 지휘하는 영국 해군 범선 한척이 캐리브해에 새로 부임하는 스완 총독과 그의 외동딸 엘리자벳 스완을 싣고 안개 자욱한 카리브해을 항해하고 있다. 이때 난파선 파편에 의지한 체 정신을 잃고 표류하는 소년을 발견하고 구출하게 된다. 소년의 목에 걸려 있는 해적의 상징인 해골문양의 황금메달. 엘리자벳은 모르고 있지만, 바로 바르보사가 찾아 헤매고 있는 마지막 코르테즈의 금화. 해적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형에 처하는 것을 알고 있는 엘리자벳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얼른 그 목걸이를 품에 감춘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라 밤. 블랙 펄의 해적들이 영국군 요새를 기습하고, 코르테즈의 금화를 갖고 있는 엘리자벳을 블랙펄로 끌고 간다. 산사람을 데려오면 어떡하냐며 거구의 해적이 엘리자벳을 데려 온 동료 해적을 나무란다. 지켜 보던 엘리자벳, 험상궂은 해적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입을 때자마자,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며 그녀의 뺨을 무지막지한 손이 사정없이 후려친다. 이 광경을 지켜보다 또다시 내려치려는 그의 거친 손목을 잡아채는 낯선 중년의 해적. 더 이상 그녀에게 손찌검 하지 말라는 한 마디에 거구의 해적도 순순히 물러난다. 바로 블랙펄의 선장 바르보사이다. 바르보사 : (미소를 띄우며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신 사과하겠소, 아가씨.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한다.)
1. 바르보사 선장의 초기 협상 전술 : 상대의 적대감을 누그러뜨려라 (Relieve antagonism and anxiety) 협상 상대가 심리적으로 격앙된 상황이거나, 당신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감이 감지되면, 제일 먼저 상대의 부정적 심리를 누그러뜨려라. 당신에 대한 부정적 심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당신의 얘기를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들어 줄 수 있는 고매한 인격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방법은 첫 번째, 상대가 느끼는 적대감, 반감, 분노, 근심에 대해 경청하고 공감을 표현하라(Empathy 전략). 두 번째, 상대의 공격대상을 당신이 아닌 다른 회사 규정, 전산 시스템, 타 사업부로 돌리고 당신은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조력자로 인식시켜라. (Good Guy Bad Guy 전략) 협상은 그 다음임을 명심하라.
엘리자베스 : (이 선장은 믿을 만한 신사라고 판단한 듯 정중한 어조로) 바르보사 선장님,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포트 로얄 요새에 대한 적대적 공격을 즉각 중단하는 문제를 협상하기 위함입니다. 바르보사 : (곤란하다는 듯) 말씀이 너무 어렵군요. 우린 워낙 무식한 해적이라 놔서..
2. 바르보사 선장의 협상 전술 분석 : 모르는 척, 무식한 척 상대의 압박에서 빠져 나와라. (Acting dumb is smart) 미국의 협상전문가 로저 도슨의 말처럼, 유능한 협상가에게는 현명한 게 어리석은 것이고 현명한 것이다. 사람이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지식과 권위를 내세워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보다는 겉보기에 나보다 잘 난 것 하나 없고 오히려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어리석고 선량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어리숙한 행세를 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상대의 적대감이나 경쟁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둘째, 당신이 감당하기 힘든 고단수의 협상 전략전술을 구사하지 않도록 상대의 경계를 흩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일부 지나친 요구나 양보를 요청하는 경우, 의외로 큰 저항이나 반감 없이 상대의 관대한 처분을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보사 : 도대체 원하는 게 무엇이오? 엘리자베스 : 당장 이 곳을 떠나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마시오. (지켜 보던 해적들 그녀의 당돌한 제안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바르보사 : (점잔을 빼며 능청스럽게) 본인은 당신의 제의를 수락할 의사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싫소'이다. 엘리자베스 : (좋은 말로 해선 안되겠다는 듯) 정 그러시다면, (품 속에 있던 황금 해적 메달을 꺼내 손에 쥐고 갑판 난간 너머로 팔을 쭉 뻗으며) 이 메달을 바다에 떨어뜨리겠어요. (이제껏 태연자약 엘리자베스를 우롱하던 바르보사 선장을 비롯한 모든 해적들의 얼굴에 긴장과 두려움이 역력하다.)
3.엘리자베스의 위기 타개 협상 전술 : 도저히 안되면 판을 엎어라 (제안 철회 기법 Withdrawing an offer) 이 협상기법은 당신과 협상상대가 상호 신뢰가 구축된 가운데 성실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가급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다만, 당신한테서 마지막 한 푼까지 긁어 가려는 듯, 시종 일관 지나친 양보를 요구하면서 물고 늘어지는 사람을 상대로 활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요령은 당신이 이제껏 제시했던 가격 인하, 경비 분담, 추가 서비스 제공 등의 양보 내용이 본사에 확인결과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해 절대 불가하다고 통보하는 방법이다. 동시에 본사가 정한 최종양보조건을 함께 제시하여 상대의 지나친 양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안철회기법은 자칫 상대를 지나치게 자극한다거나 곤경에 빠트려 어렵게 다져 온 상호 신뢰관계를 크게 훼손 할 수 있다. 개인적 인간관계보다 비즈니스를 최우선(Deal-focused culture) 하는 서구와 달리 유대관계를 중요시하는 (Relationship-focused culture)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엔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르보사 : (순간 표정을 바꾸며 능청을 뜬다) 지금도 돈자루가 터져나갈 지경인데. 저 반짝거리는 동전 한 닢이 도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요? 왜? 엘리자베스 : (의외의 대답에 어안이 벙벙한 듯) 당신들이 찾는 게 이거 아니었나요? 8년 전 영국에서 배를 타고 오면서 이 배를 본 적이 있어요. 바르보사 : (무심한 듯) 보셨어, 지금? 엘리자베스 : 좋아요. 이게 값어치가 없다면 나도 더 이상 힘들게 들고 있을 이유가 없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메달을 손에서 놓아 버리는 엘리자베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메달이라던 바르보사 선장과 해적들, 자신도 모르게 겁에 질린 비명을 토해내고 만다. 그러나 메달에 연결된 줄을 잡고 있는 엘리자베스. 한 번 떠본 것이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엔 '거 보라지' 하는 듯 득의양양한 미소가 있는 반면, 해적들의 얼굴엔 낭패와 한편 안도의 기색이 교차한다.)
4. 엘리자베스의 협상 전술 : 상대의 미심쩍은 정보는 역정보(Planted information)를 흘려 진위를 확인하라. (Information verification) 협상이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가 설정되고 전략이 수립된다. 결국 정보가 부족하거나 왜곡된 상황하에서 어쩔 수 없이 협상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상대가 기만책(Misdirection)을 쓰기 위해 당신에게 의도적으로 흘린 조작되거나 왜곡된 정보(Planted information)를 검출해내지 못할 경우, 협상은 재앙으로 종결될 수 있다. 모든 정보의 진위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협상 이슈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선 반드시 진위여부를 확인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초에 예상한 상대의 협상 목표와 전략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그로 인해 우리측의 협상전개에 결정적 영향을 야기하는 정보에 대해선 철저한 검증(Verification)이 불가피하다.
이때 그렁그렁 쇳소리로 거슬리게 웃으며, 바르보사 선장이 엘리자베스에게 다가 선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묻는다. 총독의 딸이라는 사실을 말했다간 목숨이 온전치 않을 거란 두려움에, 순간적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총독 관저 하녀인 '엘리자베스 터너'라고 대답하는 '엘리자베스 스완'. 뜻밖에 귀에 익은 '터너'라는 이름에 해적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자신들에게 드리운 '블랙펄의 저주'를 푸는 마지막 열쇠인 피의 제물이 될 '터너 선장'의 혈족이 마지막 메달을 목에 걸고 제발로 걸어 들어 온 것. 자신의 피가 제물로 바쳐질 것을 알 턱 없는 엘리자베스는 그저 어리둥절해 할 뿐이다. 바르보사 : (다시 친절한 음성으로) 메달을 주시오. 그러면 다시는 이곳에 돌아 오지 않겠소. 엘리자베스 : (잠시 머뭇거리다 그의 손에 메달을 건네 준다.) 휴전은요?
메달을 받아 들고 말없이 돌아서든 바르보사 선장. 부하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듯 가벼운 고개 짓을 하곤 사라진다. 그러자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해적들은 전투 준비로 돌입하고 해안을 향해 포격을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급히 바르보사 선장을 따라가선) 날 해변으로 데려다 줘요. 협약에 따르면… 바르보사 : (성가시게 따지고 드는 엘리자베스에게 일갈한다.) 첫째, 아가씨가 해변으로 돌아가는 건 거래의 조건이 아니니 내 알 바 아니오. 또 한, 아가씨는 사실 해적도 아니잖소. 블랙펄 호에 승선하신 걸 환영하오, '터너양'. 엘리자베스는 저주를 푸는 제물로 삼기 위해 선창으로 끌려 간다.
5. 엘리자베스의 협상 실책 : 계약서 작성을 상대에게 맡기지 마라. ( Take initiative in writing contract) 문서로 조목조목 상세히 남겨 두어야 하는 상황이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구두로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빠트리고 넘어가는 사안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서면 계약서를 최종 점검하고 서명하는 자리에서 그 누락된 사안들에 대해 상대의 승인을 유도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를 주도적으로 작성하는 측이 비주도적으로 작성하는 측보다 엄청난 이점을 누리게 된다. 구두협상에서 간과하거나 누락된 문제 몇 가지는,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달아 첨가 시킬 수 있고, 시간압박에 쫓기는 상대로서는 협상시한이 종료로 치닫거나 혹은 이미 경과한 시점에서 큰 문제가 안 된다면 계약서 상의 변경사항에 대해 충분히 검토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협상을 진행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구두 협상이 종결되면, 합의안에 대한 상대의 서명을 가급적 신속히 받아내라. 당신이 문서화된 서류를 처음 보는 때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당신은 상세한 계약내용에 대해 정확한 기억을 못하게 되고, 시간압박에 몰린 상황에서 상대가 제시하는 계약서안을 면밀히 검토 수정하지 못한 체 받아들일 확률은 그 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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