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바타>의 빛과 그늘 (1/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바타>의 빛과 그늘 (1/2)

[이슈 인 시네마] <아바타>의 진정한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아바타>의 돌풍이 거세다. 국내에서 외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넘겼고, 전세계적으로는 <타이타닉>을 누르고 영화흥행사를 다시 썼다. 최근의 <아바타> 열풍을 보며 한국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김형래 씨가 <아바타>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기술적 혁신에 대한 감탄과 탄성, 그리고 서사에 대해 설왕설래하며 전국민적 화제가 되고 있는 <아바타>를 깊이있게 분석한 글이다. 길이가 긴 관게로 2회에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주

<아바타>가 마침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방에서 경이로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외화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700만이 넘는 관객으로 국내 외화 신기록을 달성한 <트랜스포머>를 훨씬 앞질렀다. 작품성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평가도 일치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도 드문 일이다.

평론가들과 네티즌들은 연일 흥행 원인을 분석하며 영화의 고공행진을 주목하고 있다. <아바타>와 관련한 패러디도 생겨났다고 한다. 아바타로 변신한 오바마 대통령과 본회의장에서 졸고 있는 국회의원의 사진을 두고 '아바타 접속 중'이라며 비꼬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또 세계 영화계가 부진했던 3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한편 미국의 보수주의 단체들은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에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아바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호평 일색이다. 영화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영화의 정치성에 대한 비판도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부가 3D 영화 제작에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러한 사정에 직면하여 필자는 한편으로는 평단과 네티즌들의 호평에 동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의 근본적인 흥행 요인을 분석한 후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아바타>의 몇 가지 그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새로운 것과 새롭지 않은 것

카메론 감독이 처음 사용한 이모션 캡처가 새롭다고 한다. 기존의 모션 캡처 기법이 배우의 실제 몸동작에 그래픽을 입힌 것이라면 이모션 캡처는 거기에 더하여 배우의 실제 표정 연기에 그래픽을 입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의 얼굴 바로 앞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가 얼굴 표정을 캡처하고 이것이 실시간으로 컴퓨터에서 디지털화된다. 배우의 얼굴에는 특히 얼굴 표정을 특징짓는 지점에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어 컴퓨터가 배우의 표정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한다.

▲ (사진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의 표정 연기는 영화에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나 <베오울프>에서 등장한 디지털 배우들 또한 실사와 같은 효과를 내려고 하였으나 <아바타>에 미치지는 못 한다. 이 영화 속의 나비 족들은 마치 실제의 배우 얼굴에 분장을 한 것처럼 표정이 살아있다. 그만큼 표정 연기가 섬세해서 그래픽인지 분장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굳이 CG를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배우를 분장시켜서 연기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아마 이모션 캡처는 과도기적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배우가 필요 없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배우 자체를 그래픽으로 대체하면 배우 개런티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의 이모션 캡처는 여전히 배우를 필요로 하지만 앞으로는 전혀 배우가 필요 없게 된다는 얘기다. 배우의 표정 연기를 테이터베이스화하여 사용한다면 이모션 캡처 기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한한 배우의 무한한 표정을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배우가 전혀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것은 현실화되었다. 그래픽으로 약간의 수정만 하면 배우 한 사람으로 여러 명의 디지털 배우들을 만들 수 있다. 한 배우가 각각의 배역을 따로따로 연기한 다음 편집을 통해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두 명의 서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이렇게 그래픽을 이용하면 군중 신이나 전쟁 신에 등장하는 많은 엑스트라 배우들에게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의 장점은 무엇보다 환상적이고 창조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신장은 인간들보다 크게 묘사되는데 영화는 이러한 특징을 모션 캡처와 이모션 캡처 덕분에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의 새로운 점은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3D 장편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3D 영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심지어 4D 영화까지 나온 마당에 3D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3D는 테마 파크 용이거나 제한적으로 상영되었다. <폴라 익스프레스>가 그 예로서 이 영화의 3D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바타>는 3D 상영이 중심이고 일반 상영이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영상 중에는 3D 효과를 노린 장면들이 눈에 띈다. 골프공을 깡통 안에 집어넣는 장면, 만지면 갑자기 줄어드는 꽃, 특히 선체 안의 공간을 딥 포커스 쇼트로 보여주는 장면 등은 3D 영화를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다. 물론 영리한 이 감독은 3D 효과를 남발하지 않는다.

▲ <아바타>

영화의 딥 포커스 공간은 처음에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현실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선체 안의 딥 포커스 쇼트는 프랑스의 영화 이론가 앙드레 바쟁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바쟁은 우연성과 해석의 다양성을 가능케 하는 딥 포커스 쇼트를 영화의 본질 중 하나로 평가하며 기존의 몽타주 이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형식주의적 몽타주 이론을 거부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사실주의 이론을 전개했던 것이다. 그는 이카루스의 신화가 현대에 비행기로 완성되었듯이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려는 인류의 신화가 영화를 통해 완성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시대에는 그 꿈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그가 <아바타>를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새로운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모션 캡처 기법은 모션 갭처의 확장이고 이미 모션 캡처에서도 시도되어 왔다. 다만 그 기법을 좀 더 섬세하고 정밀하게 세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모션 캡처로는 실제 배우의 표정 연기와 감정을 다 살려낼 수 없다. 더욱이 그것으로 실제 배우의 풍부한 표정과 물리적 실재를 다 살려낼 수 없는 것이 현 기술의 한계이다. 아직은 배우의 표정을 분장한 얼굴의 형태로만 표현할 수 있지 현재의 기술이 실제의 피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실패의 본보기가 앞서 언급한 <폴라 익스프레스>와 <베오울프>이다. 아마 <아바타>도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그래픽으로 대체했다면 소위 언캐니 밸리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비 족의 모습은 기존의 특수효과와 특수 분장을 통해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외의 특수 효과들, 예컨대 떠 있는 섬이나 익룡 모양의 새 등은 모두 그래픽이므로 애니매이션이나 기존의 CG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3D 자체는 전문가들의 말대로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다.

▲ <아바타>

그렇다면 이 영화가 관객 신기록을 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독특한 상상력에 있을 것이다. 이모션 캡처나 3D만으로는 1000만 관객을 움직일 수 없다. 판도라 행성의 독특한 생태계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각종 동식물들과 떠다니는 섬들에 대한 묘사는 탁월하다. 익룡 모양의 거대한 새 이크란, 신과 연결시켜주는 나무, 3미터 크기의 나비 족 등은 매우 독창적인 상상의 산물이다. 물론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의 <월령공주>나 <천공의 성, 라퓨타> 또는 <포카혼타스>나 <늑대와 춤을>, <미션>, <푸른 골짜기> 등의 영화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배틀필드 2142' 등의 게임에서 많은 이미지와 스토리를 빌려왔다는 혐의를 받지만 말이다. (필자 주 : 영진공, 「영진공이 던진 떡밥들」참조)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 자체도 아주 독창적이라고 할 수 없다. 외계의 행성에 값비싼 지하자원이 있고 지구인들이 원주민을 공격해 그 자원을 빼앗는다는 이야기 구조는 앞서 말한 <포카혼타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식민지 시대의 이야기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모두 이런 스토리의 원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바타>가 '수정주의 서부극'의 한 변형이라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수정주의 서부극은 60년대 이후 등장한 서부극을 통칭하는 용어로서 서부 개척이 '야만에 대한 문명의 승리가 아닌 서구의 폭력적 침략전쟁임을 폭로하는 영화'를 말한다. <아바타>의 스토리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의 전개 방식도 장르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선과 악의 대립구도, 남녀의 로맨스, 액션의 강조, 해피엔딩 등은 장르 영화의 공식이다. 물론 이야기의 큰 뼈대나 개별 요소들을 새로 배치하여 구성하고 그 위에 특히 시간과 공간을 새로이 덧입힘으로서 기존의 소재들을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아바타>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그렇지만 스토리의 독창성 외에 좀 더 근본적으로 <아바타>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무엇인지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처음으로 돌아가 그 공은 기술력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기술력 이면에 내재된 인간의 시원적 욕망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원적 욕망은 과연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 그것은 모방에 대한 욕망이다. <아바타>는 CG의 모방 능력을 이용하여 가상의 공간에서나마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영화에서 대개의 공간과 캐릭터들이 그래픽이어서 실사 영화라기보다 애니메이션 수준이었지만 관객은 전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분명했다. 관객은 그것을 의식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영화를 즐기는데 그러한 경계가 방해가 되었다. 그러나 <아바타>에서는 그러한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환상의 세계인 판도라의 자연환경은 모두 CG 이었으나 그것을 의식적으로 느끼는 관객은 없는 것 같다.

영화에서 대기가 다른 판도라 행성에 진입하려면 특수한 장치나 의복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나 의복은 컴퓨터의 터미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컴퓨터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놀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장치들 덕분이다. 인터페이스 모니터나 조이스틱은 우리를 사이버스페이스로 안내하는 터미널이다. 영화에서도 인간과 아바타를 매개하기 위해 필요한 연결 장치는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을 자연스럽게 사이버스페이스와 같은 판도라의 세계로 유도하는 터미널이다.

1982년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 영화로 알려진 월트디즈니사의 <Tron>이라는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레이저 기계를 이용해 컴퓨터의 내부로 잠입하여 적들과 맞서 싸운다. 여기서는 이 레이저 기계가 인간과 컴퓨터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어쨌든 이러한 장치들로 인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환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그 세계를 실제의 세계처럼 체험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영화관과 3D안경은 관객을 스크린 위의 가상의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장치이다. 관객은 이 장치를 통해 객석의 현실을 잊고 90분 이상을 가상의 세계 속에서 살다 나온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가상의 세계는 더 이상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아바타>는 마주 보는 거울의 무한 반복되는 이미지처럼 관객을 끊임없는 거울이미지의 마술에 빠지게 한다. 다시 말해 관객을 영화관 속의 픽션 속의 픽션에 빠지게 한다. 이와 같은 거울 이미지는 모방에 대한 인류의 욕구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아바타>의 성공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러한 모방 이미지 때문인지 모른다.

<아바타>의 빛과 그늘 (2/2) 보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