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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수사 기관의 CCTV 촬영, 목적은 무엇일까?

[CCTV와 개인 정보 연속 기고 ②] 집회 및 시위의 감시와 CCTV

지금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제주해군기지건설사업단 정문과 해군 기지 건설 공사장 주 출입구 위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이 CCTV는 건설 공사 현장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지만, 정작 공사 현장 내 시설은 촬영하지 않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들과 여성들, 미사를 봉헌하시는 신부님과 수녀님, 1인 시위를 하는 젊은이 등 바깥에 있는 사람들만 줌인으로 확대 촬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CCTV로 촬영한 영상을 삼성물산 품질관리과장도 보고 해군 소령도 본다. 제주 해군 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이들이 언제 불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할지 모르므로 CCTV를 동원해 상시로 감시하는 행위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또 1년 6개월 가까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져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장기 농성장 바로 앞에 있는 CCTV 역시 농성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이 CCTV들도 화재를 예방하고 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설치되었다. 그러나 농성자들은 CCTV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듯하여 불편하고 어색한 심정을 호소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 CCTV를 경찰이 관리하면서 상시 감시에 사용하는 경우이다.

▲ 지난달 4일 오후, 제주 해군 기지 중단을 촉구하는 제주도 도보 순례 행사인 '2013 강정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서귀포시 강정 포구에서 인간띠 잇기를 하며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CCTV를 통한 촬영의 법적 성질

CCTV는 사진 촬영의 한 종류이다.

수사 방법으로서의 사진 촬영이 허용되는가에 대해 강제 수사설과 임의 수사설로 나누어지나, 은밀한 방법으로 일순간에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고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수사 방법이 임의 수사라는 이유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비추어, 사진 촬영은 강제 수사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신형사소송법>(이재상 지음, 박영사 펴냄), 220쪽)

강제 수사는 형사 사법에서 불가결한 제도이지만, 이로 인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필요악과 같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제한을 두고 있다.

① 형사소송법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강제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형소법 제199조), ②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고 있으며(형소법 제73조, 제201조, 제200조의2), ③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비례성의 원칙)(형소법 제199조).

① CCTV를 통한 촬영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형사소송법이 예상하지 않은 새로운 강제 처분이라 할 수 있어 직접적인 근거 법률은 없고, 탄력적인 해석으로 인정되고 있는 듯하다. 다만 ② 그 절차에서는 영장주의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고, ③ 그 내용에 있어 비례성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하므로, 과연 현재 집회 및 시위를 감시하기 위한 CCTV들이 이 두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 4가지

대법원은 1999년 9월 3일 선고 99도2317 판결에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요건을 갖추는 경우에 한하여 영장 없이 촬영한 사진 및 영상 증거가 증거 능력이 있음을 판시했다.

"수사 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①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② 증거 보전의 필요성 내지 ③ 긴급성이 있으며, ④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한 경우라면 위 촬영이 영장없이 이루어졌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위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한 경우"란 비례성의 원칙, 즉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집회 및 시위를 감시하기 위한 CCTV가 영장주의와 비례성의 원칙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집회 및 시위가 범죄인지 여부

대법원이 제시한 요건 중 "①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②증거 보전의 필요성 내지 ③긴급성이 있을 것"이라는 요건은 집회 및 시위가 범죄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과연 집회와 시위가 범죄인가. 그리고 수사 기관이 집회 및 시위를 촬영하는 이유는 정말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것인가.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촬영한 영상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일반 교통 방해를 공소 사실로 한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 증거 자료로 제출된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건설 과정의 불법에 항의하며 공사장 주 출입구 앞에 연좌한 사람들도 CCTV 영상을 근거로 업무 방해로 기소된다.

이런 경우는 집회의 주최자가 아니거나 해산 명령이 부적법하거나 당시 건설 공사가 실제로 불법이어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수사 기관은 실정법 위반이 있었음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수사 기관은 신고가 이루어진 이른바 '적법한 집회'도 예외 없이 촬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집회 및 시위를 촬영하는 이유가 실정법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1년 7월 21일, 제주 해군 기지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강정 마을에선 국가적 차원에서 이미 오래전에, 지난 정부에서 결정한 해군 기지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일부 지역 주민과 NGO들이 반대를 하고 있어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특히 군기지 건설 같은 문제에 있어 사업이 방해되도록 지켜만 볼 수 없으며, 불법 행위를 방치하고 국가 주요 사업이 큰 걸림돌에 봉착하는 것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맞은 편 새마을 금고 앞에는 청운동 청장년회가 2011년 1월 5일부터 2012년 7월 20일까지 거의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집회 신고를 해두었다. 집회의 목적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환경 정화 거리 홍보 및 평화로운 생활 영위"였다. 실제로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종로경찰서장은 청운동 청장년회가 한 집회 신고는 한 번도 금지하지 않은 데 반하여 그 기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한안마사협회가 신고한 집회는 모두 금지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를 신고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도 금지 통고를 하였고,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법원은 옥외 금지 통고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2013년 6월 5일 선고 2012구합18608).

그뿐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자 회견이나 소규모 집회 등은 시민들이 볼 수 없도록 경찰관들과 경찰 버스로 둘러싸 시민들이 전혀 볼 수 없게 해버린다.

위와 같은 예에 비추어 보면, 현재 수사 기관이 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은 정말 그 집회가 보행자의 보행이나 교통 소통을 방해해서 이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일정한 종류의 집회 개최 자체를 막고, 집회가 열리더라도 그에 대한 참여 및 확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이른바 '적법한 집회'는 범죄라고 볼 수 없고 증거 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도 역시 인정될 수 없다. 그러므로 적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상시로 CCTV 촬영을 하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따라 촬영했는지 여부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 설치에 있어서 공청회, 설명회를 통한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안내판 설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의 회전 및 임의 조작 금지,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제3자 정보 제공 금지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문 주변 CCTV는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 설치되었다. 중구청이 CCTV를 설치하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이루어진 의견 수렴은 형식적이었다. 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주 해군 기지 건설 사업단 정문과 해군 기지 건설 공사장 주 출입구 위에 설치된 CCTV는 목적 외로 이용되거나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현재 대한문과 강정 마을에 설치된 CCTV는 비례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집회 시위를 감시하는 CCTV는 금지되어야

쌍용자동차의 기술과 자본이 외국 자본에 그대로 빼앗기는데도, 회계 법인과 정부와 사법부는 이를 감싸기만 하였다. 또 민주주의의 근본인 선거의 방첩 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정 마을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을 앞바다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게 되었는데, 그 해군 기지는 군항의 기능조차 할 수 없는 치명적인 설계 오류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기막힌 현실을 목도하고 국민들이 한 행동은, 빈소를 마련하여 그 앞에서 기도하거나 촛불을 들고 시청 광장에 앉거나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함께 걷는 것이었다.

수사 기관은 이러한 행동들을 범죄로 보고 CCTV로 24시간 촬영하고 있다. 이는 영장주의와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 불법한 강제 수사이다. 정부와 수사 기관은 '국가 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막대하게 낭비하면서 오히려 국민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보고도 가만히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집회와 시위를 감시하는 CCTV는 설치·운영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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