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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의 '무치(無恥)'와 법관의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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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의 '무치(無恥)'와 법관의 수치

[김종배의 it]<243>부끄러움 모르는 사람한테 말해봐야…

존경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존경받아야 한다는 건 안다. 대법관은 그래야 한다. 인권과 양심의 최후 보루라고 자임하는 곳이 법원이라면, 그 법원의 최고 어른이 대법관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래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신영철 대법관에게서 고개를 돌린 한 판사의 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이옥형 판사가 그랬다. "대법관은 정의로워야 하고 불의와 부당한 간섭에 비타협적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법관이 있다면 그 존경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이건 수치다. 신영철 대법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치욕스런 언사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후배 법관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모멸감을 느껴도 부족할 언사다.

존중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존중받아야 한다는 건 안다. 대법관은 그래야 한다. 국민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마지막 창구가 법원이라면, 그 법원의 최고 어른이 대법관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 신영철 대법관ⓒ프레시안

그래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신영철 대법관을 보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어느 피고인의 선택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난해 촛불시위 과정에서 휴교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장모 씨가 기피신청을 냈다. 촛불시위 관련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 한테서는 재판을 받을 수 없으니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했다.

이건 수치다. 신영철 대법관의 존재 의미를 정면에서 부정하는 치욕스런 청구다. 법관으로서 응당 갖춰야 할 공정성조차 의심받았다는 점에서 모멸감을 느껴도 부족한 청구다.

하지만 아니다. 신영철 대법관은 무치(無恥)하다. 부끄러움이 없다. 그의 행적이 그렇게 말한다.

진작 내놨을 것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가슴으로 받아들였다면 진작 표명했을 것이다. 적어도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자신의 행적을 '재판 관여'로 결론 내린 그 순간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법원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랬고, 후배 법관들의 비판글이 쏟아지는 지금도 그렇다. 달다 쓰다 말 한 마디 없이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어느 들짐승마냥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이해할 만하다. 돌아가는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미 9부 능선에 올랐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가 주의 또는 경고 조치면 족하다고 결정했다. 두 눈 질끈 감고 경고 한 번 받으면 끝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괜히 나설 이유가 없다. 섣불리 한 마디 해서 후배 법관들 가슴에 불지를 이유가 없고, 국민 머리에 열불을 댕길 이유가 없다. 그래서다. 후배 법관들의 비판 글이 쏟아진 어제, 기자들의 눈을 피해 대법원 뒷문으로 퇴근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신영철 대법관에게 뭐라 하지 말자. 소용없다. 그에게 고언을 보내고 비판을 가해도 소용없다. 그는 '벽'이다. 그의 '무치(無恥)'를 법원의 수치로 여기는 후배 법관들을 울부짖게 만드는 '통곡의 벽'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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