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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소득과 불로소득 구별 않는 정부, 대체 왜?"

[기고] "양도세 중과마저 폐지?…재앙 부른다"

1. 참여정부의 정반대로 가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

마침내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로 만들어 놓은 다주택자와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주택자들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의 50%, 3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의 60% 중과세를 폐지하여 다른 소득세와 같이 6~35%의 일반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보유세 강화의 일환으로 만들어 놓은 종합부동산세를 2008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회로 무력화시켜버린 적이 있으니, 이번 시도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를 해체하는 종결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 알고 보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집행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려 했으나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의 반대로 폐지 대신 2년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가 작년에 유보시한을 2012년 12월 까지 연장했었다. 정확히 말해서 이명박 정부 하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2008년 2월 25일 취임 이후부터 2009년 3월 15일까지, 그러니까 1년 조금 넘게만 적용되었던 것이다.

2.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징벌적이라고?

놀랍게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야 할 명분으로 제시한 것은 이 세금이 '징벌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많이 물리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도덕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서 우리는 박 장관의 도덕관 내지 경제관을 엿볼 수 있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게 하는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것은 불로소득의 기회는 되도록 차단하고, 노력소득의 기회는 더 많이 열어주고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 참가자들이 생산적 투자에 열중하고, 자신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며, 그 과정 중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GDP도 증가한다.

반면에 불로소득 추구의 길을 열어주면 시장 참가자들은 불로소득 추구에 열을 올리게 된다. 왜냐하면 노력소득 추구보다 불로소득 추구가 훨씬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불로소득 추구는 GDP를 증가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GDP 중에 일부를 가져가려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비생산적 경제행위를 방치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더구나 불로소득, 특히 부동산 불로소득을 방치하면 할수록 빈부격차는 커지고, 토건산업이 비대한 기형적 산업구조로 고착화되며, 금융이 매우 불안정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양도세는 주택이든 토지든 매매차익, 즉 실현된 부동산 불로소득의 일부분을 환수하는 장치다. 다주택자와 비사업용토지 소유자의 양도차익에 대해서 중과하는 이유는 이들의 소유 목적이 주로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상이 이렇다면 다주택자와 비사업용토지 소유자가 벌어들인 불로소득을 보다 많이 환수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런데 박 장관은 이러한 불로소득 환수를 징벌적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로 미뤄보아 박 장관은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불로소득과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이나 개인사업자가 벌어들이는 사업소득 간에는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인데, 과연 이런 생각이 한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사람이 갖춰야할 경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경제 사령탑이라면 불로소득에는 벌을 내리고, 노력소득엔 상을 주어야 한다. 세금으로 표현하면 불로소득엔 세금을 무겁게 하고 노력소득엔 세금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박 장관은 국민경제를 살찌우는 노력소득이든, 국민경제를 망쳐놓는 불로소득이든 구분하지 않는다.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전월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까?

박 장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전월세 가격 안정화를 들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목적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전월세 수요가 높은 데 비해 전월세 공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대기수요에다가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 등으로 인한 '인위적 수요'가 더해져서 전월세 수요가 폭등했는데, 정부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는커녕 줄여가고 있으니 전월세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말인 2007년 10만 4862호를 공급하던 공공임대주택이, 2008년 8만 9910호, 2009년 6만 9635호, 2010년 6만 4221호로 계속 줄어들었다(<한겨레>. 2011년 1월 1일자 "임대주택 인허가 5.1% 줄어."). 요컨대 지금의 전월세 급등은 전월세 수요 상승을 인위적으로 조장해놓고 공급은 줄이는, 어떻게 보면 '의도된'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면 박 장관이 예상한 대로 주택소유자들이 더 많은 집을 구입해서 전세를 놓으려고 할까?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하향 안정화되어야 할 집값을 이명박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 양도세 중과 유예, 국민 세금으로 건설사 미분양 주택 구매 등을 통해서 억지로 떠받쳐주고 있는 상황임을 시장 참가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시장 상황인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투기수요가 살아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는 박 장관도 현 상황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왜 이것을 추진하는 걸까? 아마도 그 대답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나 사업소득, 근로소득이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보는 그의 경제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박 장관의 경제관이 지금의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사들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4. 양도세 완화와 보유세 강화는 함께 가야

불로소득을 환수하는데 있어서 양도소득세는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특히 투기 국면에서 양도소득세 강화는 공급을 줄이는 동결효과(lock-in effect)를 초래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까지 한다.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는 보유세 강화다. 보유세, 특히 지대(land rent)에 일률적으로 부담하는 보유세는 경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를 더욱 확장하는 '최상의 세금'이라는 점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보유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한 자들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도세의 존재 의의도 상실한다. 그러나 보유세가 현재처럼 미미할 때는 양도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양도세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싶다면 보유세를 강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보유세 강화의 상징인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켜놓고 그나마 불로소득 환수 수단으로 남아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하려 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5.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사 이익에만 복무하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는 일관성이 있다. 그것은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사들의 '특수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점에서의 일관성이다. 부동산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도록 보유세와 양도세를 깎아주고, 금융권의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건설사들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민의 혈세까지 투입하는 무모함을 보인지는 이미 오래다. 이렇게 하면서 언제나 사용하는 말은 '서민주거 문제 해결', '전월세 문제 해결' 등이다. 어쩌면 이 정부의 최대의 잘못은 '언어사용 혼란'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살맛나는 나라가 되는 길은 다주택자들 및 건설사들의 이익과 확실히 결별하는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이 노리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최대한 환수해야 부동산에 짓눌렸던 경제가 살아나고, 비대해진 건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래야 선진국에 비해서 두 배 정도 되는 건설투자의 비중이 낮아지고 설비투자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2009년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는 18.4%(설비투자는 10.9%)인데, 이는 서구 선진국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간의 불균형은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런데 암울한 것은 이 정부의 정책기조가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사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정책과 법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도화하는 것이 이 정부가 보여 온 행태다. 말로는 '선진화', '전진'을 부르짖으면서 후진기어를 놓고 가속기를 밟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런 정부에겐 결국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를 시도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냥 놔두라!

▲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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