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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교섭하면 회사가 경영 위기?…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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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교섭하면 회사가 경영 위기?…거짓말!"

[복수노조 1년, 사라지는 노동권·⑤] "자율교섭 여부, 노조가 선택해야"

- 복수노조 1년, 사라지는 노동권
파업이 있었던 곳에는 반드시 복수노조 나타난다
대학청소노조한테 천냥마트노조와 창구단일화하라고?
"이런 노동부라면, 노동자에겐 없느니만 못하다"
"어디든 비슷한 복수노조 악용사례, 그렇다면 법이 문제다"

지난해 7월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창구단일화 강제 제도'가 도입됐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단결권 확대를 빌미로 한 교섭권 축소' 또는 '사용자의 교섭방식 선택권 강화로 어용노조 양산' 등의 비판을 받으며 시작된 창구단일화 강제 제도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노·사·정 간에 이견이 컸던 만큼, 복수노조 도입과 창구단일화 강제제도는 도입 이전과 이후에도 끊임없이 논쟁 대상이었다. 노동부에서도 제도 도입 10일과 한 달, 100일을 맞아 각각 자료를 낼 정도였다. '평가 전쟁'이라도 불러도 좋을 정도로 노동계와 정부가 같은 수치를 높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의 속내가 드러나는 사건도 있었다. 노동부는 복수노조 시행 일주일을 맞던 지난해 7월 11일, 이채필 장관이 친히 기자들 앞에 직접 나서 설명한 <상반기 노동관계 현황> 자료를 통해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새 노총 설립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록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재앙과 같은 인물이지만, 이런 솔직함 만큼은 높게 사주고 싶다.

'새노총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노동부의 해석 속에 창구단일화 강제제도의 진실이 숨어있다. 그리고 제도 시행 1년에 걸쳐 나타난 모습 역시 그러하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생겨난 복수노조의 경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최근 쟁의를 겪은 사업장 또는 민주성이 짙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생겨난 경우'다. 유성기업과 쌍용자동차, KEC, 한진중공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모두가 하나같이 파업이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된 직후에 사용자의 지원-개입 의혹과 함께 복수노조가 설립되고, 창구단일화 제도와 사용자의 자율교섭 선택권이 기존 노조의 씨를 말리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로 공공부문에 집중된 복수노조 설립도 눈여겨봐야 한다. 6500명에 이르던 조합원 규모가 불과 1년 만에 1500명으로 떨어진 발전노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부문의 경우 예산과 운영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실상 정부가 '숨겨진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관 평가'를 무기로 작정하고 노조파괴에 나설 경우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발전노조 파괴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한국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은 올 6월 기관장평가에서 A등급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버스와 택시 등 운수업종의 복수노조 설립 비율이 높게다. 택시와 버스 업종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노사간 담합구도에 대한 불만에 따른 민주노조 설립 의지가 높기도 하지만, 신차 배차 배제나 충전카드 차별지급 등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사용자의 선택지도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제도 시행과 함께 버스와 택시 부문의 복수노조가 도드라지게 높게 나타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담합적 노사관계에 대한 불만이 민주노조를 부르고, 민주노조를 견제하고 탄압하기 위한 어용노조가 곧바로 뒤따르는 식이다. 공공부문과 운수업종의 복수노조 양태는 복수노조 제도가 기존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사용자의 입김이 닿기 쉬운 곳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내 준다.

▲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 ⓒ프레시안(김윤나영)

어용노조 또는 친사용자 노조의 등장이 민주노조를 곤란에 빠트리는 이유는 이른바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제도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다. 노동부가 복수노조 도입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 사용자에 교섭 요청조차 할 수 없다. 대법원조차 원청업체의 영향력을 근거로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이지만, MB정권 들어 법 위에 군림한 노동부가 이런 판결에 신경 쓸 리 만무하다. 또 용역이나 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그 특성상 여러 사업장에 나뉘어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려 치면 전국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다른 사업장 노조와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소수 민주노조에는 노동3권 없다?

왜 '사용자 주도의 노조'가 제도 시행 초기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현재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자율교섭을 할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택하면 되고, 민주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소수 어용노조를 만들어 자율교섭을 진행하면 된다.

여기에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동원하면, 불과 수 명으로 시작한 어용노조를 순식간에 과반 이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면 민주노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출범과 함께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과반 이상'을 조직하지 못하는 순간, 탄압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제도시행 초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출현이 줄을 잇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채택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 개정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제도는 교섭대표에게 교섭당사자의 지위는 물론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권리 일체를 부여하고 있다. 사실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권 및 파업권을 포함한 쟁의행위 등 소수노조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창구단일화 제도가 법률가들로부터 '헌법 제37조 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에 해당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사 다수 노조라고 하더라도 다른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쟁의행위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즉 소수노조의 파업권 소멸은 물론이거니와, 소수로 구성된 친사용자적 노동조합, 혹은 어용노조가 전체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게다가 현행 노조법은 창구단일화 대상에 초기업별 노조를 일괄 포함시켜, 산별교섭을 무력화시키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산별노조의 사업장 지부(혹은 지회, 분회)가 사업장 내 과반 미만의 소수노조의 경우, 산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라 할지라도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하였을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참여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그야말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노조법'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민주노총 탄압'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자율교섭 여부, 사용자 아닌 노조가 선택해야

해법은 '자율교섭 보장'이다. 한국의 노사관계 현실이 그러하다. 노동부가 지난 2007년 조사-발표한 <복수노조 병존 사업장의 노사관계 실태연구> 보고서에 답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말 현재 총 72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중 92%인 66개 사업장이 '자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즉 한국의 교섭현실에서는 오히려 자율교섭이 더 적합하다는 사실이 현실을 통해 드러난 셈이며, 이렇게 자율교섭을 해서 회사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에 빠졌다는 보고는커녕 징후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노동자의 단결을 보장해 사용자와의 힘의 불균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이 바로 노조법의 취지다. 복수노조가 생겨날 경우 힘을 모아 사용자와의 교섭력을 극대화할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를 대변하기 위한 노조와는 별도로 자율교섭을 진행할 것인지는 노조가 판단토록 하면 될 문제다. '사용자의 교섭비용 절감'이란 경제논리에 노동3권을 예속시켜 생겨난 비극이 오늘날의 창구단일화 강제제도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는 복수노조 관련 두 개의 노조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지만 이 법안들은 '노조법 털끝 하나 못 건드린다'는 정부의 반대 속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새롭게 문을 연 19대 국회는 지금이라도 노동계의 법개정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회는 법을 만들기 위한 곳이지, 못 만들게 막기 위한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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