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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핵발전 사고 나면 짐 챙기지 말고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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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산 핵발전 사고 나면 짐 챙기지 말고 도망쳐"

[탈핵 좌담회] "고리 원전 재가동, 부·울·경은 불안하다"

원전 사고, 한국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일에는 신월성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20일만에 생긴 고장이었다. 그뿐 아니다. 부산에서 가까운 고리 원전에선 발전소 간부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서 줄줄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비리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은 부실이다. 허술한 관리 속에서 사고 위험은 부풀어 오른다. 지난 2월 고리 원전에서 발생한 전원 공급 중단 사고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그래서다. 사고 원인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발전소 당국은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 이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채 지나간 원전 사고가 이미 여러 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정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을 이유로, 정부는 지난 6일 고리 원전 재가동 결정을 내렸다. 원전 사고, 과연 안심해도 되는 걸까. 가장 불안한 것은 역시 원전 근처 주민들이다. 서울에 있는 정책 당국자들이 그들의 불안에 공감하기엔 한계가 있다. 마침,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탈핵 활동가들이 한데 모였다. <탈핵신문>이 반핵운동의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려는 취지로 마련한 연속 좌담회 자리였다. 지난달 26일 부산환경운동연합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 내용을 <탈핵신문>의 허락을 얻어 간추려 소개한다. 좌담회 전문은 <탈핵신문> 홈페이지(http://nonukesnews.kr)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 ⓒ탈핵신문

지역별 반핵운동의 현황과 평가

김해창(사회,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믿음이 일본에서조차 무너졌다. 올 1월 밀양 송전탑 이치우 열사 분신, 3월 고리1호기 정전은폐사고, 6~7월 고리핵발전소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등의 특별점검, 결국 '기술적으로 문제없다'며 재가동 허용…등. 한국에서도 국민들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들의 마음은 '고리 원전을 지금 재가동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임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첫째, 부울경 반핵운동의 현황과 평가 둘째, 부울경 지역연대 및 주민조직과의 연계 셋째, 현안인 고리1호기 폐쇄여부 및 밀양 송전탑 문제 넷째, 장기적인 반핵운동 전망, 로드맵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의견개진을 진행해 주면 좋겠다.

박종권(핵발전소확산반대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 경남은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핵발전소확산반대경남시민행동이 있다. 창원은 고리에서 56km 떨어져 있다. 주1회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서 고리1호기 폐쇄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아직까지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운동하는 사람들의 열의와 절박성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70여개 단체가 연대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서는 고닥폐(고리1호기 닥치고 폐쇄 카페)를 두 달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는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열기가 식어 침체되어 있다. 참 고민이 많다. 최근 '공동행동' 대표자 회의에서 대선을 앞둔 10월 초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오영애(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 : 울산은 작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인 울산공동행동을 만들었고, 33개 단체, 정당, 정치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일상사업으로 대중강연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벤트 영화제, 만화전, 전시회 등도 진행했다. 1인 시위를 6개월 연속 진행했고, 찾아가는 탈핵골목순례, 1박2일 탈핵농성캠프 등도 있었다. 시민대상 대규모 행사를 한 달에 2번 정도 쉼 없이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과 함께 고리폐로 인증샷을 진행하고 있다. 20일 동안 2천5백명의 인증샷을 받았다.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피로감이 있고, 활동가들도 역할을 바꿔주기를 요청해오고 있다.

김준한(765kv송전탑반대 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및 반핵부산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신부) : 밀양은 7년째 싸움이다. 올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으로 국면이 전환됐다. 2월 1일 분신대책위가 출범했고, 일상적인 활동은 수요일 촛불 문화제와 금요일 미사가 있다. 이외에도 마을별로 주민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밀양에선 공사가 치고 들어오고 있다. 큰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헬기를 동원해 중장비를 실어 나른다. 현장이 69곳이다보니, 어딘지 미리 알지 못하면 헬기를 딱 보고 올라가는 데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막지 못한다. 현장에서 어르신들이 계속 막아왔고, 탈핵희망버스, 초록농활대 등 외부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있다. 정치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난 월요일 국회에서 피해자증언대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목적은 19대 국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은 없다. 백지화가 목표고, 공사중단 등을 내세우고 있다. 주민대책위와 분신대책위 2곳이 연대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정수희(반핵부산시민대책위 사무국장) : 부산은 세 번째 국면을 맞이한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대책위가 구성되어, 작년 한해는 네트워크 수준의 활동을 진행했다. 3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 시기 주요활동은 후쿠시마 이후 고리핵발전소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 대응이었다.

두번째 시기는, 전체 반핵운동에서 부산이 특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부산대책위가 이를 힘있게 돌파해나가지 못한다고 판단해, 김준한 신부 등이 공동대표로 결합하는 등 부산대책위 내 사무국을 구성하게 된다. 올 1월부터 사무국을 중심으로 지금은 54개 단체가 함께한다.

지금은 또다시 대책위 재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책위가 덩치가 커지다보니 열심히 결합하는 단체와 그렇지 않는 단체가 있게 마련이고, 그 의사를 재확인하고 활동을 진행해 나가자는 측면에서 세번째 국면이다.

첫째 국면에서 고리1호기 폐쇄 중심이냐, 현재 계획중인 신고리 5~6호기를 막을거냐, 좀 더 일반적인 탈핵사회를 위한 활동이냐를 놓고 여러의견이 있어 합의하지 못 했다. 두 번째 국면은 고리1호기로 집중하자는 의견이 모였지만, 각종 비리 사건과 발전기정지 은폐사고가 드러나며, 고리1호기가 전국적인 사안으로 떠오른다. 4월 1달간 농성, 인간띠잇기행사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다급한 마음이다. 고리1호기가 재가동하게 될 때 우리가 느낄 무력감, 좌절감을 회의에서 이야기 할 정도로, 우리행동으로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뚜렷하지 않아, '몸부림치고' 있다. 지금 부산그리스도모임이 1인 릴레이 시위를 7월 9일부터 부산시청앞에서 매일 진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책위는 뭐하고 있냐, 고리1호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해야하지 않는냐'는 요구가 올라온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3기는 장기전을 준비하는 시기로, 당장 재가동하더라도 수명연장이 종료되는 2017년에는 폐쇄할 수 있도록 절차나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공동인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울경 연대는 필요한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는?

▲ 김해창 교수 ⓒ탈핵신문
김해창 :
후쿠시마 사고로 반핵은 전 국민의 문제가 됐다. 밖에서는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듣고 보니 열사람이 한 도둑을 못 막는 상황이다. 부울경 연대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정수희 : 고리지역, 즉 고리핵발전소 인근의 장안읍(부산시 고리군), 사생면(울산시 울주군)에는 고리1호기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신규건설문제 2가지 사안이 있다. 지역은 양분되어 있다. 장안지역은 일단 '고리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의 입장이고, 사생지역은 '고리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는 빨리 건설'의 입장이다. 서로 예의상 고리1호기 주도는 장안 쪽에서, 신고리 5~6호기는 사생 쪽에서 하고 있다.

장안 쪽 주민자치위가 중심이 되어 고리1호기 폐쇄를 적극적으로 나서 하고 있는데, 지금 재가동 여부를 지경부와 원안위는 지역주민 추천 전문가·기관의 검증을 받기로 했고, 구성되고 있다. 지난 주 부산대책위와 기장지역 주민들 첫 공식 상견례가 있었고, 서로 관계를 개선하자고 이야기했다.

지역 주민들은 어찌되었던 2005년 고리1호기 수명연장을 동의해줬고, 지금 와서 폐쇄하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지금은 '안전한지 안한지'에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제제기했다. '고리1호기 안전여부를 평가하는 주체들과, 참여하는 사람들이 지역주민들일 수만은 없다'고. 주민들은 자기들을 믿어달라고 한다.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판단 혹은 절차가 타당하지 않다면 그 때 문제제기하라고.

오영애 : 아직까지 탈핵운동과 관련한 사회적 정의가 잘 내려지고 있지 않다. 탈핵운동의 주체와 이해관계자가 어디어디냐. 옛날에는 5km이내의 주민들이 거의 유일한 이해관계자였고, 환경단체 정도가 있었다. 최근에는 송전탑 등도 이해관계자로 들어왔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즉자적인 현장의 움직임이 있고, 지역대책위, 주민들, 먹거리 단체 등 누가 내부를 총괄 지휘, 조정할 수 있는 그룹이 없다. 그간에는 환경단체, 주민들이 지도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다. 각 지역별로 탈핵운동 정의도 통일되어 있지 않고, 공유가 되지 않다보니 부산은 자의적으로 고리1호기로 집중하자고 했고, 협의도 없이 '울산에서 신고리를 맡는다' 등으로 생각하고 있다.

울산의 서생, 온산 등은 주민 대책위 등이 있다. 서생은 예전 생존권수호위원회 위원장조차 '신고리 5~6호기는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 동안 '막아봐야 지치기만 하고', 신고리 5~6호기로 보상받고 아예 유치를 적극적으로 하자는 입장으로 거의 통일됐다.

정수희 : 지역주민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이유가 '막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는 것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영애 : 우리가 보기에 이번 신고리5~6호기 공청회 진행 시 여실히 눈으로 확인했다. 고리1호기 폐쇄까지도 신고리 5~6호기 협상을 위한 정치적 수순으로, 신고리 5~6호기 관련한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은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온산도 대부분 그런 상황이다.

주민들과 우리가 어떤 관계를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핵문제와 관련해 5km이내 주민들의 발언권, 영향권을 줄여야 한다. 사회적인 이해관계자 그룹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런 부분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김준한 신부. ⓒ탈핵신문
김준한 :
고리의 주민조직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 밀양에서 회의 후, 사무국장과 이야기에서 쟁점이 되었던 부분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주민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것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누군가 밀양에 결합해 준 것은, 오로지 현장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던 그 생생한 현장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주민조직과의 연대는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때는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 막힌 벽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포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김해창 : 고리를 부울경이 둘러싸고 있는데, 경남은 연대의 필요성을 어떻게 보나

박종권 : 우리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부산대책위에 '경남도 넣어 범영남으로 연대기구를 만들자. 큰 이슈가 있을 때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얼마전 부울경 회의에서 연대기구는 못 만들더라도, 연대회의체 정도는 하자고 결론을 맺었다.

오영애 : 연대하자는 데, 연대하지 말자고 하면 동문서답이 될 것이다. 현 탈핵운동의 주요 슬로건을 '고리폐로로 가자'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처럼 고리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으니까, 대중적으로 풀어갈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운동, 구체적인 행동을 집중하는 것은 밀양 송전탑과 삼척과 같이 동력이 있는 이 두 곳이 직접행동의 구심이 되어야 한다.

부울경은 지역적으로 연대하다지만, 연대할 일이 없다. 탈핵운동은 대중적으로 '총선, 대선에서의 정치운동이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전국 시민대상으로 선전 등을 해야 하고, 고리가 가장 쉬운 주제로 올라와 있으니까, 그것을 계속 살려가야 한다.

김준한 : 연대가 되어 있을 때는, 처음 전술과 프로그램을 짤 때부터 달라질 수 있다. 오늘 얘기만 들어도 저는 너무 좋았다. '아, 마창진은 이런 느낌이구나,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마창진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오영애 : 전국차원에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있다. 고리폐로 이슈가 떴다면, 고리폐로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공동행동'에 설치하는 거죠. 부울경 위원회가 아니고, 고리폐로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부울경이 들어가는 거죠.

김준한 : 저는 고리폐쇄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결국 부울경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사안들이 밀려있는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다. 경북 등이 대신해 주지 않을거다. 제가 보았을 때 '공동행동'이 제안하는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대선 국면 지나고 나면 다 끝나는거죠. 특별위원회 성격보다 저는 조금 더 장기적으로 가자. 그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오영애 : '공동행동'이 있고, 부울경이 연대체이건 회의체이건 있고. 어찌되었던 간에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가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울경 논의하고, '공동행동'에서 다른 논의하고 하면, 조직이 안되는 길이다.

김준한 : 제가 봤을 때,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가 지역과 수도권이 연대가 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이 서울 안의 프로그램으로 돌아가고 있다. 단적으로 고닥폐가 오랫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이것이 전체 판에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논의가 진행돼야 했을까. 서울의 한 거점으로 집행위 차원에서 풀어야 되는 이야기인데, 고닥폐의 상징성이 그렇게 커졌을까. 부산이나 밀양에 있는 제 입장에서 좀 의아하게 느꼈다.

부울경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대구 경북은 조직이 되고 있고, 전라도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틀이 있다. '수순이 그렇게 가겠구나', 그러면 다시 '공동행동'과 큰 틀에서 같이 가겠죠. 지역의 현안들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들로 조금 색깔이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오영애 : 논의와 상관없이, 일단 문제의식은 전달되었다. 전 세계에 전쟁으로, 기아로 이런 저런 대형사고로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많다. 서울 사람들이 여기(부울경) 처럼 달라들 일은 없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당장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핵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밀양과 삼척을 중심으로 훈련된 활동가들이 결집해야 하는 필요는 있지만, 부울경은 아닐거라는 거죠.

최대 현안, 고리1호기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김해창 :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1호기 재가동 허용 결정을 했다. 현안인 고리1호기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오영애 : 고리폐로는 대선을 겨냥해서, 국민여론을 최대한 집중시키는 방안으로, 부산·울산이 힘을 합쳐 뭔가를 보여주자며 7~8월 총력을 기우려 만명 인증샷을 받고 있다. 원안위나 지경위에 대한 입장은 '공동행동' 전체 입장과 같이 간다.

▲ 핵발전소확산반대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탈핵신문
박종권 :
창원시의회 고리1호기 폐쇄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후속 조치로, 고리1호기 사고시 창원시 방재대책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자료집이 왔다.

예를 들어, 방사능이 오염되면 식수대책으로 '우물물을 확보한다'고 되어 있더라(웃음). 우물물이 어디어디 있는지 그 자료를 달라. 요오드제 12만명 분을 확보하고 있다는데, 창원시만 해도 100만명인데, 12만명만 분으로 어떡하냐, 대책은 뭐냐. 답변이 오면 '이렇게 방재대책이 허술하다'는 것을 언론에 알릴 작정이다.

정수희 : 많은 분들이 '고리1호기 재가동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폐로시킬 방안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고리1호기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국민위원회를 만들자, 우리도 폐로의 경험을 해보자' 등을 제기해나가고 있다.

원안위나 지경위 대응은 부산시와 시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 지경부, 원안위가 지역주민들로 국한해 이 문제를 축소시키고 있고, 이렇게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당사자인 부산시와 시의회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도 움직일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

원안위나 지경부는 서울의 '공동행동'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해창 : 보충하면, 실제 부산시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부산시장이 중앙부서에 원자력 관련법안을 바꾸게 할 수 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부산시민의 목소리를 전하지 못하고, 기장과 고리의 목소리 형태로 되니까 왜곡된다. 적어도 부산시의회는, 기장군의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영애 :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의 지위, 위상이 어떻게 되나

김해창 : 부산시의 자문기구로, 부산시 부시장이 위원장이다. 시의회는 의회 내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오영애 : 이 모델이 다른 도시에 있나

김해창 : 부산 외에는 없다.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생겼다가, 형식화되어 있던 것이 이번에 정전사고, 은폐사고, 납품비리 있으면서 공개됐죠.

오영애 : 시민들이 핵발전 이해관계를 갖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주민들 중심으로 들어가고, 지자체장이 위원장이 된다. 여기에 시민단체는 안 끼어준다. 이런 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단체가 들어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김준한 :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중재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공이 한전에 없고, 지경위에 있다. 지경위를 압박하는 국회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끊임없이 현장을 지키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지금부터는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치적인 노력들을 계속하면서, 안에서 판을 짜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신 이유가, 내가 죽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외로움과 고립감이었다. 저희의 바람은 제2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 땐 지더라도, 외롭지 않게 져야 하기에, 계속해서 외부와의 연결을 가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정수희 : 송전탑과 관련해 부산 정관신도시도 기억하면 좋겠다. 딱히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관도 굉장히 비슷한 절망감을 부산대책위도 느끼고 있다.

김준한 : 송전탑과 관련해, 밀양시, 청도군, 구미시, 새만금 쪽도 대책위가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어떤 연계를 가지고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밀양을 고립시키려고 하니까, 그것은 밀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청도는 너무너무 억장이 무너지더라.

어떻게 탈핵할 것인가, 그리고 문재인

김해창 : 최근 대선후보들도 탈핵을 언급하고 있다. 얼마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060년 탈핵을 발표하면서, 반핵운동 내에서는 성명서를 낼지 말지를 갖고 논란을 했다. 민주통합당 기본 입장은 2040년, 김두관 후보도 2040년을 발표했다. 녹색당은 2030년을 잡고 있다. 어떤 전략으로 탈핵을 해야 할까.

▲ 오영애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 ⓒ탈핵신문
오영애 :
우리의 깃발은 '당장 중단'이다. 독일도 그렇게 했다. 현실로 들어가, 고리1호기 폐로 하나만 동의해줘도 친구로 갈 수 있다. 나머지는 '아쉽다, 더 분발해달라' 이런 요청을 한다. 60년보다 30년이 낫다. 이것은 내부적으로 무엇을 가지고 판단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60년이기 때문에 '너는 적이다'라는 구분은 안한다. 그리고 계속 견인한다는 입장이다.

정수희 : 그 당시 부산에서 논쟁이 되었던 것은, 그 만큼 우리사회가 탈핵 과정에 대해 논의를 안 해왔다는 것이고,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탈핵사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하고 있다. 단적으로 '전기 쓰지 말자는거냐'며 분들이 있다. 한 사회가 에너지전환을 해 나가는 모델들, 예를들어 독일 같은 그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종권 : 문재인 후보의 2060년 탈핵 논평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공동행동'에서 논평을 못 내고, 찬성하는 단체들만 연명해 논평을 냈다. 핵 없는 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 일부 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그러냐며 옥신각신 했다. 민주통합당 세 후보가 핵은 반대하고, 신규핵발전소 금지하고, 고리1호기 폐쇄, 수명연장 반대한다. 그 중 한 사람은 2040년, 또 한 사람은 2060년을 언급하고 있다.

2040년, 2060년은 앞으로 얼마든지 조정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2040년 하더라도 2030년으로 앞당겨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탈핵을 표방했다는 측면에서 지지해야 한다. '2060년, 너 장난하냐'는 비난 조는 문제가 있다. 2060년 일부 문제가 있지만, 환영한다. 우리의 우군을 많이 만들어가야 한다. '너는 엉터리야, 가짜야'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김준한 : 문재인 논평과 관련해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2060년 탈핵과 관련해) 환영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은 심각한 착오가 있다고 생각한다. '너는 아니야'라고 쳐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미약하게 의견을 내서는 안된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고리1호기 폐쇄와 신고리 안 짓는 것을 정해두었다. 문재인을 기다렸던 것은, 자기가 새누리당이 아닌 이상 논조가 강하게 나와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더 밀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저변확대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조금은 선명성을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해창 : 정치운동으로서 녹색당은 어떻게 보나, 보완할 주제가 있으면 제기해 달라.

오영애 : 녹색당 당원이다. 하고 싶은 말이, 주민들 만나는 에너지로 녹색당에 주력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의 탈핵운동에 녹색당 역할이 지대했다. 실제로 탈핵이 정치적 문제라고 개념규정하고 있잖아요. 녹색당이 핵에 대해서 좀 더 치열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반핵운동진영에서 전략적 연대와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 필요가 있다.

윤종호(탈핵신문 편집위원장) : 보충한다면, 앞에서 탈핵의 정의가 뭐냐는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우리의 깃발은 '지금 폐쇄다'라고 하셨는데, 각 대책위가 생각하는 탈핵, 탈핵운동, 일종의 탈핵 로드맵을 시민들과 독자들에게 전개해주면 좋겠다.

오영애 : 법 테두리 내에서 캠페인하고,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시민운동이 해오던 방식이다. 탈핵운동, 시민단체가 주로 하고 있다. '그것이 미약하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탈핵운동의 개인적 깃발은 '즉각 중단'이다. 에너지문제 전환가능하다. 제 수준에서 확인된 바 있고, 세계적 사례도 있다. 당장 중단하고 가야지 탈핵사회를 빨리 갈 수 있다.

어찌되었던 전체 국민들 상대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확인된 부분은 정치권내에서 풀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왜냐하면 특별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전국민의 이해관계다. 정치에서 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총선, 대선 활동을 하고 있는 거고.

▲ 정수희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사무국장. ⓒ탈핵신문
정수희 :
부산은 대책위가 있고, 대책위 회의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들이 있어, 모두 합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제 개인의견으로는 실제 부산에서 고리1호기는 현안이고,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울산과 마창진의 시민들과 많이 다르다. 총선과 대선을 통해 이 국면을 타개해나가자는 것은 올 초 판단이었다. 총선에서 핵이 이슈가 되지 못했고, 대선에서 이슈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모두 같은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뭘 할 것이냐, 1~2년하고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86년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우리나라 반핵운동이 급격하게 일어난 것은 89년, 91년인데 그 시차가 있었다. 정치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움직여야 하고, 시민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이 조급해 하지 않고, 장기 플랜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박종권 : 저는 핵발전소 문제를 상당히 절박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 딸이 김해에 있는 대학 다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화해서는 혹시 뉴스에 부산 핵발전 사고 났다면, 짐 챙기지 말고 바로 서울로 도망쳐 오라고 한다. 탈핵학교를 다니는 어떤 주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자기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하더라. 핵발전소가 지금 터질지, 1~2년 안에 터질지, 30년 안에 안 터질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것이 더 무서운 거죠. 그래서 절박성이 있는데, 운동진영에서 절박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하고요. 그래서 운동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문화운동 방식, 온순한 방식은 지양해야 하고, 정밀하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런 운동이 되어야한다. 고리핵발전소 집회를 몇 번했지만, 그렇게 온순하게 하면 경찰 안오고, 주민들 관심없고, 언론도 안온다. 기자도 오지 않는 그 집회를 1천~2천명 하면 뭐하냐.

통계자료를 뽑아 왔는데, 활동가들이 일반시민들에게 절약을 너무 강조하면 안된다. 일반 시민들 가정전기를 14.1%밖에 안 사용한다. 86%가 기업, 상업에 쓰고 있다. 그런데 가정에 절약하라고 요구하면 더 이상 절약할 게 없는데, '절약이 이렇게 어렵구나, 핵발전소 어쩔 수 없구나' 라고 포기하게 된다. 가정용은 일본에 비해 반밖에 안된다. 효과도 미미하다. 맘껏 쓰고 있는 기업체에 절약을 강요해야 한다. 전체 전기 10%만 줄이면 우리나라 핵발전소 당장 반을 없앨 수 있다. 에너지절약기술이 다나와 있는데, 싼 전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지 않잖아요. 기업의 전기요금이 일반 가정의 요금 반밖에 안된다. 일반 가정에서 이익을 내어 기업에 보전해주는 이 구조를 빨리 바꿔야 한다. 환경운동진영은 국민들에게 이 부분을 부각시켜줘야 한다.

정수희 : 신고리 5~6호기 공청회 때 서생, 밀양 주민들, 학생들, 부산대책위 등 100명 정도가 밖에서 못 들어갔다. 싸움이 크게 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때 판단에 누군가가 심하게 다치고, 이런 장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법인가는 다르게 생각한다. 실제 세계가 어떻게 바뀔까, 우리 사회가 탈핵을 선택할까하는 핵심적인 부분은 기층이라고 생각한다.

박종권 : 상대가 거대한 자본, 국가권력과 싸우기 때문에, 그런 말랑말랑한 방법으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엄청나게 큰 사람과 약한 사람의 싸움에서 짱돌을 들거나 하는 것은 정당방위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오영애 : 밀양이 삿대질 하고 서로 욕할 때 굉장히 힘들더라. 근데 부산대책위 분이 큰 화분을 들고, 한수원 출입문 유리를 깬다고 들고 오더라. 그 분 총대를 메신거다. 부산에서 저지를 했다. 기본 중에 기본은, 우리가 절실해야 또 죽겠다고 난리를 쳐야 돌아보는거죠. 사람심리가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 탈핵활동가들은 한줌이 안된다. 이해당사자가 없고, 조직이 없다. 시민들이 핵문제를 느끼는 강도가, 지금 먼나라 전쟁이나 기아로 죽어가는 강도로 느끼고 있다. 지금 시기에 대선을 보면서, 총선과 다른 것이 이거에요. 말랑말랑하면서 시민들은 고리1호기를 폐로하는 것에 공감한다는 거죠.

박종권 : FTA 집회, 광우병 집회할 때 도로점거하고 굉장히 과격했다. FTA보다 핵발전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핵발전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온순한 말랑말랑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준한 : 저는 문화적 프로그램을 했을 때 정말 좋았다. 이런 것이 훨씬 많이 생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과격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어느 날 부터인가, 약간 금기시되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공감한다. 누구 어떤 개인에게 결단해서 너가 한번 해봐라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룹이 있어야 한다. 전체 판에서 이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용인되고, 민폐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가 인정하고, 방법상의 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사안에 대해서는 딱 집어 타격해야 하는 것들, 독일에서도 폐기물 수송 기차를 막지 않냐. 역사적으로 보면, 그런 부분을 할 수 있다면 우리들의 방법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김해창 : 2시간 반 동안 좌담을 진행했다. 반핵운동의 내부 흐름을, 자기 고백적으로 아쉬움과 부족함을 많이 드러낸 것 같다. 작년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을 통해 국민들이 한사람의 희생을 공감했던 것처럼, 고리1호기 폐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오늘 반핵운동의 고민, 고뇌를 반영한 지상토론회, 장시간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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