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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에너지/원자재 시장을 조망할 때 주목할 것은, 주로 개도국들로 구성된 공급국에서 꾸준히 증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무장한 이들 국가들이 계약 재협상, 관련 법안 및 규제 개정, 외국기업의 자산 몰수 등을 통해 다국적 기업들이 채굴한 자원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더 많이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의 카샤간 프로젝트나 브라질 석유광구 탐사 사업과 같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위험한 프로젝트에 정치적 위험까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하에 새로이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는 한국의 '자원외교'는 큰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들의 활동 무대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최전선까지 확대되고 있다. 즉, 자국이 보유한 자원 접근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는 자원보유국(투자 유치국)의 간섭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얘기다. 투자유치국에 의해 자산 몰수, 노골적인 계약 위반, 인질 사태, 차별적 규제 적용 등의 불이익을 당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당면한 문제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자원 보유국들은 현재 외국인 투자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또한 투자국으로서 혜택을 입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에 비해 한국 기업의 투자가 정치적으로 덜 복잡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 부정적 외부환경 요인에 따라 한국은 에너지 외교를 전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할 수 있어야 에너지 안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몇 가지를 조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치적 위험' 조기경보 시스템 및 레버리지(협상력) 제고
점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조기 경보 시스템의 구축 및 위기 발생시 조기 대처 능력 배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한국 정부가 카메룬 등과 같이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개도국 내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지에 위치해 있는 대사관을 중심으로 현장을 가까이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해외진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리스크 완화는 또 다른 문제다. 모니터링으로는 불충분하다. 진출국을 포함한 원거리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정치·경제적 위험을 분석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간 협조가 절실한 영역이다.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에너지 수입대국이지만 석유 탐사·생산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영향력이 미미하다. 또 투자유치국이 탐낼 만한 최첨단의 '틈새 기술력'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특별한 레버리지가 없어서 한국 기업들이 같은 시장에 진출해있는 주요국 기업들에 비해 투자 유치국의 간섭과 착취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외교활동과 경제적 도구(차관, 경제적 지원, 제재),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 및 세계 여러 곳의 시민 사회와의 접촉 저변 확대 등 다양한 활동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서 전략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시민사회와의 접촉 활동을 통해 리스크를 줄인 예는 여럿 있다. 세계최대의 금광회사인 배릭골드(Barrick Gold Corporation)는 탄자니아의 시냥가 지역에서 지역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에이즈(AIDS) 예방 교육 등을 실시했다. 이 덕분에 지역 탄광 근로자들간 에이즈 전염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회사의 이미지도 한껏 제고되었고 직원들의 잦은 병가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의 비용 손실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중국이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사회 인프라 구축, 공공 보건의료 지원 등을 통해 아프리카 정부의 신임을 얻은 후 이러한 지위를 활용해 아프리카의 자원국들이 천연자원에 접근하고 있다.
중기적인 공략 지역
한국이 앞으로 중기적인 시각을 갖고 고려해봐야 할 지역은 카자흐스탄과 콩고이다. 카자흐스탄서 진행 중인 세제 개혁은 2009년께에는 현지 활동 기업들의 수익성을 현저히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에서 석유 탐사, 개발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콩고의 경우, 중앙정부가 이미 채광 활동 중인 외국 기업들과 맺은 장기 계약을 재협상 중이다. 이러한 개도국들의 계약 경시 풍토를 염두에 두면, 최근 민주콩고에 진출한 삼성과 한국 석유공사 육상 유전 탐사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정치적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자에 대한 분석도 점점 더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다. 중국 국영 기업들은 최근 들어 앙골라, 수단 등의 에너지 보유 개도국을 대상으로 에너지/천연자원 확보 외교를 가장 활발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중국이 투자국-자원보유국간 계약 관행을 재정의하고 있는 점이다. 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자원보유국들의 기대치를 높여놓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중국은 민주콩고에 수백억 달러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대가로 천연광물에 대한 장기 접근을 보장받는 등 새로운 전략을 쓰고 있다. 반 바터(barter), 반 합작 벤처로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다.
사회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300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천연자원 채굴 공동 벤처를 세우고 여기서 채취된 구리와 코발트는 중국으로 수출하도록 독점적인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다. 민주콩고가 차관을 전액 상환한 후에는 합작 기업에서 나오는 수입은 중국과 현지 기업이 68:32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상황이 이러니 경쟁국들은 한껏 기대치가 높아진 투자유치국이 자국 내 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 또는 개발원조 등을 자원 접근에 대한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 주변국 전략
에너지 외교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정보와 첩보만 필요한 게 아니라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정확히 평가해내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해외 모든 원유 공급자들이 한국의 에너지 수요에 적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유한 수요(needs)에 맞추어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한 시장을 발굴해내고 이러한 기회를 구체적인 탐사 프로젝트로까지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유자원이 지리적으로도 접근 가능하면서 정치적으로도 한국 투자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자원보유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러시아의 극동 지역과 캐나다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유전 개발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데 이유로는 러시아 정부가 광물채취 자원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탐사·개발 프로젝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식 계약 당사자가 아닌 '주니어 파트너(junior partner)'로 계약을 맺길 요구하는 등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이다. 대규모 다국적 컨소시엄들은 이러한 악조건 때문에 극동지역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조건이 그리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본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또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 측과의 계약을 통해 수출 다변화 전략을 꾀하여 거대한 중국 시장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다른 기회의 땅은 캐나다다. 현재 엔브릿지사가 앨버타-태평양 원유 수송 파이프를 건설하고 있는데 1단계가 완성되면 1일 생산량은 30만 배럴, 2단계에서는 1일 생산량이 60만 배럴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는 그간 석유 구매자로 중국해양석유(CNOOC) 사와 협상을 해왔지만 중국 내 인권침해 문제로 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는 한국 기업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베트남, 태국, 그리고 인도가 좋은 기회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가 적합한지 한국 정부와 원유업계의 재평가가 요구된다. 카자흐스탄 내 원유 보유량은 많지만, 여기서 생산한 원유를 한국 시장까지 조달하는 것이 비용적으로 합리적인 선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번역: 서동희 연구원 (미래전략연구원)
* 이 글은 미래연이 신정부 출범을 맞아 기획한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신정부의 정책> 시리즈의 첫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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