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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모기에 물리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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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모기에 물리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어린이책은 자연이다] 붉나무의 <사계절 생태 놀이>

어린이날 발행되는 '프레시안 books' 89호는 어린이 책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열두 명의 필자가 어린이 책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마음껏 펼쳤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의 어린이 책은 무엇입니까? <편집자>

이번 노동절에는 홍대 쪽에 약속이 있어 길을 나선 김에, 잠깐 짬을 내어 숲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봉산을 달려 보기로 마음먹고 증산동으로 차를 몰았다.

수색 성당 근처 골목에 차를 주차한 뒤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무작정 산 쪽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골목에서 만난 집들이 마냥 정겹다. 담장 사이로 보이는 나무들과 꽃들을 살피며 올라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세 거대한 고층 아파트가 앞을 가로막는다. 그 아파트 뒤에 산길로 이어지는 철 계단이 있었다.

서오릉까지 이어지는 산 능선을 따라 뛰면서 내려다보니, 전망 좋은 산자락 밑에는 어김없이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다. 가히 폭력적이다. 난 아파트가 늘 불편하고 낯설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신발이나 옷을 탕탕 털 수 없는 곳, 빨랫줄에 간짓대를 세워 이불을 널 수 없는 곳, 그 이불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 마음이 답답해 베란다 문을 열면 따뜻이 맞아주는 꽃밭 대신 낭떠러지만 보이는 곳. 그렇지만 이제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자라고 있지 않은가.

그런 아이들에게 자연은 인간이 정복하거나 그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려 줄 수 있을까. 자연에 대한 경제적 가치관에 물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고 융화해가야 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파트 단지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핀 새포아풀 한 송이에도 관심 갖게 할 일이다. 아파트 단지 화단이야말로 가장 가까이 있는 자연의 보물단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할 일이다.

▲ <사계절 생태 놀이>(붉나무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길벗어린이
<사계절 생태 놀이>를 쓰고 그린 '붉나무'(화가인 아빠, 글 쓰는 엄마 그리고 두 아이)도 이런 안타까움에서였을까, 책 맨 앞에 나오는, 봄풀들을 그린 장면의 배경은 들판이 아니라 층계와 보도블록이다. 담장 밑이건 가로수 밑이건 흙이 붙어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꽃마리, 방가지똥, 질경이, 광대나물, 냉이, 쑥, 민들레, 양지꽃 들의 모습과 이름과 특징을 소개한다. 뜯어 모은 들나물들을 가지고는 들나물 이름 맞히기 놀이를 한다.

"뜯어온 들나물을 한 가지씩 이름을 대면서 꺼내는 거지. 그럼 다른 사람들은 내민 들나물이 자기가 뜯어 온 들나물 가운데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는 거야. 이렇게 순서대로 해서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야." (21쪽)

먹을 수 있는 들나물들은 어떻게 만들어 먹을까. 들나물 요리 대잔치가 벌어진다. 나물별로 요리 방법도 다양하다. 꽃다지는 무쳐 먹고 부쳐 먹고 국도 끓여 먹는다. 질경이는 튀겨 먹고 쌈 싸 먹고 볶아도 먹는다. 민들레는 튀겨 먹고 버무려도 먹고 쌈도 싸 먹는다. 이런 흔하디흔한 들꽃들을 심어 화원에서 사온 화려한 꽃들보다 훨씬 아기자기한 화분을 만드는 법도 나온다.

봄이라고 어디 꽃뿐이랴. 봄에 볼 수 있는 곤충 관찰은 필수. 벌레를 불러 모으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빈 병으로 잡기, 잠자리채로 잡기. 나무줄기에 꿀이나 당밀(나무진) 발라 잡기. 불빛을 밝혀 잡기. 나뭇잎 아래 우산을 펼쳐 거꾸로 받치고 막대기로 나뭇가지 쳐서 잡기 등등.

사람보다 먼저 종이를 발견했다는 쌍살벌에 대한 소개도 재미있다.

"쌍살벌들은 나무껍질에서 섬유질을 뜯어 집을 만들어. 침을 섞어 잘게 씹어 반죽을 해서는 다닥다닥 작은 방을 만들지. 이게 바로 종이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야. 이 작은 방에다 알을 한 개씩 낳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그 방에서 자라는 거야. (…) 어미 벌은 큰 턱으로 애벌레나 다른 곤충을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고는 다리를 이용해 둥근 고기 경단을 애벌레에게 만들어 먹이지. 이게 바로 쌍살벌표 고기 경단이야." (61쪽)

이처럼 이 책은 생태를 복합적으로 다양하게 다루고 있으면서도 서술의 연결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전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이 가질 법한 호기심의 고리를 미리 찾아 하나씩 이어가고 있기에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 마냥 신나기만 하다. 또한 자연과 함께 하는 100가지도 넘는 놀이에 책을 읽어가는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다. 생동감이 철철 흘러넘친다. 이 모든 관찰과 실험과 놀이를 붉나무 가족이 직접 해보았기 때문이리라.

여름으로 넘어가면 주변 나무들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나뭇잎 놀이가 펼쳐진다. 잎 찾기 놀이, 나뭇잎 탁본 떠서 물고기 모양 만들기, 나뭇잎 무늬종이 만들기, 나뭇잎 가면 만들기 등등. 여름은 물놀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계절이다. 냇물에 사는 벌레들과 물속 생물들을 들여다보고 그네들이 살고 있는 물의 맑기를 비교도 해본다. 냇가의 돌멩이로 할 수 있는 온갖 놀이는 물론 조릿대 잎과 밤나무 잎과 소나무껍질 등 나무의 잎과 껍질로 배를 만들어 물에 띄워보기도 한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는 당연히 열매 대잔치가 벌어진다. 여기서 퀴즈 하나, 잠자리를 잡았다 놓아주어야 하는 이유는? 개체수가 날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아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 파리, 깔따구 등을 수백 마리나 잡아먹기에 모기에 물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는 나무를 관찰할 게 무에 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죽은 듯 보이는 나뭇가지를 두 뼘만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신기한 것투성이다. 그 나무의 3년 동안의 성장 과정과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여름부터 만들어 놓은 꽃눈과 잎눈하며 끝눈과 곁눈도 있다.

신기한 건 잎이 떨어진 자국(잎자리)이다. 모든 나무는 각기 다른 표정의 잎자리를 지니고 있다. 가중나무는 하트 모양을, 물오리나무는 아기 원숭이 얼굴을, 황벽나무는 아빠 원숭이 표정을, 아까시나무는 뿔 달린 도깨비 모양을, 붉나무는 푸근한 엄마 수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표정이 있고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다정한 그림, 입말체로 풀어나가는 정겨운 말투,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두 아이의 천진난만한 사진은 이 책의 생명력이다.

봉산 주변의 아파트 단지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함께 손에 손마다 이 책을 들고, 능선 긴 봉산을 구석구석 누비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봉산의 생명체들의 소곤거림에 귀 기울이며 그네들과 싱그러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지금 봉산은 팥배나무 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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