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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1조'에 '권리의 댓글'을 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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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1조'에 '권리의 댓글'을 답시다

[기고] 제헌절을 '시민인권선언'의 날로 만들자

지금 광화문 한 복판에는 권리의 심장이 쿵쾅거리고 뛰고 있습니다. 경찰의 잔인한 폭력에 맞서 시민들이 권리의 광장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바친 지 벌써 수 일째 이릅니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더 이상 재협상의 좁은 틀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물과 전기 등 기본재의 사유화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절망에 대한 은유였으며, 잿빛 미래를 안고 좀비처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절규가 가장 먼저 거리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청소년들의 이 구호는 익살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절규입니다.

2008년 촛불은 87년 민주화항쟁을 뫼비우스띠처럼 이어가고 있습니다. 87년 민주화항쟁이 학살, 독재와 폭압이라는 기존 정치권력에 대한 항거와 새로운 헌법적 질서에 대한 쟁취였다면 2008년 역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한계와 절망과 함께 신자유주의 독재에 대한 항거 그리고 사문화된 헌법1조를 부활시키려는 국민적 노력이 그렇습니다. 87년 투쟁으로 직선제를 이루어냈고 헌법을 바꾸어냈습니다. 헌법 전문에 그 성과가 똑똑히 있지요. 그러나 국민들이 얻은 건 투표권과 함께 헌법이라는 건조한 문서뿐이었습니다. 고갱이는 모두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권력과 그들의 비호를 받고 있는 대기업 자본이 가져갔고 국민들이 열망하는 실질적 권리의 실현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의 촛불시위는 잃어버린 권리, 빼앗긴 권리에 대한 치열한 항쟁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민주주의의를 아래로부터 실현하기 위한 광장정치입니다.
▲ 2008년의 촛불시위는 잃어버린 권리, 빼앗긴 권리에 대한 치열한 항쟁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민주주의의를 아래로부터 실현하기 위한 광장정치입니다. ⓒ프레시안

프랑스시민혁명의 쓰라린 교훈을 한 번 상기해 봅시다. 1789년 프랑스시민혁명 당시 여성, 농민 등 각계각층은 자신들의 요구를 인권선언 초안으로 작성해 제출했지만 부르주아지들은 권력을 장악한 뒤 이 초안들을 묵살하고 자신들의 이해에 기초한 내용을 선언해 버립니다. 인류의 자랑이자 세계인권선언의 태반으로 평가되고 있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사실 '모든 사람의 인권'이라 불릴 수 없는 배반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후 수많은 권리선언이 등장해 프랑스 혁명 정신인 '인민권력'을 구성하려는 시도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 파리의 가난한 지역에서 온 여성들이 베르사유로 행진했고, 2만 명의 무장한 남성들이 그 뒤를 따랐다고 합니다. 왕궁에 쳐들어가 국왕을 파리로 연행해 민중의 감시를 받게 했던 용감한 여성들은 '부르주아지 남성들의 인권'을 위한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청광장의 천막들이 용역에 의해 철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광장은 직접민주주의의 활기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직접 정치에 뛰어든 시민들은 가장 급진적인 행동과 제안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광장의 정치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없는 제도적인 약점을 지적하고 법을 바꾸어서라도 소환제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교육정책의 파행 등 사회권의 많은 내용들을 인권으로 인식하며, 보편적 권리의 쟁취를 위해 '국민주권'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고 이는 결코 한 번의 '철거'를 통해 무너질 수 없는 단단한 경험을 남겼습니다. 재협상 요구를 묵살하며 폭압 정치로 들어간 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듯이, 직접 행동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역동성과 생동감을 경험한 시민들은 결코 이전처럼 정치에 권태로워하며, CEO 대통령을 욕망하는, 신자유주의 독재가 '강요한 시민'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헌법1조로 돌아갑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거리에서 수 만 번을 불렀던 국민주권의 초석을 반석으로 만들어봅시다. 여기에는 인권의 실현과 그것을 위한 무한한 상상력이 잉태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오류를 상기한다면 '국민'에는 모든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주체로서 반드시 호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 이주노동자 등 이제까지 '시민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광장에 모여 '헌법1조에 권리의 댓글'을 달아봅시다. 건조한 법조문의 나열이 아니라 광장의 언어로 소통하고 거기서 쏟아지는 내용들을 가지고 함께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이제부터 시작해 봅시다. 권리가 살아 숨쉬는 '헌법1조'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토론과 합의로 이루어낸다면 이것은 무엇보다도 큰 정치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무기 삼아 정치권력과 싸우며, 법과 제도에 이를 관철시켜 나갑시다.
▲ 광장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본래 광장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써의 정치 공간입니다. 정부에 사용료를 내고 허가 받고 탈정치적 행사만이 허용되는 곳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내에서 해결되지 않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광장에서 드러내고 요청하는 시민의 공적공간입니다. ⓒ프레시안

그러기 위해서는 광장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본래 광장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써의 정치 공간입니다. 정부에 사용료를 내고 허가 받고 탈정치적 행사만이 허용되는 곳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내에서 해결되지 않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광장에서 드러내고 요청하는 시민의 공적공간입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광장은 권리혁명의 주 무대가 되어 왔습니다. 온라인 광장도 오프라인 광장과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쟁은 6월을 넘겨 7월로 향할 것입니다. 정부는 탄압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시민들도 물러설 기세가 없습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만들어낸 인권과 민주주의의 성과를 잘 갈무리하고 벼려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두 달간의 성과는 '한 여름 밤의 추억'도 아니며 '닭 쫓던 개' 처지가 되어있는 국회에 넘길 일도 정말 아닙니다.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했습니다. 이제 국민들이 정부를 무시합시다. 현 정부와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광장에서 헌법1조에 권리의 댓글을 다는 시끌벅적하면서도 살아있는 정치를 만들어 낸다면 이명박 정권과 국회는 사실상 용도폐기된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광장에서 시민들이 재구성한 '헌법1조'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닌 '시민인권선언'으로 탄생할 것입니다. 7월 17일 제헌절을 '시민인권선언'의 날로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이 앞장 서 그 판을 만들겠습니다. 각계각층 시민여러분들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합니다. 광장에서 신명나는 인권선언의 판을 만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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