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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또 들어도 발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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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또 들어도 발견할 수 없다"

[김종배의 it] '용산 참사' 수사 결과에 없는 것

특정하지 않았다. 단지 "망루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 시너에 옮겨 붙어 불이 났고 이로 인해 6명이 숨졌다고 했다. 특정하겠다고 했다. 추가 수사에서 농성자들의 "구체적 행위 분담"을 특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는 이렇게 돼 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행위 주체가 없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런데도 구속하고 기소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를 적용했다. 위법 행위 주체가 특정되지 않았는데도 죄를 물은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법리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공모공동정범 이론'을 적용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조폭과 같은 '범죄단체' 구성원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법리라고 하다. 명령 내린 보스는 빠져나가고 실행에 옮긴 조직원들만 처벌받는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 설정된 법리라고 한다.

이 법리에 따르면 "망루 농성자들"은 '특수공무집행방행치사상'을 '공모'한 뒤 실행에 옮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 한 번 경험한다. 상식과 법리의 간극을 또 한 번 느끼면서 의구심에 빠진다. 이런 것들이다.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치사상'을 한 데 묶은 걸 수긍할 수 없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행위에 고의성 즉 '공모'의 여지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치사상'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을 죽일 의도가 없이 과실로 사망 또는 부상에 이르게 한 게 '치사상'이다. 이런 과실 행위에까지 어떻게 '공모'를 적용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문제는 화염병이 복수가 아니라 단수라는 데 있다. 시너에 불을 붙인 화염병은 특정한 하나다. 그 화염병을 던진 사람도 물론 한 명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망루 농성자들" 복수에게 책임을 물었다. 다시 말하면 '특수공무집행 방해'만 하려던 사람에게도 '치사상'의 죄를 물은 것이다. 이걸 두고 지나친 처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화재 원인이다. 검찰은 이걸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현장 동영상, 그리고 농성자와 경찰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투척된 화염병이 시너에 옮겨 붙어 불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고 들은 얘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어떤 동영상도 망루 안의 상황을 보여주지 않았다. 국과수는 화재 원인을 화염병 투척으로 결론 내린 바 없다. 단지 시너가 발화의 매개체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을 뿐이다. 진술은 갈린다. "망루 농성자들"은 화염병 투척을 부인했고 경찰은 화염병이 투척됐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주장과 보도를 종합하면 실상이 이렇다. 화염병 투척을 화재 원인으로 규정할 그 어떤 직접 증거도 국민 앞에 제시된 바가 없다.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결론내리면서 그 근거로 들었던 (상당한) 인과 관계를 갖고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있는가? "망루 농성자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를 입증할 (상당한) 인과 관계를 제시했는가?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듣고 또 들어도 발견할 수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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