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4일 만인 9일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5기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구속 수감 중인 이석행 위원장은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라며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선을 다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평생 마음의 짐으로 안고 갈 것"이라면서도 "사건 은폐와 가해자 옹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마지막까지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지도부 총사퇴에 따라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당사자를 밝혀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비공개' 입장을 언론에 사실을 확인시켜 준 간부를 색출하자는 것이다.
'총사퇴 안 된다'던 이석행 입장 바꿔 "모든 짐은 내가 지고 간다"
이석행 위원장은 지난 6일까지도 "이번 사건으로 인한 지도부 총사퇴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마음을 바꿨고, 9일 변호사를 통해 직접 작성한 '사과문'과 '사퇴서'를 민주노총 측에 전달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 문건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에게 더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고 조직 내 모든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괴로워할 피해자와 이번 사건으로 충격, 실망, 분노하고 있을 국민과 조합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 이석행 위원장은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며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괴로워할 피해자와 이번 사건으로 충격, 실망, 분노하고 있을 국민과 조합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이 위원장의 글을 대신 읽고 있는 진영옥 위원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
이로써 지난 2007년 출범한 이석행 집행부는 임기를 1년 정도 남겨 둔 채 전원이 물러나게 됐다. 이에 앞서 허영구 부위원장 등 5명의 임원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곧바로 사퇴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노총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일각의 평가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문숙 대변인은 "최대 위기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매도"라며 "새로 거듭나기 위한 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과 인터뷰해 피해자 고통 가중시킨 '민주노총 관계자' 누구냐?"
이런 분위기에는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 깔려 있다. 비록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에서 접근하려 했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공감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지만, "부끄러운 점은 없다"는 것.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피해자에게 위증을 강요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가해자를 옹호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등의 피해자 측 주장을 놓고 여전이 "오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번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경향신문>과 이들 언론에 사실 관계를 확인시켜 준 "민주노총 관계자"로 인해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 민주노총 관계자를 가려내지 않으면 또 다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 전체가 부도덕한 조직으로 매도 돼 80만 조합원의 권위와 명예가 손상돼서는 안 되기에 '민주노총 관계자'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공백 상태 오래 갈 가능성도
지도부가 총 사퇴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굴러간다. 기자 회견 직후인 이날 오후부터 사퇴한 임원을 제외한 중앙집행위원들이 비상대책위 구성 및 보궐선거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 지도부가 총 사퇴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굴러간다. 기자 회견 직후인 이날 오후부터 사퇴한 임원을 제외한 중앙집행위원들이 비상대책위 구성 및 보궐선거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피해자 측이 민주노총 뿐만 아니라 소속 연맹 지도부의 총사퇴까지 요구하고 가해자 등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지도부 총사퇴'로 이번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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