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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닮아가는 기자들이 두렵다"

[기고] 제 멋대로 통치하는 대통령, 제 멋대로 기사 쓰는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보도 속에서 우리사회의 법과 상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들 신문에서 법과 상식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치우친 '정치적 신념'과 그 신념에 집단으로 동화 된 기자들의 '작문' 뿐이다.

특히, 특정 언론사의 사실왜곡 및 불공정 보도의 문제를 과거에는 주로 '사주의 성향'에서 찾았는데, 최근에는 '기자' 개인에게까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최근 사례를 통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지난 1일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타임오프 한도를 '날치기' 표결처리했다. 금융노조는 이 한도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같은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한국노총의 교섭 및 투쟁력 부재를 지목하며 한국노총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그런데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일부 언론은 금융노조의 이런 주장과 관련해, 사태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부자노조' 운운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 "노동 전문기자는 정부와 경영계가 고용한 청부업자?")

금융노조는 사태를 호도한 해당 신문사를 방문해 기자 면전에서 직접 항의했다. 이날 기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나는 소신대로 썼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간부에 대해 사측이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자의 소신이었으며, 기자는 자신의 소신에 맞게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그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기자가 자신의 소신대로 기사를 쓰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기자가 가진 소신이 늘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기자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그릇된 소신 때문에 일부러 모른 척 하거나 자신의 기사에서 배제시키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듯, 소신대로 기사를 쓴다는 건 다른 말로 '자기 멋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자신의 소신대로 기사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기자란 객관적 입장에서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었는가.

더 큰 문제는 이렇듯 제 멋대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2년 전 시청 앞을 가득 메웠던 촛불시민들에 대해 인터뷰까지 왜곡하며 '선동'과 '광기'로 매도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자에게 '소신'은커녕 제발 '양심'이라도 갖추라고 빌고 싶다.

물론 기자도 사람인지라 '소신'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공적 공간에서는 개인적 소신을 배제해야 하는 직업이 바로 기자가 아닌가. 개인의 소신 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팩트(fact)'라는 것을 수습기자일 때 배우지 못한 것일까. 심지어 대통령도 개인의 소신이 아니라 헌법에 기초하여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헌법적 가치를 무시한 채 개인의 소신대로 통치하면 그것이 바로 독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대통령까지는 바라지도 않겠다. 제발 기자들만이라도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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