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턴키' 후폭풍…2조원이 증발했다"

"토건족 배불리고 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중노동"

선명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1.02.15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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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현장에서 건설노동자 2만여 명과 건설장비 8000여 대, 그리고 이들이 받아야 할 임금과 임대료 총 2조 원이 사라졌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 4대강 공사 현장에선 정부와 대형건설사가 맺은 계약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인력과 장비만이 투입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5일 각 공구별 사업 현장의 작업일보(작업 현황을 기록한 일지)와 도급계약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 4대강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 4대강 공사 현장에선 정부와 대형건설사가 맺은 계약 내용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우혜

사라진 2만 개 일자리, 8000대 장비는 어디로 갔나?

우선 45개 사업장에 대한 도급계약서를 살펴보면, 건설노동자의 노무비는 전체 사업비의 21%를 차지해 국토해양부가 담당하는 168개 사업장(사업비 7조8251억 원)의 노무비는 총 1조6433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년의 사업 기간 동안 285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건설노동자 2만883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80개 공구의 작업일보를 집계해 추산한 결과, 전체 4대강 현장엔 하루 평균 8880명의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초 정부가 원청업체인 대형건설사와 계약한 2만8830명의 31% 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결국 나머지 2만여 명의 인건비가 '증발'한 것.

인력뿐만 아니라 장비 운용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4대강 사업장의 중장비 임대료는 1조4868억 원으로, 계약서상으로 보면 매일 1만2974대의 중장비가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작업일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 계약 내용의 42% 수준인 5381대의 장비만이 실제 공사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라진 7593여 대의 장비 임대료 8263억 원이 누락된 셈이다.

"사라진 2조 원, '무늬만' 건설재벌들이 가로챘다"

그렇다면 계약서엔 존재하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선 사라진 장비와 건설노동자의 인건비는 어디로 갔을까? 경실련 측은 "사라진 노임 1조 원과 장비 사용료 8000억 원은 실제 공사를 수행하지 않는 '무늬만' 건설회사인 원청업체들의 이득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계약서상의 노무비와 중장비 임대료가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대형 원청업체들이 챙겨갈 수 있는 원인은 재벌 대기업에게만 특혜를 주는 턴키 발주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대형 건설사들은 턴키 발주를 통해 실제 공사비보다 잔뜩 부풀린 금액으로 손쉽게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에게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시켜 시장가격 이하 수준으로 하청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결국 대형 건설사들은 실제 공사엔 손도 대지 않으면서 이 계약 차액을 통해 부풀려진 노무비와 기계경비를 손쉽게 부당한 이득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인력·인건비 줄여 노동자만 '중노동'…"현장엔 과속·과적·과로만 횡행"

문제는 인력과 인건비를 줄여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런 구조 속에서, 4대강 사업 현장에 투입된 건설노동자만이 하루 12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노조 박대규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계약보다 적은 수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데도 4대강 공사 진척율이 높은 까닭은 그만큼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하루 12시간 맞교대 작업이 횡행하다보니,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허다하다"면서 "문제는 계약서상의 근로시간(8시간)보다 4시간가량 더 일하는데 노임은 그대로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루 8시간을 3명이 교대로 일할 것을 12시간 2교대로 일하다보니 결국 이익은 건설사가 챙기고 고생은 노동자가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낙동강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률을 높이라고 독촉하다보니, 4대강 현장엔 과속·과적·과로가 횡행한다"면서 "작년부터 계속돼온 4대강 현장의 안전사고 역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인력과 인건비를 줄여 대형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다 보니,. 4대강 사업 현장에 투입된 건설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현장 노동자는 "사업 현장엔 과속·과적·과로가 횡행한다"고 밝혔다. ⓒ이상엽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인건비 차액으로 배를 불리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은 고질적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제대로 된 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노조 김호중 수석부위원장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업을 수주한 원청업체는 이득을 보지만, 다단계 하청을 거치면서 건설노동자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노임에 알선업자에게 불법수수료까지 챙겨줘야 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 고계현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재벌건설사들에겐 정부가 특혜를 주면서 정작 현장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노동자 51%를 직접 고용하는 직접시공제도 △임금 및 장비 임대료에 대한 직불제 △불법 하도급 및 유보임금 근절 등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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