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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준 보석 반지의 진실! '충돌'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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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준 보석 반지의 진실! '충돌'의 산물?

[프레시안 books]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책 첫 장을 열어 덮을 때까지 마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생생한 착각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펴냄) 1부는 우리 별 태양으로부터 출발해 7부 우주 간 충돌로 대담하게 끝을 맺는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고리타분한 비유와 무료한 전개방식에 반기를 든,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에 매료당했다가 책장을 덮기 직전, 돌발적인 결말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이 '다큐'를 소개하기에 앞서 '시청자'들에게 귀띔해드려야 할 것이 있다.

▲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 우주,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과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펴냄). ⓒ갈매나무
국문 번역과는 달리, 독일어판 제목(Krawumm!: Ein Pladoyer fur den Weltuntergang)을 직역하면 '쾅! : 종말에 관한 변명(항변)' 혹은 '쾅! : 종말에 관한 해명(진술)'으로 풀이되지만, 딱히 마음에 차는 표현을 고르기는 어렵다. 제목과는 달리, 소행성 지구 충돌에 관한 내용은 3부에만 나온다. 때문에 소행성 충돌이 예보됐을 때 정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든가,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눈앞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했던 독자들의 기대가 빗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종말'을 논하면서 지구와 태양, 별, 우주, 아울러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립자의 '최후'를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종말은 존재의 끝을 의미하지만, 또 다른 탄생을 뜻한다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또 은연중에 독자들에게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1977년 최종판이 제작된 다큐멘터리 필름 '파워 오브 텐(Powers of ten)'을 패러디했다는 느낌이 든다. 프라이슈테터는 10의 –15승 미터에 해당하는 원자핵 스케일로부터 10의 21승 미터급인 우리은하, 10의 27승 미터에 달하는, 관측 가능한 우리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리 척도를 거침없이 종단한다. 그리고 마침내, 10의 –35승 미터의 미시세계로 다시 롤러코스터처럼 빨려 들어가, 끈(string) 이론을 끄집어낸다.


▲ 다큐멘터리 '파워 오브 텐'의 한 장면. ⓒwww.powersof10.com

전자현미경은커녕, 인간이 뽐내는 그 어떤 첨단도구로도 온전히 그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저 찬연한 세계! 동시에 그 반대편에는 초대형 망원경을 동원해도 담기 어려운 저 광막한 세계가 있다. 이 두 극단을 관통하는 자연현상은 '충돌'이다. '충돌'은 이 책의 열쇳말이기도 하다. 프라이슈테터는 '충돌'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을 도입한다.

그는 태양과 별들이 어떻게 빛을 내는지 궁금했던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물음으로 첫 운을 뗀다. 그렇다! 태양이라는 거대한 엔진을 점화시키기 위해서는 '중력'이 있어야 했다. 45~50억 년 전, 먼지와 가스 구름을 압축시켜 태양과 태양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어, 핵융합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고온, 고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빛, 즉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20세기 초, 수소 원자핵 4개가 헬륨 원자핵으로 변환된다는, 그 전까지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전자기력' 때문에 원자핵들끼리 밀쳐내는 현상(척력)을 해명하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누군가 숙제를 풀어야 했다. 입자들이 충분히 가까워지려면, 이어서 빠른 속도로 충돌이 일어나려면, 그래서 핵이 결합하기 위해서는 강한 핵력(즉, '강력')이 요구됐다.

하지만 입자들은 때때로 붕괴를 일으키고 그 결과 치명적인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렇게 입자를 붕괴시키는 힘은 인간이 네 번째로 찾아낸 자연계의 힘, 약한 핵력(즉, '약력')이다. 태양에서는 입자간 충돌로 인해 초당 430톤의 수소원자가 파괴되지만 그 덕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빛과 열이 나온다. 하지만 생명이 태동하고 인류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따뜻하고 푸른 행성이 필요했다. 지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답은, 역시 충돌이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려 타임머신을 타고 태양계가 태어나던 시점에 다다랐다. 그 긴 과정을 짧게 동영상으로 편집하면 이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원시태양계 성운 중심에는 흐릿하게 아기별 태양이 빛난다. 그 주변을 느리게 공전하던 가스와 먼지입자들은 이윽고, 시간이 흐르면서 천천히 엉겨 붙는다. 그 중에 어떤 것은 커져서 작은 암석덩어리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미행성(planetesimal)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 암석덩이들은 서로 충돌했고 속도와 입사각에 따라 산산이 부서지거나 합체돼 자갈 만하던 게 바위 덩어리에서, 동네 뒷산, 심지어 에베레스트 산보다 커졌다. 자체 질량이 불어나면서 중력도 강해져, 그렇게 성장한 원시행성은 가까운 곳을 지나가는 '바위산'을 모조리 잡아먹는 포식자가 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원시행성들은 성장해갔다. 지구도 이러한 포식자 가운데 하나였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될 '원시행성'들은 주로 암석으로 이뤄져 태양계 안쪽에 둥지를 틀었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될 가스와 얼음으로 된 몸집이 큰 '원시행성'들은 태양계 외곽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행성에 딸린 위성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진다.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달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달의 기원에 관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은 1984년 하와이에서 열린 달 및 행성과학학회에서 일어났다. 그간 축적된 천문학적, 지질학적 관측과 시료분석은 물론,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45억 년 전, 화성만한 크기의 테이아(Theia)와 원시지구가 시속 1만5000킬로미터의 속도로 충돌했다는 것. 테이아는 완파됐고 지구도 끔찍하게 부서져 그 후에 남은 잔해들이 합쳐지고 무거운 원소는 가라앉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달과 지구가 되었다.

ⓒtechcrash.net

달은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고, 때문에 미생물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종은 생리주기를 갖게 되었다. 고맙게도 달은, 지구 자전축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그 결과 생태계가 안정된 기후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게다가, 음악가와 시인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고 사랑을 구걸하는 남정네들이 목이 쉬어라 부른 세레나데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창가에서 세레나데를 듣던 여인은 그날 밤 애타는 노력이 빛을 본 한 남자가 바치는 반지의 노예가 됐다. 이렇듯 여인들이 몸에 걸치고 다니는 액세서리의 재료가 '충돌'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금이나 백금 같은 귀금속은, 충돌로 인해 원시지구가 깨지고 암석이 용광로의 쇳물처럼 용융된 뒤 지표 밑으로 가라앉았다. 지질학자와 행성과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분화'라고 부른다. 무거운 금속은 지구 내핵과 외핵으로 가라앉았고 가벼운 광물은 그 위에 떠 지각을 이뤘다는 뜻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금은 지구 깊숙한 곳에 숨었다. 이후에 헤비급 소행성이 몇 차례 지구에 충돌했지만, 분화를 일으킬 만큼 에너지가 충분치 않았다. 그 결과, 값비싼 광물들이 지표에 남았고 인간은 후에 땅에서 금을 캐는 복락을 누리게 됐다.

이렇듯 태양계가 꼴을 갖추고 역학적으로 안정되던 시대는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몸집을 불려가던 가스행성들이 태양계 밖으로 밀려나면서 외곽 천체의 일부가 태양계 안쪽으로 튀어 들어오는가 하면, 안쪽을 돌던 소행성과 혜성이 밖으로 한꺼번에 뛰쳐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지구-달 시스템은 미행성의 융단폭격을 경험했다.

이러한 대혼란의 시기가 막을 내릴 즈음 지구는 평온을 찾았고 지구와 충돌한 혜성의 얼음이 지금의 바다를 이뤘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이맘때 쯤 지구에 생명이 태동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따금 돌진하는 소천체(소행성과 혜성)들로 인해 생태계는 여러 차례 격변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백악기말에 일어난 충돌은 거대 파충류에게 종말을 고했다. 역설적으로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시대는 이렇듯 '충돌'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저자는 이어, 별들 사이의 충돌과 은하 간 충돌, 두 개의 우주가 충돌하는 사건을 그리면서 독자들에게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경이를 선사한다.

한 가지, 책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가지 단어에 대한 국역 번역이 실제 쓰이는 용어와 다르다는 점이다. 외부행성(->외계행성), 왜행성(->왜소행성)이 그 예다.

에필로그

요즘 돌조각 몇 개가 한반도 남쪽에 떨어져 난리법석이다. 현물가치나 소유권 문제보다는 그게 도대체 어디서 왔으며, 70년 만에 일어난 충돌사건이 앞으로 인류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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