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 4년···동해 오징어까지 중국이 싹쓸이
5.24조치 4년···동해 오징어까지 중국이 싹쓸이
[인터뷰] 박덕배 한반도수산포럼 회장 "남북 수산협정 체결해야"
5.24조치 4년···동해 오징어까지 중국이 싹쓸이
"현재 우리는 수산물 교역에서 매년 2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수입의 40%가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중 상당량이 중국산이 아니라 북한산이라는 점입니다. 남북 간 경제교류를 전면 금지한 2010년 5.24조치 이후 바지락 등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을 거쳐 ‘중국산’으로 한국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00년을 전후하여 어장, 수산물 양식, 가공 및 유통 등 전 분야에 걸쳐 북한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5.24조치 이후 동, 서해 모든 수산물에 대한 전매권을 확보하여 선급금을 지급하면서 북한 수산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즉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 수산협력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 수산의 전 부문에 걸쳐 진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한 수산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 간 경제 교류가 단절되면서 북한 경제의 대중국 예속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산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북한산 조개류를 싹쓸이해 한국에 되파는가 하면 북한 원산 앞 동해 먼바다에까지 진출해 오징어잡이를 하고, 서해 5도 이북 북한 수역에서는 꽃게잡이를 하며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쓸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남북 수산 협력의 단절로 북한 수산 전반이 중국에 점령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서해 5도 이북 수역에서의 중국어선 조업은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의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중국 어선을 보호하는 북한군 경비정과 NLL을 지키려는 우리측 해군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지키며 서해에서 남북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비준하는 남북 간 수산협력 협정을 체결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박덕배 (사단법인) 한반도수산포럼 회장을 21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1980년 정부에 들어간 이래 한중, 한일 어업협정 체결에서 실무자로 일했고, 수산과학원 원장(2006~2008년)과 농림수산식품부 차관(2008~2009년)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수산 업무에 종사해 왔다. 공직 퇴임 후에는 수산업 발전을 위한 민간단체인 한반도수산포럼을 결성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남북 수산협력 토론회를 통해 남북 수산협력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 박덕배 (사단법인)한반도수산포럼 회장 ⓒ프레시안(최형락)


박 회장에 따르면 남북 수산협력 중 가장 성과가 두드러졌던 사업은 1999년 시작된 북한 수산물 반입이었다. 첫해 7600톤으로 시작된 북한 수산물의 남한 반입은 10년이 지난 2009년에는 7만 톤으로 9배 이상 늘어났다(연평균 증가율 20%). 특히 바지락, 백합 등 조개류는 1800톤에서 6만 톤으로 무려 33배나 늘어나(연평균 증가율 34%) 수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바지락의 경우, 남한에서 비생산기인 겨울철에는 국내 소비량의 50% 가까이 차지하면서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북한산 조개류의 국내 반입은 전면 중단됐다. 이후 바지락 등 북한산 수산물은 중국 상인을 거쳐 한국에 '수출'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이에 따라 조개류의 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가격이 20% 이상 올랐다"고 설명한다. 북한에서 직접 들어올 때와는 달리 중국을 통해 들어올 경우에는 관세 15%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는 동해산 문어와 홍게 등도 같은 경로로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고 전한다. 5.24조치 이전에는 싱싱한 북한산 수산물을 값싸게 먹을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선도가 떨어지는 수산물을 비싸게 사 먹고 있는 셈이다.   

남북 수산협력의 단절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 어선이 원산 앞 동해 먼바다에서 대규모 오징어잡이에 나서면서 우리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2004년부터 중국 어선의 동해 먼바다 오징어잡이를 허용하고 있다. 6월부터 12월까지, 어획고의 25% 현물을 입어료로 내는 조건이다. 

우리 어민은 10톤급의 작은 배로 낚시(채낚기)잡이를 하는 반면, 중국은 80톤급 이상의 트롤(저인망) 어선으로 그물을 이용해 대량으로 오징어를 잡는다. 특히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자그마치 14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한반도 남단을 돌아 동해 먼 바다에까지 와서 오징어잡이를 했다고 한다. 이들 어선은 동해 먼 바다에 몇 달간 머무르면서 오징어잡이를 하면서 대형 운반선을 띄워 오징어를 운반한다고 한다. 

지난해 태풍을 피해 울릉도에 대피한 중국 어선들로부터 입수한 조업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중국 어선의 연간 오징어 어획량은 15만 톤 정도로 보인다. 한국 어획량(26만 톤)의 절반이 넘는다. 금액으로는 1500억 원(톤당 1백만 원)에 해당된다. 오징어는 회유성 어종으로 수온 변화에 따라(약 18도) 남하한다. 그러나 북한 쪽 동해 먼바다에서 중국 어선이 남획을 하다 보니 우리 쪽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 고성을 비롯한 동해안 연안 어민들은 최근 오징어 어획량이 15% 이상 감소했다면서 정부에 대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산물 생산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남북협력기금법(8조)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해 먼바다 어장은 원래 지난 2000년 북한이 남측에 입어를 제의했고, 2002년 10월 개최된 남북경제협력경제위원회에서도 또다시 제의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과 같은 조건으로 남측이 입어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박덕배 회장은 "지금이라도 우리 어선이 입어하게 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 어선은 중국으로부터 먼 거리를 항해해 와야 하기 때문에 연료비 등 어로 비용이 우리 어선보다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또 "중국 어선이 동해 수역까지 먼 거리를 항해하면서 불법 조업을 하는가 하면 우리 측 어구 피해, 기상 악화 시 울릉항 대피 등 부차적인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어선, NLL 남북 간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인다 

서해 5도 이북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꽃게잡이 조업은 수산자원 고갈 이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NLL을 둘러싼 남북 간 무력 충돌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1999년 이후 중국의 10톤급 어선 100여 척에 NLL 이북의 좁은 수역에서의 꽃게잡이를 허용하고 있다. 입어료는 초기에는 척당 4백만 원이었으나 최근에는 어기당(봄, 가을 1년에 2차례) 130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그러니까 중국 어선은 척당 연간 2600만 원의 입어료를 내고 꽃게잡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 백령도 맞은 편인 황해남도 장연군 장산반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꽃게 어획량은 연간 3만 톤 가량 된다. 이중 절반이 인천 이북 서해 어장에서 잡힌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해경의 단속이 허술해진 틈을 타 150~200척의 중국 어선에 서해 5도 이북 수역에 출몰한다고 하니 올해 우리 꽃게잡이 어민의 피해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중요한 것은 군사적 측면이다.  

박 회장은 "이 수역은 남북 공히 영해 및 내수역으로 외국 어선에 조업을 허용할 수 있는 수역이 아니다. 매우 예외적인 입어 허용"이라고 지적한다. 보통 외국 어선의 입어는 배타적 경제수역에 한해 허용될 뿐, 자국의 영해를 개방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해 5도 이북 수역을 중국 어선에 개방한 북한의 조치에는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998년 한중 어업협정에 가서명하면서 한국 어선은 중국 양쯔강 수역에서, 중국 어선은 서해5도 수역에서 조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 해인 1999년 중국은 서해 5도 수역은 남북 간 주장이 엇갈리는 수역이라며 한중 어업수역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한다. 그 결과 중국 어선은 서해 5도 수역에서 조업을 금지하고, 한국 어선은 양쯔강 수역에서 조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바로 그 해 6월 남북 간에 1차 연평해전이 발생하고 9월 북한은 서해에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주장했다. 그리고는 중국 어선에 대해 서해 5도 이북 수역에서의 꽃게잡이를 허용했다. 이상의 흐름으로 보아 북한이 중국 어선의 서해 5도 이북 수역 조업을 허용한 데에는 NLL 무력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어선이 봄, 가을 꽃게잡이에 나서면 서해 5도 수역에서는 남북 간 긴장이 조성된다고 한다. 중국 어선은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조업하다가 NLL 이남으로 침범하는가 하면, 북한 어선도 중국 어선에 섞여 NLL 이남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해 5도의 우리 어민은 섬 주위의 좁은 어장에서 해군 및 해경의 감독 하에 조업을 하는 반면 중국 어선은 아무런 규제 없이 조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어선의 서해 꽃게잡이를 방치할 경우, 소중한 꽃게 자원이 고갈되는 것은 물론 남북 간 무력 충돌 재발의 위험성마저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이제까지 남북의 수산 협력은 정치군사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진전과 중단을 반복해 왔으며 2000년대 이후,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중국의 북한 수산 진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제부터라도 남북 간 신뢰 구축과 지속적인 수산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북 수산협력협정 체결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국회의 비준을 받는 남북 수산협력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이제까지 남북의 모든 합의 중 국회의 비준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합의 후 이행 과정에서 남남 갈등이 생기고 남북 간 이견이 노출돼 번번이 실천이 지연되거나 좌절돼왔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남북 간 합의를 우선 수산 분야에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남북 수산협력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서해 5도 주변 수역을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이 수역에서 남이든 북이든, 또는 중국이든 모든 어선의 조업을 금지해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남북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없애자는 것이다. 

▲ 박덕배 (사단법인)한반도수산포럼 회장 ⓒ프레시안(최형락)


남과 북은 지난 2007년 정상회담에서 서해 5도 주변에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수역은 워낙 좁은 곳이라 구역 확정도 쉽지 않거니와 어로 경쟁이 심해져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이 지역 주민들은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어로 수역 설정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서해 5도에 다녀온 박 회장의 전언이다. 

우리는 현재 NLL과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남방에 어로한계선을 설정해 수십 년째 지켜오고 있다. 따라서 이 수역을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북측이 먼저 중국 어선 등의 조업을 중단시키고 남측의 어로한계선에 상응해 북측 수역에 어로한계선을 설정하면 된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받는 북측의 입어료 수입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중국 어선의 서해 수역 입어료는 북한 해군에게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연간 2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북한에게 현금을 주는 대신 남과 북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수산협력 모델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예를 들면 북측에 수산 양식장이나 수산가공시설을 세워 그 수입을 나누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북한은 이런 형태의 수산 협력을 여러 차례 제의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1월에 해주 인근의 강령군에 경제특구 설치를 발표하면서 해삼 및 전복 생산, 수산물 가공단지 유치 계획 등을 밝혔다.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NLL과 가깝고 군사시설이 많은 지역에 특구를 만들어 개방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경제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면서 "중국 등의 투자에 의해 경제특구가 일단 가동되면 긴장 완화로 이어져 한국 기업의 투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회장은 "서해 5도 수역의 수산자원보호수역 설정과 북한 강령군의 경제특구 사업을 연계시킬 수 있다면 남북 간의 선행적 해결 사안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프로세스를 실제로 진척시킬 소중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우리 어선의 동해 북한 수역 입어는 지난 2007년 남북 정상 간의 합의 사항을 이행한다는 점에서 남북 간 신뢰 조성의 중대한 진전이 될 수 있다.

이밖에 남북 수산협력 협정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들은 남북 수산물 반입 및 반출, 남북 간 수산물 양식 및 가공산업 협력, 한반도 수산자원 회복을 위한 바다녹화 사업 협력, 국제기구 상호 가입 및 협력 지원, 어업공동위원회 설치 및 운영, 투자 보장 및 피해 보전 방안, 분쟁 조정 등에 관한 사항 등이다.  

오는 24일이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간 경제 교류를 전면 금지한 5.24조치 4주년이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쌓아왔던 남북 간의 교류와 신뢰는 이명박 정부 이후 크게 훼손됐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기치로 내걸었고, 올 초에는 '통일대박론'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남북간의 실제 교류는 아직도 막혀 있는 상태이며, 오히려 북핵 문제 등으로 양측 간에는 험한 막말이 오가는 게 오늘의 실정이다. 신뢰는 교류의 결과이지 교류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 또한 남북 교류의 단절로 남한의 어민과 국민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5.24조치 4주년을 맞아 비록 작으나마 남북 간의 교류 회복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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