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정 실험, 남경필 지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경기도 연정 실험, 남경필 지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정당 ⑨ 다당제와 연정
경기도 연정 실험, 남경필 지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경기도 도지사에 당선되었다. 선거기간 중 독일식 연정을 주장하던 그가 선거 후 공식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연정의사를 밝히면서 여야는 물론, 정치권 전반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독일의 연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남 지사 제안의 한계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겠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그 연정을 가능케 하는 대안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겠다.

연정은 서로 다른 정당들이 공동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보다는 '의회중심제' 국가에서, 또 '양당제'보다는 '다당제' 국가에서 연정의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연정을 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즉, 연정은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여 다수의 정당들이 존재하고, 내각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흔한 것이다. 다당제 하에서는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과반을 차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선거에서 승리한 제1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다른 정당과 연합하여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연정이다. 그래서 연정의 목적은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 지난 6월 1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왼쪽 세번째)이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기도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 김학용 새누리당 경기도당 위원장, 남경필 당선인, 김태년,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 위원장, 강득구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연합뉴스


서로 다른 정당들의 연정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과 인사에 대한 합의이다. 이 두 가지를 상호 공유하는 것이 연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연정의 형태에는 여러 가지 조합이 가능하지만, 크게 다수당과 소수당이 결합하는 '최소연정'과 거대 양당의 결합인 '대연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독일 대연정에 대한 착각

우리 정치권이나 언론들이 독일의 대연정을 언급하면서 흔히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독일 정치권이 상생과 협력을 위해 연정을 결단했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기민당 소속의 메르켈 총리는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가기 위해 사민당과 전격적으로 연정을 선택했다"라는 종류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소 본말이 전도된 설명이다. 실제 상황은 기민당이 독일의 정치시스템상 사민당과의 대연정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 제대로 된 설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독일의 정치시스템이 훨씬 더 중요한 연정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 표 1. 2005년 독일의 16대 연방총선 결과 (독일연방선거위원회 자료 참조) ⓒ조성복


그것은 2000년대 이후 독일의 연정상황만 살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표1>에서 보듯이 2005년 16대 총선에서 기민/기사당이 226석으로 제1당이 되었으나, 자민당과 합하더라도 287석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회 내 과반의석(308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민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상생과 통합을 위해 대연정을 꾸린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다른 방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정확한 것이다.

▲ 표 2. 2009년 독일의 17대 연방총선 결과 (독일연방선거위원회 자료 참조) ⓒ조성복


<표2>에서 보면 2009년 17대 총선에서 기민/기사당은 239석으로 다시 제1당이 되었다. 이때는 세계금융위기로 국가적 어려움이 큰 시기였다. 만약 우리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독일이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대연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바로 여기서 사민당과 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기민/기사당은 자민당과 연정을 꾸린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자민당과 공동으로(332석) 과반의석(312석)을 충분히 넘기 때문이다.

▲ 표 3. 2013년 독일의 18대 연방총선 결과 (독일연방선거위원회 자료 참조) ⓒ조성복


마찬가지로 2013년의 대연정 성립도 <표3>에서 보듯이 제도적 요인이 가장 큰 이유이다. 기민/기사당은 과반의석에 불과 5석이 부족한 311석을 얻어 압도적 다수당이 되었다. 하지만 평소 연정파트너인 자민당이 몰락함으로써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만 하였다. 그래서 먼저 녹색당과 협상을 벌였지만, 연정합의에 실패하였다. 녹색당이 사민당보다도 좌측에 위치한 까닭이다. 기민/기사당은 결국 사민당을 연정파트너로 선택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거대한 대연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독일은 최근 월드컵에서도 우승하여 정치, 경제는 물론 스포츠에서도 그 경쟁력을 입증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연정을 하고 있다. 

독일의 정치인들이 연정이나 대연정을 선택하는 까닭은 이처럼 제도적 이유가 우선적인 것이지,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여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을 화합이나 통합을 위해 대연정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다소 호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치권이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러한 연정정신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독일의 선거 및 정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위의 표들은 연정 이외에도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비례대표에 전체의석의 절반을 할애하는 그들의 선거제도이다. 3번의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 현황을 살펴보면,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이 아주 압도적이다. 우리와 거의 똑같은 양당제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 당선자를 감안할 경우, 이 양당을 제외한 소수당들의 의석비율이 30% 내외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서둘러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다.  

독일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회통합에 성공적이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러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이를 통해 2차 대전 후 기민/기사, 사민, 자민당 체제에 녹색, 좌파당이 의회에 들어올 수 있었다. 또 최근에는 정보화 사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해적당'이나 유럽연합(EU) 통합에 회의적인 '독일대안당' 등 새로운 사회정서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정치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독일의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남경필 도지사 제안의 한계

독일과는 달리 우리는 대통령제와 양당제 국가라 위와 같은 연정을 실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그러한 제안을 신선하게 바라보며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기존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재의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상실한 체 그 한계에 봉착해 있으며, 정치권에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널리 확산되어 있다는 반증이라고 하겠다.

남경필 도지사의 연정제안은 경기도 의회 내 여소야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의회의 과반을 차지한 측이 도지사를 배출하지 않고 따로 도지사를 선출하는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남 지사가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표방하며 연정을 제안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도 의회에서의 열세(새누리 50석: 새정치연합 78석)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그의 제안에 연정을 실행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통합 부지사'직을 제안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먼저 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도 내각'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정파트너로 공동정부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공동정부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설사 정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인사문제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연정이 끝나면 결국은 공동책임이 된다. 그러면 차기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실정을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밖에도 경기도 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이 새누리와 새정치연합뿐이기 때문에 두 당이 연정을 할 경우,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경기도 연정을 위한 대안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도민이나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혁신의 하나로 독일식 연정을 꼭 추진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한 대안이 가능하다고 본다. 먼저 정책합의와 인사배분에 대한 '연정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시특별법을 제정하여 '경기도 내각' 시스템을 만들고, 양당이 참여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의석수에 비례하여 여야 도의원들을 내각의 '도 장관'으로 입각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경기도 도정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현행 지방정부를 내각제 형태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지만, 애초에 주창한 실질적인 연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내용들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일회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정치제도 개혁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상시적인 연정이 가능하도록 정치체제, 선거제도 등을 바꾸는 작업을 하면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기도 헌법'을 제정하여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를 보다 강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야 동수의 도의원, 도 공무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를 통해서 지방자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면 한다.  

위의 내용들은 국회차원에서 특별법만 제정한다면 모두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헌법 118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임방법, 그 조직과 운영, 그리고 지방의회의 조직, 권한, 의원선거" 등은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도지사를 반드시 직선을 통해 뽑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또한 선거법을 개정하여 다수의 정당들이 도 의회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차기부터는 경기도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연합정당들이 도지사를 배출하면 된다.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우선 경기도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해 보고, 나중에 그 성공사례를 다른 지방으로 확산하면 될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안철수 현상'을 통해 기존 양당제에 대해 실망이 컸음을 보여주었고, 보다 많은 시민 및 정당들의 정치참여가 가능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와 새정치연합도 매번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는 현행 '경쟁적 민주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나고자, 또 권력의 독점을 방지하고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적합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위에 설명한 다당제와 내각제 정치시스템, 즉 '합의제 민주주의'이다. 다시 말해 경기도의 연정실험이 전체 국민과 정치권의 필요나 기대와도 일치한다는 뜻이다.

경기도에 '독일식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도입하면 지역 내 다당제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될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갈등을 완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통합은 정치인의 구호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다양한 사회집단의 정치참여를 보장할 때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의회중심의 내각제를 도입하면 연정을 통한 책임정부가 가능하게 된다. 실정 시 연정을 중단함으로써 재선거나 대체정부의 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존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의 연정실험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또 그러한 성공이 다른 지방으로도 전파되고, 나중에는 중앙에서도 그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남경필 도지사와 경기도 도의원들의 정치혁신을 위한 첫걸음에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낸다. 경기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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