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라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지 10일 뒤에 부산의 한 시립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실 천정이 주저앉는 사고가 벌어졌다. 천만다행으로 주말이라 아이들이 없어 부상자는 생기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소꿉놀이 하는 평일 오전이나 맛있는 점심을 먹는 시간이었거나 곤히 잠든 낮잠시간이었다면’ 이라는 생각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아진다.
부산시청은 이렇게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려해 노동조합에서 강경하게 대응을 하게 되었다. 중요한건 이런 일이 있기 전 조리사 선생님이 ‘주방에서 계속 누전이 된다’는 보고를 원장에게 지속적으로 했고, 원장은 일하는 사람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습게도 시청에서 안전검사를 하고 난 뒤 한달이 채 지나지도 않았던 시기라는 것이다. 이 사고는 한두달전 소방안전을 위해 새롭게 스프링클러를 교체하는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누수가 된 것이고, 천정 석고보드가 물을 먹어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생긴 사고였다.
이 사고 하나에서 ‘노동자의 문제제기를 묵살하는 윗사람, 부실공사, 형식적인 관리감독, 안일한 대응 및 방지책’ 등 총체적 부실이라는 세월호의 한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는 매우 질 나쁜 '관행'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버린 나라, 대한민국
“승무원, 해경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았어요.”라는 아이들의 증언이 가슴에 새겨져 아픔을 더하고 있다. 최근 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가 “선생님이 괴물이예요.”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연일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 사고들, 당최 이 나라가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2012년에 무상보육시대가 시작되고 박근혜 정부가 그것을 이어 받아 늘 부족한 재정으로 불안한 무상보육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의 아동학대 신고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 방지책으로 평가인증지표를 강화하고, 아동학대예방교육 및 응급처치 교육을 대거 실시하고, 부모감시단 및 모니터단을 만들어내고, CCTV를 사방 설치했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아동학대나 안전사고를 막아내는 데에는 일체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숨 좀 쉬며 일했으면 좋겠다.'는 보육노동자들의 숨통을 오히려 조여 오고 있다는 것이 현장 보육교사들의 서러운 목소리이다. 우리는 아이를 함께 돌보고 키우는 협력자가 아닌 감시당하고 조정당하는 보육교사가 되어버렸다. 어린이집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분명 이런 방지책이 옳은 처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적원인은 ‘시장화 된 보육’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있는데 진단과 처방을 완전히 틀리게 하거나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더 놀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이 더 필요하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아이들은 따뜻하게 안아줄 여유로운 선생님을 원한다고 사정하고 있다. 보육교사에게는 이 소리가 가슴 깊은 곳까지 들린다. 하지만 이 소리 하나하나를 애써 외면하면서 해야 될 다른 일을 한다. 외면할 때마다 터져 나올 것 같은 속울음을 수십 번 삼켜가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보육교사들을 생각해 보자,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없고 체력이 떨어져 자책만 하는 보육교사들을 생각해야한다. 좋은 보육교사는 어디로 갔는가. 원래 없었는가 아니면 모두 떠났는가. 지금의 보육교사는 다 나쁜 보육교사들인가. 원래 나쁜 사람들이 돈 벌려고 모였나 아니면 나쁜 환경에서 사람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육교사자격을 소지한 사람만 70만명이 넘었다. 보육교사로 일하는 사람만 26만명이다. 고개 돌려 보면 내 가족 중 누군가가 그리고 이웃집 아주머니나 언니 이모들 중에 분명 보육교사가 있다. 우리는 원래 나쁜 사람도 아니고 아동학대를 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취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버린 대한민국의 보육정책을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행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못된 행동이 나오거나 책임을 버리고 그냥 떠나게 되는데 그러면 또 다른 보육교사가 오면 되는, 이런 어린이집이 너무 슬프다.
규제완화와 시장화의 응축, 대한민국의 어린이집
우리는 공공재가 시장화가 되고 민영화 되는 것을 볼 때, 그리고 그것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장사치들에게 규제완화를 허용할 때 이미 돈벌이 판으로 전락된 어린이집의 실태와 견주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공립어린이집이라고 해도 전부 민간위탁 되어 진 현실에서 위탁자는 학교, 종교, 사회복지재단부터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너무 다양해서 ‘국공립어린이집은 안전하다’라고 확언할 수조차 없다. 그나마 이런 국공립어린이집이라도 들어갈 수만 있다면 감사하다. 평일에 오전 7시 30분에 등원할 수 있고 오후 7시 30분까지 아이를 맡아주기 때문이다. 토요일에도 일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부탁할 수 있고, 아이의 선생님이 규정된 임금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아이를 맡기는데 안심을 준다. 하지만 이런 곳은 전국 어린이집의 5.4%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민간/가정어린이집은 일하는 엄마들로서는 돕는 손이 없을 경우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가 없다. 돕는 손이 없으면 시간제일자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법적인 시간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이유는 법적으로 시간외 수당을 교사에게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것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민간어린이집은 어쩔 수가 없다.’는 식이다. 국가에서 보육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 덕분이다. 어린이집은 개인이 투자를 하면 쉽게 운영할 수 있고 이윤을 남겨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업장이 되었다. 더 많은 이윤이 남길 바라는 욕심에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시키는 세력도 키워나간다. 결국 공적재원을 민간시설에서 사용하다보니 돈이 어디로 새는지도 모른다. 그 새는 돈 때문에 아이, 교사, 부모 모두 힘든 곳이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어린이집을 다녀본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보육노동자들은 물, 가스, 전기, 운수, 의료, 교육 이런 것들이 민영화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을 낳게 될 것인지에 대해 너무 잘 안다.
“세상에 진짜 폴리는 없어!”
아이들과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지나가는 경찰차를 봤다. 한 아이가 “폴리다!”하며 신나하자 다른 아이가 “세상에 진짜 폴리는 없어!”라고 나무란다. EBS 만화중 인기가 좋은 <로보카 폴리>라는 것이 있는데, 언제나 어디서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열 일 제치고 우리를 구하러 와주는 ‘폴리와 친구들’은 만화속에만 있다.
▲ <로보카 폴리>의 한 장면. ⓒEBS
단지 세상에 아직 로보카 폴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국민을 위한 구조대가 없는 것이다. 도둑을 잡고 불을 끄고 아픈 사람을 응급치료해 주는 모습이 마치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손은 따로 있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된다. 공기관 팔아먹는 진짜 큰 도둑놈들은 잡지도 못하고, 목숨 걸고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아저씨들은 장갑도 자기가 사서 끼워야하고, 돈 없는 사람들은 응급치료도 받을 수 없는 의료민영화추진을 보면 안다. 그리고 밀양에서, 세월호에서 똑똑히 확인했다.
우리 보육노동자들은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작게는 내가 돌보는 공간에서 크게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나라는 어 떤것일까? 최소한 위험한 환경은 피하기보단 바꿔내 주고 사고가 났을 때 '재수가 없었다.'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다시는 그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원인규명과 그 원인을 제거해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를 잊지 않도록 끊임 없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로 배우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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