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다', '할 일이 많다', '살고 싶다', '무섭다'며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죽어가야 했던 이들을 우두커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난간을 부여잡고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이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던 날들이 생채기가 된 채 120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며 희생된 이를 가슴에 묻는 것마저 허락지 않는 정권과 국회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며 한 달이 되어 가도록 먹는 것마저 거부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걷어내기 힘든 생채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생채기에는 희생자의 슬픔과 분노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전후 이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새겨 있는 것을 봅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국가 없음'을 보았습니다. 참사 당일, '죽어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태연하게 청와대로 보고하는 해경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대해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확한 상황 파악과 함께 긴급 구조를 지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7시간이나 누구도 모르는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대통령 비서실은 참사 당일 희생자들이 죽어가던 7시간 동안의 대통령 행적이 국가 안보에 관계된 문제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 안보의 중심이 되어야 하거늘 안보를 이유로 죽어가는 국민을 외면했던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국가로 되기를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그래서 희생자들이 조류독감 피해에 비유되고, 단순한 교통사고에 비유되는가 하면, 수학여행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는 정권을 위해 존재할 뿐 더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았습니다.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한 국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정권의 안위와 '가만 있으라'는 관료적 통제, 정권을 향한 눈치 보기, 정권에 대한 과잉 충성만 있었을 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 없었음을 보았습니다. 언론은 왜곡된 정부 발표를 '받아쓰기'에 신이 나 있었고, 그래서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음도 보았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국가로 되기를 포기하고, '국가 없음'과 '민주주의 실종'을 주도한 정권은 희생자를 '못'구한 것이 아니라 '안'구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정권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묻어두기에 급급했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따라서 정권과 보수가 지배하는 국회는 진실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절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권력 나눠먹기에 급급하고, 분점 된 보수 권력에 만족할 뿐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유가족과 국민이 요구하는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그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유가족과 400만 국민이 요구하는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거나 전혀 쓸모없는 쓰레기로 만들 뿐입니다. 그 결과가 알맹이 빠진 특별법에 대한 여야 야합 처리 약속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회 정상화에 우선 되어야 합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야합이 만든 '쓰레기' 특별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일 뿐입니다. 정권과 국회의 오만, 민주주의 실종을 또 다시 봅니다.
▲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8.15 노동자·시민 행진 선포 기자회견의 모습. ⓒ최덕현
권력 나눠먹기 급급한 보수 여야의 쓰레기 특별법
도덕주의, 죄인의식에 이어지는 '애도'만으로는 자본의 이윤 추구에 결박당한 채 민주주의가 실종된 국가 또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본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한 안전 불감,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은 곳곳에 널려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용산에서, 쌍용자동차에서, 밀양에서, 강정에서, 공장에서,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에서조차 자본주의 사회가 방치한 구조되지 못한 죽음들의 발생은 구조적 모순이 안겨준 필연이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발생하는 필연은 또 다른 필연을 예고합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에 따른 공공부문 민영화, 비정규직 확대는 자본과 국가로부터 철저히 배제된 국민을 양산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안전과 재난 구조에서조차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다른 세월호를 만들 뿐입니다.
또 다른 세월호를 만들어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마지막으로 생채기 난 자신을 아프도록 성찰해야 함도 보았습니다. 미안함이나 죄책감, 그리고 애도와 연민, 촛불이 어쩌면 '나'는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까닭에 '나'의 무고함을 드러내기 위한 역설은 아니었는지 곱씹어 봅니다.
'나'는 정말로 세월호에 타고 있는 것인지, '나'는 세월호의 선장이 되려는 의지는 정말 있는지, 국가로부터 방치된 그 많은 사회적 죽음들, 구조되지 못하는 죽음들과 연대하려는 의지는 정말로 있는 것인지. 그래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이 정말로 내게 생채기가 되고 있고, 유가족의 분노처럼 나도 정말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분노하고 있는 건 맞는지.
이제, 자신에 대한 뼈 아픈 성찰을 맨 앞에 두면서, 국민이 직접 나서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그리고 희생자들을 '안' 구한 것도 모자라 진실마저 묻어 두려하는 이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살아있음을 죄스러워해야 하는 이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채기, 그리고 내게 전이된 생채기를 보듬고 생존 학생들이 걷고, 유가족이 걸었던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길을 8월15일 걸으려 합니다.
박근혜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부끄러운 교사
국민과 아이들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선언과 잊힐까 두려워 국민에게 했던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에 이어, 이번에는 희생된 이들을 가슴에 안고 걸으려 합니다. 걸으면서 '잊지 않겠다', '가만있지 않고, 행동하겠다'던 약속을 다시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박근혜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교사로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더는 부끄럽지 않은 교사되기를 다짐하면서 걷겠습니다. 유가족의 분노가 정말로 나의 분노가 될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가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내 문제임을 새기면서 걷겠습니다.
아직도 차갑고 어두운 배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이 가족의 품에서 환한 햇빛을 볼 수 있게 하고, 희생된 이들이 웃으면서 다시 살아오는 날은 어떤 날이어야 하는지, 그래서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서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새기면서 희생된 이들을 가슴에 안고 걷겠습니다. 자유를 향한 분노로 되살아 오소서.
8.14-15 노동자 시민 행진에 함께 해 주세요!
(1) 14일, 노동자 시민 행진 전야제- 약속의 밤
- 19시, 동화면세점 앞, (자유발언 마당, 투쟁 결의마당)
- 광화문 농성장 1박
(2) 15일, 노동자 시민 행진
• 10시-11시
- 세종문화회관 앞(노동자 시민- 교사 외) / 국회 앞(전교조 교사)
- 동시 기자회견 및 행진 선포 약식집회
• 11시 행진 시작(세종문화회관 앞, 국회 앞 출발)
• 12시 신촌, 노동자 시민 행진 전체대오 집결→ 15시 광화문광장(범국민대회 장소)로 행진
• 행진 코스: 신촌역(차 없는 거리)→이대역→아현역→충정로역 2호선→서울역 광장→광화문 광장(세월호 범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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