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연말정산과 관련된 논쟁에 대해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 왔다. 최 의원은 이 글에서 2013년 이후 '부자 증세'는 1.25조 원에 불과한 반면, 같은 기간 '서민 증세' 규모는 7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재성 의원은 지난 2013년 1월 있었던 소득세법 관련 개정안 표결 당시 기권했었다. 편집자.
13월의 세금대란이 된 연말정산 정국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소급입법이라는 ‘미봉책’을 내놓았지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연말정산 정국을 보편적 복지 축소의 계기로 삼고 있는 듯 하고, 야당은 법인세 정상화의 기회로 살리려 하고 있다.
더불어 법인세 정상화를 주장하는 진영 내부도 입장의 차이가 확인되고 있다. "서민 증세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정부의 소득세 증세의 방향은 맞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나눠져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세금대란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과제를 도출해본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자감세 철회 없는 서민증세는 용납할 수 없으며 △중소득자 중심의 정책방향 선회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초대기업 법인세 정상화가 증세의 선결과제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중소득자의 세금 부담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다만, 이 말을 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중소득자의 증세를 말하기 위해선 최소한 법인세 실효세율을 2008년 이전 상황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는 선후가 분명해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의 매출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각종 공제 감면을 뺀 실제납부한 세율)은 2008년 18.7%에서 2013년 12.3%로 줄었다. 10대 기업의 법인세 공제비율은 2008년 25.3%였는데, 2013년에는 44.1%까지 늘었다.
단적으로 법인세를 내야 할 기업소득(과세표준)은 2008년 28.1조에서 2013년 32.8조로 16.8% 늘었는데, 같은 기간 법인세 부담액은 5.2조(2008년)에서 4조원(2013년)으로 1.2조원이 줄었다.
돈은 더 벌었는데, 세율 인하와 공제감면의 확대로 세금은 더 적게 냈다. 부자감세의 후폭풍이다.
2013년에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2008년 수준(18.7%)이었다면, 10대 기업은 4조원보다 52% 더 많은 6.1조의 세금을 부담했어야 했다. 재벌, 초대기업 법인소득의 12.3%에 세금을 물리는 나라에서, 중소득 증세를 말하는 것은 조세체계의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넓은 세원을 통한 공평과세를 말하기에 앞서, 재벌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최소한 2008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법인세율의 정상화(22%->25%)와 각종 감면제도의 정비를 통해 재벌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근로소득자와 중위소득자는 복지의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것이다.
세수의 구멍을 누가 메울 것인가?
세수확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매년 10조 원 이상의 세수결손은 이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됐고, 누가 이를 부담할지 이제 결정해야 한다. 세외수입을 포함하면, 2013년 10.9조 원에 달하는 세입부족에 이어 2014년에는 15조 원 안팎의 세입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세수부족을 메우는 방법으로 정부는 강제불용이라는 꼼수를 쓰고 있다. 매년 5조 원 안팎이던 정부 예산의 불용은 2013년에만 18조 원으로 폭증했고, 2014년에는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우회증세라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부자에게 더 걷기 위해 세법을 손 댄 것은 단 4건, 연 평균 세입액 1.25조 원에 불과하다. 2013년의 경우 △최저한세 1% 인상으로 2000억 원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율 인하로 2000억 원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신설로 3500억 원을 늘렸다. 2014년의 경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 폐지 및 연구개발 세액공제율 인하로 5000억 원의 부담을 늘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민증세는 6.5조 원에 달한다. 2013년 소득세 감면제도 개편으로 1조 원, 2014년 담배세 인상으로 5.5조 원(국회 예정처 추계)의 서민 세금을 늘렸다. 더구나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과 같은 간접세 증세(5000억 원)도 줄줄이 예고되어 있어, 실질적인 서민 증세는 7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정산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증세가 부자증세보다 6배 많았다
단순 비교해도 부자증세 대 서민증세의 비중이 1대6의 불평등한 구조로 늘어나고 있다. 부자감세로 인한 재정의 구멍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겠다는 것이다.
담배세 인상 등의 여파로 간접세 비중은 올해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세금의 절반을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똑같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놔두고, 담배세에 이어 주민세, 자동차세를 올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와 어떤 식으로 상대해야 할까.
최근 논쟁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박근혜 정부는 "내가 올리니 너도 올리라"는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를 두고 "소득세의 누진성이 강화됐기 때문에, 방향이 맞다"고 분석하는 분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간판과 진열상품이 다른데, 간판만 보고 판단하는 격이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오류이다.
우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과세표준이 올라가게 된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납세자가 많아진 것이다. 또한 다자녀공제, 출산공제 등을 없앤 것은 저출산 시대의 해법에 역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민, 중소득자의 세율을 올리고, 혜택을 줄이기 위한 세법개정이었다. 중소득층의 추가적 부담은 없거나 미미할 것이라던 정부의 설명이 거짓이었음이 문제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꼼수를 써서 서민증세를 했다는 것에, 여론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 연말정산 사태에 대해 "소득공제보다 세액공제가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기 때문에 옳은 방향"이라는 지적은, 사태의 본질을 못보고 부수효과에 집중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서민증세 꼼수에 버티고 싸울 때
분명히 방향을 잡아야 한다. 부자감세 원상회복 없이는, 서민도 세금을 더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싸워야 한다. 중소득자가 '배수의 진'을 치지 않는다면, 서민 (우회) 증세의 방식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꾸면서, 부자와 재벌의 세금은 성역으로 손대지 않았던 오늘의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이번 세금개편의 "방향이 맞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놓치고 있는 또 한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득자에 대한 장기적 정책방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미 우리경제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고도성장 중심, 낙수효과 기대 중심의 경제를 중성장 경제, 소득주도성장의 경제로 전환시킬 새로운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중소득자, 특히 근로소득에 의해 중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부채 증가, 통신비 증가, 의료비 증가, 사교육비 증가로 인해 지출 여력이 점점 줄고 있는 중소득자에 대한 세금인상은 바로 내수경기 하락으로 이어진다.
중성장 기조의 핵심은 중소득자의 소득확충
수십년동안, 고도성장 중심의 우리 경제는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제해택을 주고, 연구개발비를 몰아주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었다. 심지어 범죄도 눈감아 주었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지금은, 중소득자에 그 혜택을 돌려주어야 한다. 중소득자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야 한다. 서민에게 걷어서 서민에게 쓰는 게 전부라면, 그건 세금이 아니다. 부자에게 많이 걷고 서민에게 쓰는 게 조세정의이다. 그래야, 저소득층의 소득과 자영업자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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