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집 살림살이가 화학물질에 범벅됐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집 살림살이가 화학물질에 범벅됐다?

[함께 사는 길] 화학물질 없는 겨울나기

겨울을 매듭짓는 날이자 가장 추운 때라는 대한(大寒)이 소리소문없이 지나가 버렸다. 올해는 예년보다 따뜻함은 물론 오는 2월 역시 큰 추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 해도 여전히 밖으로 나설라치면 추워 망설여지는 게 사실. 날이 추우면 동물들도, 풀들도 어디 꼭꼭 숨어 움트기 위한 생명력을 기른다.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어디 뜨신 곳에 숨어 손톱 노래지도록 귤 까먹고, 노래하고, 책 읽고, 춤추고, 쿨쿨 동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집이겠지. 동면하는 동물들, 씨앗들은 각자가 온도나 지형의 변화가 적은 안전하고도 좋은 공간을 찾아 은밀하게 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좋은 보금자리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실내에 오래 머물게 되는 겨울철이 그렇다. 그러나 집값 말고, 멋들어진 가구 말고 이 공간이 정말 동면하기 좋은 공간인가 곰곰이 생각 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한 마리의 곰이라면, 과연 여기 우리집에서 겨울잠을 잘 것인가?

화학물질 범벅 살림살이

뚝 잘라서 나는 안 잘란다. 자고 싶지 않다. 나 같이 화학물질과 친하지 않은 야생곰은 이런 공간에서 겨울을 나다가는 아토피, 비염, 천식 걸려 울부짖는 첫 번째 곰이 될 것 같다. 화학물질이라는 단어는 과학시간에나 들을 법할 듯 낯설기도 하지만 사실 이미 우리 삶 속에서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때가 쏙 빨래세제, 반짝반짝 주방세제, 포름알데하이드에 푹 적신 합판으로 만든 가구와 인테리어 자재들, 석유에서 추출해 만든 플라스틱과 섬유들까지. 주변을 둘러보면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물품 자체를 찾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다(물론 유해물질방출이 적은 또는 거의 없는 세제, 합판, 플라스틱 역시 있다). 몇 개월간의 깊은 겨울잠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이곳을 선택할지 정말 미지수다.

지난해 9월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 조사결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접시, 머그컵, 변기커버, 욕실화, PB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에서 중금속, 프탈레이트, 납, 1,4-다이옥산 등이 검출되었다. 이는 알레르기, 발암, 어지럼증,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으며 1,4-다이옥산의 경우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우리집에 있는 대형마트 물건이 얼만데! 식자재부터 시작하여 아주 작은 문구류 하나까지 구매하게 되는 대형마트에서는 글쎄 화학물질들까지 덤으로 주고 있었다. 화학물질의 허술한 유통관리와 제재체계는 2011년, 무려 114명의 사망자(2012년 10월 8일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기준)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는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 각 개인에게 역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 당신을 병들게 할지도 모를 생활용품들. ⓒ여성환경연대

위험한 겨울철 실내오염

뉴스를 통해 황사와 미세먼지 등 실외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늘어났지만 화학물질로 인한 실내오염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실외보다 실내오염물질이 폐에 전달될 확률이 약 1000배나 높고, 매년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약 280만 명에 달하는 데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보다 실외공기가 더 오염됐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실내공기의 오염 비율이 2~10배 정도 높다. 실외는 바람 등 공기 이동이 활발하여 오염물질이 많아도 희석되지만 실내는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대기가 그대로 정체되어 오염물질이 쌓이기 때문이다.

위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역시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임산부와 유아, 문을 닫아둔 겨울철에 피해가 가장 컸다. 이는 화학제품 등으로 인한 공기 오염이 실내에 그대로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추운 날씨에는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환기도 어려워 섬유유연제, 향초, 디퓨져 등 화학제품들이 많아져 겨울철 오염이 특히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기로 직접 분사하는 제품을 특히 주의하고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춥다고 문을 꽁꽁 닫아두고 환기하지 않으면 물건들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그대로 우리와 함께하므로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신의 보금자리는?

겨울철 좋은 보금자리를 꿈꾼다면 실내 공기 오염에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실내에 화학물질 가득 채워두고 겨울잠 잘 수는 없지 않겠는가. 화학물질 없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염원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집의 모든 바닥과 싱크대와 침대가 원목이기 힘들고, 우리집의 모든 식기류가 유리와 도자기와 스테인리스이기 힘들고, 우리집의 모든 물품들에 화학물질이 쓰이지 않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과 건강을 위해 화학물질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인지하고 차근히 줄여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조금 더 즐거운 겨울잠을 위해.

TIP 우리집 화학물질 줄이기

1. 하루 3번 30분 이상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대기이동이 활발한 시간대인 오전 10시~오후 9시 사이에 환기하는 게 좋다. 환기할 때는 창문을 하나만 열지 말고 곳곳의 창문을 열어 맞바람 치도록 한다.

2. 겨울철 추워서 환기가 힘들 때는 바깥 창문을 1센티미터 정도 열어둔다. 난방비가 아까울 것 같지만, 실내 오염물질이 줄어드는 동시에 열이 고루 퍼지는 효과가 있다. 환기가 어려우면 2~3시간 주기로 2분씩 환기를 해도 좋다.

3. 건조할 때는 관리가 어려운 가습기보다 물에 통숯이나 솔방울을 넣어둬도 좋다. 통숯이나 솔방울은 물에 반만 잠기도록 한다.

4. 방향제나 제습기가 필요할 때는 공기가 통하는 천에 소다를 넣어 필요한 곳에 배치한다. 살균효과가 있는 소금을 소다와 함께 넣어도 좋으며, 방향을 원할 때는 소다에 천연향을 조금 첨가한다.

5. 물건은 필요한 것만 꼼꼼히 골라서 구매한다. 물건이 많을수록, 새것일수록 화학물질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