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그레이트 게임', 승자는 누구?
미국과 중국의 '그레이트 게임', 승자는 누구?
[주간 프레시안 뷰] 오바마, TPP 타결로 중국의 AIIB에 역공

미국, 일본 등 12개 나라가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지난 5일 타결됐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GDP의 40%(28조 달러), 교역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동아시아 및 중남미의 생산성 높은 국가들을 중국의 품에서 떼어내 미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4월 중국은 자신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개발투자은행(AIIB)에 한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동맹국을 비롯한 57개 나라를 참여시킴으로써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미국과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갔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진 이번 TPP 타결은 이러한 중국의 선공에 대한 미국의 역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패권 경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는 양상입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와 시진핑의 '일대일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는 대중동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 및 이른바 '민주화'를 통해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이라크 후세인 정권 제거에 이어 이란 이슬람 정권까지 무너뜨려 세계 경제의 핵심 자원인 에너지 자원을 통제함으로써 경제 패권을 유지한다는 계획이었죠. 부시 정부의 야망은 2006년을 고비로 실패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라크는 내전에 휘말렸고,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극단 이슬람세력이 급부상하면서 중동 지역 전체가 혼란에 빠졌으며, 미국의 숙적 이란의 지역 내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국이 중동지역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중국은 착실히 '평화 발전'의 길을 걸었습니다.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 경제무대에 본격 진입한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했습니다. 2020년 무렵에는 미국마저 제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한 아시아는 물론 유럽 및 아프리카와의 인프라 및 자원 개발 투자를 통해 자국을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경제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3년 취임한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은 이를 위한 청사진입니다. 육지와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통해 유럽 및 아프리카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이는 20세기 초, 지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핼포드 매킨더 경이 내세운 명제, 즉 '세계 섬(World Island)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에 따른 것입니다. 세계섬이란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대륙을 말합니다. 이들 세 지역은 사실상 한 대륙으로 세계섬의 수송로와 무역을 장악하는 세력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것이죠. 2차 대전 후 소련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은 이에 따른 것입니다. 2011년 이후 본격화된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도 바로 중국 봉쇄를 겨냥한 것입니다. 중국 중심의 유라시아 경제 통합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 이후 전임 부시 정부의 일방적 군사주의가 초래한 피해를 차근차근 만회하면서 중국과의 지정학적 패권 경쟁에 나섰습니다.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군 개입 최소화, 이란 버마 쿠바 등 과거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었던 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 그리고 TPP 추진 등이 그 주요한 내용입니다. 이란, 버마와의 관계 정상화가 대중 포위망의 정비를 위한 것이라면, TPP는 중국 중심의 경제 통합을 미국 중심으로 바꿔놓겠다는 계획입니다. TTP가 타결된 이제, 오바마 정부의 다음 목표는 환대서양교역투자협정(TTIP)입니다. GDP 18조 달러 규모의 유럽 경제를 미국 경제에 연계시키겠다는 것이죠. 2016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브레진스키는 "역사상 유라시아는 세계 권력의 중심이었다.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국가는 세계 3대 경제 중심(미국, 유럽, 동아시아) 중 2개를 지배하게 된다. (만일 유라시아 국가가 경제 통합을 이뤄낸다면) 서반구와 오세아니아는 세계의 주변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과연 중국이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경제 통합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유럽과 동아시아 경제를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오바마의 전략이 먹힐 것인가? 이러한 미중 간의 세기적 패권 경쟁은 앞으로 10~20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지정학 연구의 권위자인 알프레드 매코이 교수(위스콘신대, 역사학)의 글을 통해 그 실상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바마의 그레이트 게임: 중동지역 군사력 철수

2009년 취임 이후 오바마는 우선 공화당 등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동 지역 미 지상군의 철수를 관철시켰습니다. 2011년 이라크에서 17만, 2014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10만 병력이 철수했습니다. 중동지역에 대한 소모적 군사 개입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오바마는 드론 등에 의한 공습과 최정예 특수부대의 기습작전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라시아 대륙 주변에는 이탈리아의 시실리 섬에서 홍해 지부티, 걸프만의 카타르와 아부다비, 아프간, 필리핀, 괌에 이르기까지 60여개의 드론 기지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펜타곤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갖추고 35시간 동안 1만4천 킬로미터를 논스톱 비행할 수 있는 글로버호크 99대를 배치하는 등 연간 100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세 적대국가와의 화해-버마, 이란, 쿠바

다음으로 오바마는 2차 대전 후 중앙정보국(CIA)의 과도한 비밀공작으로 국교가 단절됐던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습니다.

우선 버마의 경우, 풍부한 원자재와 함께 인도양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대중 봉쇄의 핵심 지역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뒤 버마 북부로 패주한 국민당 잔당을 무장시킴으로써 버마와의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1951년 CIA는 국민당 군대 1만2000명에 무기를 공급해 공산 정권에 대한 항전을 부추겼습니다. 이들은 3번의 공격 시도(본토 진입) 끝에 처참하게 패퇴한 후에도 버마에 남아 CIA의 지원을 받으며 헤로인 등 마약 밀매를 일삼았습니다. 1950~60년대 전 세계 마약 공급의 근원이었던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는 이렇게 형성된 것입니다. 당시 버마 정부는 자국 영토 내에서의 CIA 비밀공작에 대해 유엔에 공식 항의했고, 버마 주재 미국 대사는 대사직을 사퇴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미-버마 관계는 파탄 났고 이후 버마는 중국에 기울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포위망에 구멍이 뚫린 셈입니다.

그러나 오바마 취임 첫 해, 힐러리 클린턴이 미 국무 장관으로는 50여년만에 버마를 방문했고 이후 국교 단절 22년만에 대사관을 개설했으며 2012년에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버마를 방문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정상화됐습니다. 당시 오바마는 양곤 대학 연설에서 버마를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들(중국, 인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아시아 및 남아시아의 교차점"이라며 버마를 치켜세웠습니다.

아이젠하워 정부 8년 동안 CIA는 48개 국에서 무려 170회의 비밀공작을 벌였습니다. 그중 1953년 이란의 모사데크 총리 축출은 CIA에 의한 최초의 외국 정부 전복이었습니다. 그 결과 이란의 석유산업 국유화를 막아내고 팔레비 국왕의 권력을 회복시켰습니다. 이후 이란은 미국을 대신한 중동의 군사맹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CIA의 비밀공작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초래했고 이후 36년간 양국 관계는 단절됐습니다. 군사 동맹국을 잃은 미국의 중동 내 위상은 크게 약화됐습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지원한 것이나 1978년부터 아프간 이슬람 반군에 대한 지원도 이러한 상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바마는 2013년 9월, 30여 년 만에 이란과 직접 접촉을 시작해 지난 7월 드디어 핵협상을 타결시켰습니다. 이는 이란 핵문제 해결 이상을 의미합니다. 팔레스타인 문제, 시리아 내전 등 중동지역의 갈등 해결에 이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더 중요하게는 이란-중국 관계의 심화에 쐐기를 박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케네디 정부 첫 해인 1961년 피그만 침공 작전 실패로 미국은 크게 망신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50여년간 미-쿠바 관계는 단절됐습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들의 자주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서반구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말 오바마는 미-쿠바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고, 지난 7월 아바나에 미 대사관을 개설했습니다

오바마의 달러외교: TTP 타결, TTIP 추진

2001년 9.11 이후 미국이 중동의 모래사막에 피와 돈을 뿌리고 있는 동안 중국은 대미 무역으로 번 돈을(보유 외환 4조 달러) 유라시아 경제 통합에 쏟아 부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이른바 '평화 발전'을 추진한 것입니다. 중국은 고속철도, 고속도로, 송유관, 가스관 등 인프라 건설에 일로매진했습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물자 교역을 위한 것이라면 송유관과 가스관은 에너지 수송을 위한 것입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해외 인프라 투자에 6300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지난 4년간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액은 4배(2220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미국의 3배(730억 달러)에 이릅니다. 중국은 아프간 해외 투자의 79%, 시에라리온 70%, 짐바브웨 83%를 차지합니다. 특히 지난 4월 AIIB 출범은 중국 경제의 해외 진출을 위한 중대한 교두보가 됐습니다. 당시 오바마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동맹국들이 AIIB 참가를 선언하자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합니다. 이는 AIIB 출범을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입니다.

원톄진에 따르면 시진핑의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 내부의 과잉 생산력과 새롭게 출현한 금융이익을 처리하기 위한 외부공간을 개척하려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중대한 자본수출국임에도 그동안 자신의 뒤를 받쳐주는 금융동맹국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AIIB(그리고 브릭스개발은행)는 바로 중국의 자본 수출을 받쳐주는 최초의 다국적제도라는 점에서 중국에게는 커다란 힘이 됩니다. 반면 미국에게는 위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경제 통합을 가로막을 오바마의 방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입니다. 세계 GDP의 3분의 2, 교역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아시아 교역의 방향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번 TPP 타결로 세계 GDP의 40%, 교역량 3분의 1을 차지하는 12개 나라들이 미국 중심의 교역망에 포함됐습니다.

오바마의 다음 목표는 환대서양교역투자협정(TTIP) 타결입니다. 단일 경제권으로 세계 최대인 (GDP 18조 달러) 유럽 경제와의 통합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유럽과는 교역뿐만 아니라 투자부문까지도 포함됩니다. 오바마는 자신의 임기 내인 2016년 안에 TTIP를 타결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오바마는 2014년 백악관에서 아프리카정상회의(50여개국)를 개최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동아프리카를 국빈 방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일부에서는 케냐인 아버지를 둔 그가 감상적인 고향 방문을 했다며 그 의미를 깎아내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엄청난 투자 공세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환구시보는 오바마의 아프리카 방문이 "아프리카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하고 과거 미국의 레버리지를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의 외교 행보에 대해 알프레드 매코이 교수는 역대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뛰어난 지정학적 성취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을 세계열강으로 끌어올린 시어도어 루즈벨트, 2차 대전에서 승리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소련과의 냉전을 승리로 이끈 아버지 부시 대통령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매코이 교수는 오바마의 지정학적 포석으로 그동안 위태로워 보였던 미국의 세계 패권이 21세기에도 한동안 유지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관련 기사 : Grandmaster of the Great Game

중국의 유라시아 통합전략

그렇다면 중국은 전략은 어떠한가? 매코이 교수는 중국이 지난 10년간 국내외에 세계 최대의 인프라 투자(1조 달러)를 했다면서 이는 1950년대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의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 사업 이후 최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2007~14년, 중국에는 1만4400킬로미터에 이르는 고속철도가 건설됐습니다. 이는 세계 다른 지역 모두의 고속철도 건설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현재 매일 250만 승객과 물자를 시속 380킬로미터의 초고속으로 운송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3000억 달러를 들여 중국의 모든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2만5600킬로미터의 고속철도망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2008년부터 독일과 함께 2개의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건설하는 '유라시아 랜드 브리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남쪽의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옛 실크로드를 따라 새 철도를 건설하는 계획입니다. 이미 개통된 라이프치히-충칭 고속철도는 1만 킬로를 20일에 주파했습니다. 배로는 35일이 걸립니다.

2013년 독일철도공사(도이체 반 AG)는 함부르그-쳉조우(鄭州)를 15일에 주파할 제3의 루트 개발을 시작했고, 같은 시기 카자흐 레일은 충칭-뒤스부르그 고속철도를 개통했습니다. 나아가 2014년 10월 중국은 베이징-모스크바(6900킬로미터)를 이틀만에 주파할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소요 예산은 2300억 달러입니다.

나아가 중국은 유라시아 횡단 철도에서 인도양으로 향하는 2개의 지선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올 4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발표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460억 달러)이 그것입니다. 이미 중국은 2007년부터 2000억 달러를 투입해 중국 서부 신장 카쉬가르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3200킬로미터)에 이르는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을 건설하고 과다르항을 정비한 바 있습니다. 아라비아해에 접해 있으며 걸프만에서 불과 600킬로미터 떨어진 과다르항은 중국이 (인도양을 거치지 않고) 내륙을 통해 중동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중국은 또한 2011년부터 라오스를 경유해 동남아를 관통하는 향하는 철도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이 고속철이 건설되면 쿤밍-싱가포르를 10시간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에너지 수송과 관련해 중국은 지난 5년간 중앙아시아와 이란, 파키스탄 등을 중국과 연결하는 송유관과 가스관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내륙을 연결하는 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한편 러시아의 송유관 네트워크와 연결해 대서양에서 남중국해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촘촘한 에너지 네트워크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석유공사(CNPC)는 지난 2009년, 10년간의 건설 끝에 카스피해 연안에서 신장을 잇는 카자흐스탄-중국 송유관(2200킬로미터)을 완공했습니다. 2013년에는 벵골만에서 중국 남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중국-버마 송유관(2400킬로미터)을 건설했습니다. 미 해군이 통제하는 말래카 해협을 우회해 중동산 석유와 버마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운반하기 위한 것입니다. 2014년 5월 푸틴의 중국 방문 때는 러시아 가즈프롬과 30년간 4천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380억 입방미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러시아의 대유럽 에너지 수출을 봉쇄하는 바람에 중러 에너지 협력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 천연가스 공급은 2018년 완공될 시베리아-만주 가스관을 통할 예정입니다.

한편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은 지난 5월 하이난섬의 롱포 해군기지를 아시아 지역 최초의 핵잠수함 기지로 확장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포위망을 돌파할 교두보인 셈입니다. 또한 2020년까지 자체 군사위성 시스템을 건설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은 1967년 26개 군사위성으로 구성된 우주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중국은 또한 사이버 전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앞으로 10~20년 내 미국과 전면적 대결을 피하면서 중국의 핵심 국익이 걸린 지역에서(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미국의 군사포위망을 돌파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매코이 교수는 전망합니다. 


(☞관련 기사 : The Geopolitics of American Global Decline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그레이트 게임의 승자는?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그레이트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매코이 교수는 오바마를 그레이트 게임의 위대한 전략가로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10~20년은 미국의 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볼 뿐, 더 이상의 구체적 전망은 하지 않습니다.

한편 원톄진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AIIB 참여는 2차 대전 후 유지돼온 미국의 금융 패권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파악합니다. 미국의 금융 이익이 유럽의 재정 위기를 초래한 것,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러시아 간 경제협력이 좌절된 것 등이 친미 금융동맹에 최초의 균열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일본에 대해서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본 주도의 아시아통화기금 창설을 미국이 좌절시킨 것, 최근 중러와의 군사 대결에 일본을 끌어들인 것(따라서 대중러 경제 교류를 제한한 것) 등은 일본 자본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즉 미국 주도의 경제금융동맹에 취약점이 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원 교수는 '인프라 개발에 의한 평화 발전'이라는 중국의 담론은 미국의 '자유민주'에 이념적으로 도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합니다. "자생적인 사회정의 담론이 결핍된 상태에서 인프라발전주의를 내세우는 한 중국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이 '지유민주'를 앞세워 유고슬라비아를 시작으로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숱한 혼란과 피해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의 호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담론으로서의 '인프라 발전'은 아직 앙상하다...중국은 기필코 자생적인 사회정의 담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미중의 패권 경쟁은 경제력, 군사력뿐만 아니라 허울뿐인 '자유민주' 담론을 극복해낼, 그라하여 인류의 정치적 행동을 추동해낼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얘깁니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 원톄진의 '중국의 일대일로는 평화발전의 이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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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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