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중근은 '항일', 윤치호는 '친일'을 택했나?
왜 안중근은 '항일', 윤치호는 '친일'을 택했나?
[프레시안 books] <대한민국은 왜?>, <청소년을 위한 한국 근현대사>, <19세기 인민의 탄생>
2015.10.28 07:14:09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정 교과서 문제가 그렇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의 현재를 기록하는 역사물인 신문 기사가 천편일률로 같을 수 없다. 역사란 언제나 해석의 문제다. 

파시즘적 역사 교육관이 걸러지지 않은 채 방송 뉴스에 버젓이 소개되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주목할만한 근현대사 신간이 여럿 나왔다. 

<대한민국은 왜?>(김동춘 지음, 사계절 펴냄)는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가 쓴 책이다. 조선 말기 일제 강점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출발하는 책은 오늘날 한국의 여러 풍경을 보여주며 끝난다. 과거와 현재는 갈라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전근대 시절의 반상 제도, 일제의 침탈, 기독교, 공산주의, 미소군정, 한국전쟁, 유신, 군부독재를 역사의 한 줄기에 꿰어 오늘날 교육 문제, 보수 정권 체제, 민주화운동, 신자유주의를 과거에서 흘러온 도저한 흐름으로 설명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살아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책에 처음 등장하는 인물인 안중근과 윤치호 모두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바랐다. 그러나 당대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후,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고 윤치호는 친일의 거두가 되었다(책은 이후 윤치호에서 조선일보사의 방상훈 사장에 이르는 가계도를 덧붙인다). 이 둘의 시각 차이를 통해 당시 조선인에게 일제란, 친일이란 무엇이었는가를 서술한다. 마냥 '민족주의' 관점에서 친일자를 비판하지만도 않는다. 

박정희, 신현확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이름의 과거사를 정리하고, 이들을 통해 현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과거가 오늘날 한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를 설명한다. 생각할 거리를 주고, 생각의 방향을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역사서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한다. 

▲좌로부터 <대한민국은 왜?>, <청소년을 위한 한국 근현대사>, <19세기-인민의 탄생>. ⓒ프레시안


<청소년을 위한 한국 근현대사>(백유선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는 그야말로 이 시기 청소년에게 딱 맞는 책이다. 보성중학교 교사이자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한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선사 시대에서 조선 후기까지> 이후의 시기를 조명한 책을 냈다. 

저자가 쉽게 썼다고 강조할 만큼, 청소년을 목적으로 둔 이 책은 <대한민국은 왜?>처럼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는 않는다. 개별 쪽마다 풍부한 사진과 재미있는 그림을 배치하고, 개별 주제 단락이 끝난 후에는 '쉬어가기' 코너를 배치해 본문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더했다. 대신 강화도조약과 같이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입시에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은 보다 상세히 기술했다. 

역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친일파 논란의 뿌리가 될 일제 강점기 이후의 서술이다. 이 책은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도 설명하고, 김원봉, 나혜석 등 상대적으로 가려진 인물도 조명한다. 지도를 이용해 당시 항일운동세력의 분포를 상세히 설명한다. 친일파 문제는 한 챕터를 따로 빼 설명했다. 이승만 뒤에 친일파가 있었음을 알리고 북한 수립을 설명한다. 박정희의 친일 이력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수록했고 '막걸리 보안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현대 북한의 변화 과정과 오늘날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인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문제도 수록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최근에는 일제 식민 통치를 미화하거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획일화하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근현대사의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에 하나 국정교과서가 실제 교육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이 책을 교육 교재로 활용하면 될 법하다. 

<19세기-인민의 탄생>(김정인 외 4인 지음, 민음사 펴냄)은 오늘의 시각에서 한국사를 다시 돌아보는 '민음 한국사' 시리즈의 조선시대 편 마지막 권이다. 이 책은 근대의 핏빛 여명이 밝아오던 시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저주스러워할 부패하고 무능한 조선왕조 말기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도구는 인민, 곧 당대의 백성이다. 18세기를 조명한 이 책의 이전작 <18세기-왕의 귀환>에서 저자들은 조선이 (일본과 달리) 근대화하지 못한 이유로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중앙집권체제를 들었다. 그간 억눌렸던 인민의 목소리는 19세기 들어 서서히 확성기를 타기 시작한다. 저자들은 당시 조선이 스스로 자본주의 체제 질서를 만들어가려던 분위기를 전하고, 그 한계도 명확히 설명한다. 외세의 공세가 이어지는 조선 말기에 이르러 인민계급 형성의 씨앗이 뿌려지는 계기를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찾아온 평등사상에서 짚어나가고, 만민공동회를 '집회 시위의 기원'으로 해석한다. 책의 막바지는 동학농민군이 장식한다. 계급을 자각하기 시작한 농민군의 이동 경로를 상세히 묘사했다. 

총 16권으로 완간될 이 시리즈는 풍부한 인포그래픽과 세심한 해설로 역사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책은 '아직 인간 해방의 가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그 기원을 19세기로 설정했다. 역사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이도 부담 없이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맛볼 수 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