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인류와 섹스했을까?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와 섹스했을까?
[독서통] <인류의 기원> 쓴 이상희 교수
2015.12.23 15:38:18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영화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이야기는 아니고요. 인류 진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대강의 진화사는 배웠습니다. 먼 옛날 아프리카에서 두 발로 서기 시작한 최초의 조상이 탄생했고, 이들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으로 진화했다는 설 말이죠. 

이후 우리의 선조들은 동굴에 모여 자연과 맹수를 두려워하며 살다가, 불을 발견하고 농경을 시작하면서 문명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선사 시대를 지나 역사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 모두 대강의 이야기는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아닐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전에 인류가 두 발로 서기 시작했을 수도 있답니다. 인류의 식인 풍습은 실은 날조되었다고 합니다.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 이후에 나왔거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현생 인류가 된 게 아닐 수 있다고도 합니다. 농경문화는 인류에 재앙이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들립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김종배 <시사통> 편집인과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진행하는 '독서통'은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라는 책을 낸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를 모시고 우리에게 낯선 인류 진화사를 들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시사통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문을 소개합니다. 



▲"최고의 인류는 유럽 백인 남자라는 믿음은 '인류의 단계적 진화설'과 함께 발전했습니다. 옳지 않아요." ⓒ프레시안(최형락)


인류는 단계적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독서통 : 매주 화요일 찾아뵙는 독서통입니다.

전에 <공룡열전>(뿌리와이파리 펴냄)으로 중생대를 한 번 훑었죠. 이제 다른 시대를 또 한 번 훑어보려고 합니다. 흔히 선사 시대라고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크로마뇽인이 살던 시대를 다룬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분야가 알고 보니 최근 격변기에요. 새로운 발견이 계속 있고, 덕분에 우리가 알던 지식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 애호가 사이에서 꽤 입소문이 난 <인류의 기원>이 오늘 다룰 책입니다. 역사 시대 이전에 우리 인류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찾는 책입니다. 이 책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고인류학을 전공하는 이상희 교수님,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 전문 기자 <과학동아>의 윤신영 편집장이 협업해서 썼습니다.

이 자리에 이상희 교수님을 미국에서 모셔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상희 : 안녕하세요.

독서통 : 이 책이 9월쯤 나왔는데, 사실 그때 여러분께 바로 소개해드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교수님이 미국에 계셨습니다. 마침 교수님께서 12월에 국내에 들어오실 계획이 있다고 하셔서 미뤄뒀던 책입니다. 꼭 모시고 싶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상희 : 영광입니다.

독서통 :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이 모조리 뒤집혔습니다. 인류의 발전 단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시작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을 거쳐 크로마뇽인, 현대인으로 이어진다는 이 상식을 부정하는 책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호모 에렉투스는 자바원인, 베이징원인 등의 이름으로 불린 고인류입니다.

아무튼, 이처럼 '인류는 단계를 밟아서 진화했다'는 우리의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이상희 : 이런 도식을 이제 더는 연구자들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큰 오류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하나는 단계가 있다는 가정이에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호모 사피엔스'의 단계적 진화라는 생각을 1960년대 이후 고인류학계에서는 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더 심각한 오류인데, 발전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호모 사피엔스, 그러니까 지금 인류를 목표로 정해놓고, 그 방향을 향해서 인류가 진화해왔다는 생각이죠.

독서통 : 인류가 최고의 완성품처럼 묘사된다는 말씀이죠?

이상희 : 그렇죠. 물론 그중 최고의 인류는 유럽의 백인 남자죠.

▲고로 이 그림을 너무 믿지 맙시다. ⓒwikimedia.org


"식인종은 없습니다"

독서통 : 이 책의 첫 번째 내용이 식인입니다. 왜 이 내용부터 서술하셨나요?

이상희 : 우연이었어요. 영감이랄 수 있는데, 제가 이전에는 대중을 위한 책을 안 썼어요. 이게 처음인데, 동문 잡지의 인터넷 신문에 글을 써 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아는 선배가 재미있는 걸 쓰라고 해서 가장 재미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원시인은 식인종이었다는 통념을 한번 깨보고 싶었어요. 책의 목차를 정리할 때도 이 부분이 재미있겠다 싶어 앞에 넣었고요.

독서통 : 식인종은 없다?

이상희 : 네. 없죠. 식인종을 뭐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주 식생활의 원천이 다른 사람이고, 식인 행위가 문화의 일반적인 일부분으로 여겨진 집단은 없습니다.

독서통 : 선사 시대 이전이든, 지금 오지 원주민이든 식인종은 없다?

이상희 : 그렇죠. 지금도 식인은 일어나죠. 그러나 식인이 정상적이거나, 일상적인 식생활은 아닙니다. 식인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시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죠. 안데스 산맥에서 조난당한다거나 하는 예외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식인을 제외하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식인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원시인이 식인종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뿌리 깊은 편견이었어요. 그 생각의 기원 자체는 외래인에 대한 유럽인의 배타적인 태도죠. 지금 정설로 여겨지는 건 콜럼버스 기원설입니다.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길을 개척한다며 서인도제도로 갔는데, 그곳 원주민을 '칸의 후예'라는 뜻으로 카니바스(canibas)라고 불렀어요.

자기 물주인 스페인 국왕에게 항해가 얼마나 기막혔는지 얘기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콜럼버스는 카니바스가 '식인하는 사람'이라고 거짓 보고했어요. 이 때문에 카니바스는 식인종(cannibal)의 대명사가 됐죠. 물론 식인을 언급한 건 콜럼버스가 처음은 아니죠. 중국 역사서에도 예부터 나왔어요. 그런데 대체로 '내가 한 게 아니고, 저들이 한다'는 식의 내용이 많죠.

독서통 : 이런 편견이 원시인이나 오지의 원주민은 식인할 것이라는 억측을 낳고, 그게 통념으로 굳어진 거군요.

이상희 : 그렇죠.

독서통 : 그래도 선사 시대 사람들이 식인한 것으로 추정된 증거는 있다면서요?

이상희 : 지난 10여 년간 재미있는 유적이 두어 군데 발견됐어요. 하나는 크로아티아 크라피나(Krapina) 유적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에요. 인골(해골)에 칼자국이 나 있었어요. 상상력을 자극하잖아요? 네안데르탈인이 식인종이었다는 증거가 됐죠.

독서통 : 그런데 그게 뒤집혔다면서요?

이상희 : 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인류학과의 매리 러셀(Mary Russell) 교수 같은 사람이 뼈에 난 칼자국은 "도축이 아니라 2차장(시신을 처음 매장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뼈를 깨끗이 손질해 다시 묻는 장례 형식)의 증거"라고 했어요. 뼈에다 칼을 대긴 했지만, 목적이 완전히 달라진 거죠. 2차장은 한반도에서도 발견돼요. 인류학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개념이에요.

독서통 : 고도의 문명 행위잖아요.

이상희 : 그렇죠. 리미널리티(liminality, 경계성)라는 개념이 있어요. 어떤 지위에서 다른 지위로 옮아갈 때, 과도기적 행위를 하는 거죠. 아프리카 일부 부족이 자기 마을의 아이가 소년에서 어른이 될 때 집단 야영시킨 후 돌아오게 하는 풍습 같은 거죠. 통과 의례입니다. 당장 우리도 태어난 아이가 100일이 지나면 이를 기념하잖아요? 옛날에는 돌이 지나야 이름을 지어줬죠. 사십구재도 그런 의미고요.

이런 상징적 행위를 정말 네안데르탈인이 했다면, 이들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달라지죠.

물론 애매한 경우도 있어요. 미국 콜로라도 주에 아나사지(Anasazi)라는 인디언 원주민 유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10년 전쯤 기막힌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어요. 옛 토기에서 인간의 단백질이 나왔어요.

독서통 : 인간의 살을 먹었다는 거군요?

이상희 : 그렇죠. 더구나 그곳의 인간 똥 화석을 분석했더니, 거기서도 인간 단백질이 나왔어요. 자연스럽게 딸려 나온 단백질이 아니라 소화를 통해 나온 단백질이란 것도 확인됐어요. 식인했다는 거죠.

그러면 왜 먹었을까. 죽은 사람의 신체 일부를 먹어 그와 한몸이 되는 제례 의식의 일부였을 수도 있죠. 아마존의 야노마모(Yanomamo) 족은 지금도 조상의 재를 마시는 엄숙한 제례 행위를 해요.

파푸아 뉴기니의 포레(Fore) 족의 옛 매장 풍습을 보면, 시신의 살을 저미고 장기를 들어내요. 그리고 남자는 살을, 여자는 뇌와 장기를 먹었죠. 죽은 사람을 먹으면 그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의 일부가 되어 동네에 계속 살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독서통 : 그런데 이런 풍습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요?

이상희 : 그렇죠. 쿠루(Kuru)병. 잠복기가 5년에서 20년에 이르는 병인데, 환자가 몸을 심하게 떨고 발작적으로 웃어서 '웃는 병'이라는 뜻으로 쿠루병이라 불리었습니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다가 사망합니다. 포레 족 중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 많이 걸렸는데요, 연구 결과 이들이 시신의 뇌를 주로 먹었어요. 그리고 밝혀진 병원체가 프리온(prion)이라는 뇌 속의 단백질이었어요.

독서통 : 따지고 보면 이 병이 인간 광우병과 비슷하죠.

이상희 : 1960년대에 논문이 하나 나왔는데요, 논문 제목이 '영양가적으로 식인 풍습에 의존할 수 없는 이유'였어요.

독서통 : 사람 고기를 주식으로 삼기에는 영양학적으로 질이 낮다는 거군요?

이상희 : 예. 더구나 사람 스무 명이 사람 고기만 먹고 살려면 몇 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이를 따져보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컴퓨터 모델링으로 입증했어요.

▲이민족이 식인하리라는 믿음은 유럽 제국주의 사회에서 일관된 신념처럼 여겨졌다. ⓒwikimedia.org


베이징원인 화석은 없다

독서통 :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식인종 이야기만 너무 오래 했네요. (웃음) 교수님께서 야쿠자 조직에 잠입할 뻔 하셨다면서요?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는데, 베이징원인 화석이 없다면서요? 워낙 유명한 화석이라서 당연히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라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사라진 화석이 일본의 야쿠자 조직에 있을 수도 있다고요?

이상희 : 네. 그렇게 설명하시니 드라마틱한데요. (웃음)

베이징원인 화석의 원본이 사라진 건 사실이에요. 이를 추적하는 역사 소설도 몇 권이 나올 정도죠.

1941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베이징원인의 화석을 연구하던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바이덴라이히(Franz Weidenreich)라는 분이 계셨어요. 이분이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갔다가 중국에서 정말 뛰어난 업적을 이루셨는데, 이분이 워낙 정교한 모형을 만드셔서 원본이 없어도 베이징원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었어요.

여하튼, 일본군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이분이 베이징원인 화석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미국으로 운반하려 했는데요, 베이징 동쪽 보하이만 친황다오 부두에서 이걸 잃어버렸어요. 그냥 사라졌어요.

세 가지 대두한 가설이 '사실 미국이 가져갔다'는 음모론, '일본이 입수했고, 그 원본은 현재 일본 야쿠자가 신입 회원을 받을 때 입회식에 쓴다'는 설, 그리고 '폭격으로 수장됐다'는 설이에요.

독서통 : 이 중 두 번째 가설, 즉 야쿠자 조직에 베이징원인 화석이 들어갔다는 가설을 확인해보려 하신 거군요?

이상희 : 그렇죠. 당시 제가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본에 있었어요. 어느 날 10년 동안 야쿠자를 추적했다는 일본 기자한테서 이메일이 왔어요. 조만간 야쿠자의 입회식이 열린다면서 자기와 함께 잠입하자고 하더라고요. 입회식 때 정말 베이징원인 두개골이 쓰이면, 이를 진품인지 판단해 줄 전문가가 필요해 절 찾은 거죠. (웃음)

독서통 : 그런데 왜 안 가셨어요?

이상희 : 저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 만일 찾는다면 60년의 미스터리를 해결한 사람이 돼 제 이름이 역사에 남을 일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자랑삼아 지도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이런 일을 할 테니 기대하시라고요. 그런데 답변이 "미쳤구나"는 거였어요. (웃음) 이메일 제목이 'NO'였어요. 이후 고심하다 포기했죠. 나중에야 야쿠자들이 보통 조직 폭력 집단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이후엔 무서워서 그때 나눈 이메일도 다 지웠어요. (웃음)

독서통 : 학자로서 어떻게 보세요?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설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세요?

이상희 : 모든 게 가능하죠.

인류 진화는 직립보행부터

독서통 : 이제 루시(Lucy) 얘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루시의 의미를 매우 높게 평하셨죠.

이상희 : 네.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화석인데요, 인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석입니다. 330만 년 전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하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종이죠. 발굴할 때 비틀스(The Beatles)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노래가 나와서 화석 이름이 루시가 되었어요.

인류 진화사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한 논쟁거리였어요. 지금 우리가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었느냐는 거죠. 인간의 본성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루시 이전에는 인간다움의 첫 번째 조건은 뇌 용량이 커지는 것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정작 루시는 머리 없이 발견되었거든요. 그럼, 루시는 인류사 연구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요? 루시의 다리뼈와 골반을 보니 부인할 수 없는 직립 보행의 특징이 보였거든요. 가장 근본적인 인간 본성의 탄생은 두 발로 서기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뇌가 발달하는 걸 포함해) 모든 건 그다음에 일어난 거죠. 최초의 인류를 알기 위해서는 뇌가 발달한 화석이 아니라 직립 보행한 화석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우리가 알게 된 거죠. 루시 이전까지의 단계론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네 발로 걷고, 호모 에렉투스부터 직립했다는 게 정설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이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두 발로 걸은 거죠.

사실 두 발로 걷는 동물은 많잖아요. 펭귄도 있고, 닭도 있고, 원숭이도 있고요. 그런데 그들의 직립 보행과 우리가 다른 점이 있어요. 다른 동물은 다른 것도 할 수 있어요. 원숭이는 네 발로 걸을 수 있고, 펭귄은 헤엄칠 수 있죠. 그런데 인간은 직립 보행밖에 할 수 없어요. 뼈에 나타나는 특징이죠.

맨 처음 루시가 직립 보행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는 반격이 어마어마했어요. 1970년대~1980년대 내내 이 논란이 이어졌어요.

▲네안데르탈인(왼쪽)과 크로마뇽인(오른쪽). 오랜 기간 인류는 보다 야만적인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직계 조상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으리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wikipedia.org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

독서통 : 고인류학계에서도 논쟁이 매우 많았던 것 같아요. 그중 책에서 인류에 관한 두 가지 기원설이 대표적으로 소개되죠.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연계설이 지금 엄청나게 대립하고 있다면서요?

아마 청취자 여러분은 아프리카에서 우리의 조상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고, 이들이 전 대륙으로 퍼져나가서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으로 변화했다, 이렇게들 알고 계실 거예요. 이게 아프리카 기원설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 있다. 현생 인류는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대에 존재했고, 이들이 교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다는 게 다지역 연계설 이론이죠.

이상희 : 네, 맞습니다. 아프리카 기원설이 암시하는 건 일단 아프리카에서 진화가 일어났고, 이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후 각 지역에서 환경에 적응했다는 식이었죠. 사실 이런 가설의 한가운데는 유럽 중심주의가 놓여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유럽인)의 조상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아프리카 기원설의 핵심인 거죠.

그러니까,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 인류가 유럽으로 건너와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오늘날의 인류(유럽인)로 진화했다는 겁니다. 이토록 멋있는 유럽인이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원시인과 관계가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그 밑에 깔렸던 겁니다. 사실 이 아프리카 기원설은 최근까지도 대세였어요.

1990년대부터 유전학이 득세하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면서 인간에게 돌연변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죠. 과학자들은 이렇게 다양성이 적은 데서 현생 인류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결론을 끌어냅니다. 또 지역별로 조사해보니, 돌연변이(다양성)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 아프리카인이었어요. 그러니까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제일 오래 살았다는 겁니다.

이 두 가지 결론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최근까지 인류가 진화를 이어오다, 전 세계로 퍼졌다'는 이론이 나오게 됩니다. 거기다 스반테 페보가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해 보니 전혀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2007년에 발표합니다.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관계가 전면 부정된 거죠.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2003년에 인간의 유전체 전체가 파악되었잖아요? 그리고 2010년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전체가 확인되었습니다. 역시 스반테 페보가 양자를 비교해봤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인간의 유전체에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4% 정도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포함된 거예요.

이 과정은 페보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김명주 옮김, 부키 펴냄)에 흥미진진하게 묘사가 되었죠. 아프리카 기원설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가 이걸 부정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겁니다. 페보는 이런 새로운 사실을 '쿨'하게 인정합니다. 우리 인류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했고, 심지어 성관계를 갖고 후손까지 낳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독서통 : 충격적입니다. 사실 종이 다르면 설사 자식을 낳더라도 그 자식은 생식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말과 당나귀를 교배해서 낳은 노새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성관계를 하고 애를 낳고, 그 애가 다시 자손을 낳았다는 거잖아요. 그 흔적이 우리한테도 있고요. 그럼, 네안데르탈인도 인류의 조상이라는 건데….

이상희 :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상식과 달리) 같은 종이라고 분명히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거죠.

▲호빗이 실존했을 수 있다?! ⓒdeviantart.com


호빗은 실존했다?

독서통 : 또 신기한 이야기를 들어봐야죠. 호빗(영국 작가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소인족)이 실제로 있었다고요. 킹콩도 있었고요? 

이상희 : 호빗 얘기만 해볼게요. 인도네시아에 플로레스라는 섬이 있어요. 거기서 1만8000년 전 인골이 나왔어요. 두 가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었어요. 몸집이 작았고, 머리도 작았어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플로레스인)라고 해요.

독서통 : 어린아이 화석일 수 있잖아요.

이상희 : 아니었어요.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뭐냐는 의문이 일어난 거죠.

사실 몸집이 작은 게 크게 이상한 건 아니죠.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잖아요. 문제는, 이들의 두뇌가 400시시(cc)가 채 안 되었다는 거예요. 이건 인류의 두뇌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거였거든요. 500만 년 전 이미 인류 조상의 두뇌는 450시시였어요. 다 자란 침팬지의 두뇌가 450시시예요. 신생아의 두뇌가 이 정도예요. 2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는 이미 그 두 배인 900시시 정도의 두뇌 용량을 가졌어요. 다 자란 현대인의 두뇌 용량은 1300~1400시시 정도 되죠. 그러니 플로레스인의 존재가 설명되지 않는 거죠.

화석의 대표성을 얘기하는데, 보통 우리는 어떤 화석이 나오면 그게 그 시대의 대표성을 지닌 평균일 거로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그럴 리 없잖아요. 아주 예외적인 화석이 운이 좋게 남아서 발견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플로레스인을 두고 뜨거운 싸움이 시작됐죠. '이게 당시 집단을 대표하던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종'이라는 주장과 '이건 예외적이고, 소두증과 같은 병을 앓은 사람의 화석'이라는 주장이 대립했죠.

제가 봤을 때 문제는 화석이 하나밖에 없다는 거예요. 목 아래 화석은 꽤 있어요. 그런데 두개골은 하나밖에 없어요.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는 싸워봤자 답이 나오긴 힘들죠.

독서통 : 아무튼 호빗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군요. 키도 작고 뇌 용량도 작은 새로운 고인류가, 그것도 현생 인류가 있었던 1만8000년 전에 존재했다는 거군요.

이상희 : 그게 문제예요.

독서통 : 만일 호빗족이라고 결론 난다면 매우 다른 형태를 가진 종이 세계 각지에서 오랜 기간 살았다는 것이군요.

이상희 : 종의 다양성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확보된 거죠. 거기에 불을 끼얹은 게 호모 날레디예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나타난 30만 년 전의 수백 개 개체인데요, 동굴이 꼬불꼬불하게 들어간 곳에 화석이 쌓여 있었어요. 이건 자연적 현상이 아니에요. 30만 년 전에 이렇게 죽은 사람을 따로 모아서 매장할 정도의 인식 체계를 가졌다면 그 역시 획기적인 거거든요. 죽은 자를 특별히 대우한 게 네안데르탈인, 그러니까 10만 년 정도 전이었는데 그 시계를 앞으로 당긴 거죠.

이 시점 말고도 또 문제가 있어요. 호모 날레디 역시 플로렌스인처럼 체구도 작고 또 뇌 용량 역시 적어요. 얼마나 체구가 작으냐? 이 화석을 발굴할 때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체구 제한을 둘 정도였어요. 저 정도 몸집의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였죠. 주로 여자들이 가서 했어요. (웃음)

독서통 :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이 살던 때에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또 다른 종이 있었던 거군요. 더구나 이들은 집단 매장 풍습을 가질 정도의 문화도 있었고요.

이상희 : 그렇죠. 더군다나 그 정도로 작은 두뇌 용량을 가진 고인류는 그런 행위(집단 매장)를 하지 못하다는 게 지배적인 학설이었죠. 그런데 행동 양식과 해부학 지식의 불일치가 일어난 겁니다.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인류 종이 다양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사실 플라톤이 물려준 본질주의에서 벗어나기 참 힘들어요. 다양성은 우리를 불편하게 해요. 그래서 다양성이 발견되면 '인간이 아니지' 하고 생각하게 되죠.

독서통 : 그런데 이런 것도 있잖아요? 아프리카 기원설을 따르자면 우리 인류는 다 아프리카에서 나왔기 때문에, 지금 인류는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으로 나뉘지만 그래도 인류는 한 형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여러 지역에서 인류의 조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주장하면 그게 또 차이를 강조하는 자들에게는 '그래서 어느 문명이 더 우월하다'는 식으로 이용당할 수 있지 않을까 염려스럽네요.

이상희 교수께서는 다지역 연계설에 더 손을 들어주고 계시죠. 다양성을 강조하시는 입장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상희 : 어떤 학설이든지 정치적으로 포장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 기원설은 아프리카에서 나온 우리의 조상이 전 세계에 원래 있었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원주민을 정복하고, 멸종시켰다는 식이잖아요. 이 주장대로라면 우리 조상이 피로 다른 고인류를 다 정복했다는 거잖아요.

독서통 : 그렇네요. 이 역시 제국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우열의 논리가 나와버리니까요.

이상희 : 여기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결코 우리가 더 나아서 이렇게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정말로 우연히 변화에 적응했고 생존했을 뿐이죠.

농경문화가 인류의 잘못?

독서통 : 시간이 벌써 다 되었는데, 이것 하나는 꼭 여쭤보고 싶어요. 우리는 역사서에서 인류의 풍속사나 문화사를 보면 인류가 수렵 채취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넘어갔다고 배웠고, 이를 명백한 발전으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라고 해요. 조지 아멜라고스 미국 에머리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농경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잘못"이라고까지 하셨어요.

이상희 : 반론을 제기한 거죠. 여태까지 우리는 농경이 인간 문명의 시작이었다고 배웠어요.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 가장 큰 증거로 봤죠.

독서통 : 네. 농경으로 인류가 굶주림에서 벗어났고 문명을 창조했다.

이상희 : 그렇죠. 더는 먹을거리에 연연하지 않고 인류가 직접 만들어냈단 말이죠. 그런데 대다수 사람은 농경을 시작하고 더 힘들게 살았다는 게 최근 인류학의 연구 결과예요. 전보다 건강도 나빠지고, 전염병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리고 처음으로 투자의 실패를 맛보게 됐죠. 농경이 한 해를 보고 하는 투자잖아요? 만일 흉년이 들면 굶주릴 수밖에 없죠.

독서통 : 보릿고개처럼요.

이상희 : 그렇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농경을 시작한 인구 집단을 보면, 이전보다 오히려 몸집이 작아졌고요, 어렸을 때 극심한 영양 난을 겪으면 나타나는 특징이 치아에 나타납니다. 이런 치아를 가진 어린이 인골, 어른 인골이 다 발굴됐죠.

충치도 농경 이후 늘어났어요. 충치가 쌀밥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식생활에서 더 자주 발생하거든요. 지금은 충치를 웃어넘기지만, 몇 세대 전만 하더라도 가장 고통스럽고, 염증이 온몸에 퍼져 죽을 수도 있는 병이었어요.

독서통 : 우리는 수렵 시대에는 사냥도 잘 안 되고, 인간이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여 겨우 짐승 한 마리를 잡으니 생산성도 낮았을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거군요. 오히려 수렵 시절이 더 나았다.

이상희 : 나았다 아니다의 문제는 아니고요. 다른 적응 양태인 거예요. 농경이 큰 잘못이었다는 건, 여태 인류가 워낙 농경의 가치를 높게 봤기 때문에 나온 말이기도 하고요. 농경이 그 정도로 끔찍하게 나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독서통 :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농경이 꼭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줬다는 통념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거죠?

이상희 : 예. 문명을 일으켰지만, 어차피 풍요롭게 산 사람은 상위 1%에 지나지 않았을 테고요.

독서통 : 의외로 수렵 상태에 사는 오지 원주민의 영양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도 확인되었고요. 아무튼 충격적이고 새로운 내용이 참 많이 나옵니다. 워낙 이상희 교수께서 책을 쉽게 쓰셔서 내용도 쏙쏙 들어오고요. 일단 예전 시대의 인류 발전사를 배운 나이 든 세대는 꼭 읽어야 할 책이고요. (웃음)

통념을 깨는 내용이 참 많이 나와서 과학책이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생각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애청자 여러분께 일독을 강추합니다.

요즘 특히 관심을 가진 연구 주제는 뭔가요?

고인류학 전공자, 한국에도 많았으면

이상희 : 나이와도 상관있는 것 같은데요. 옛날에는 세계적 큰 그림이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동아시아, 한반도로 좁혀지게 돼요.

독서통 : 해골을 만날 끼고 사시는데, 그러면 사람을 봐도 해골이 그려지시나요? (웃음)

이상희 : 대략 그렇죠. (웃음)

독서통 : 화석을 보면 성별이 구분됩니까?

이상희 : 골반을 보면 가장 정확해요. 두개골만 봐서는 조금 더 확률적이고요.

골반의 성별 감정도가 높은 이유는, 인류가 산도보다 머리가 큰 아이를 출산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 얘기는, 머리가 크지 않은 신생아를 가진 화석종은 같은 종류의 골반을 바탕으로 한 성별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되죠. 플로레스인이나 루시 말이죠. 화석종 같은 경우 그래서 항상 논란이 뒤따라요. 암수냐, 아니면 다른 종이냐 같은 종이냐 이런 논란이요.

독서통 : 고인류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류학을 전공하는 분은 보통 문화 같은 인간 사회에 더 관심을 두기 마련일 것 같은데요.

이상희 : 글쎄 말입니다. (웃음) 제가 학부는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왔어요. 당시도 삽질은 많이 했죠. (웃음) 원래 땅을 파는 일에 익숙했고요, 졸업할 때 제게 큰 영향을 미치신 이선복 서울대학교 교수께서 "너는 미국 가서 화석을 공부해보지 않으련?"하고 권하셨어요.

▲<인류의 기원>(이상희·윤신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프레시안

독서통 :
이상희 교수께서 한국에서 공부한 거의 처음의 고인류학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이상희 : 그래도 된다고 하더군요. (웃음) 전공자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로 인류의 진화나 고인류학의 매력을 알리고, 저변을 보다 넓히고 싶어요.

독서통 :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운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막 갖기 시작하는 청소년, 대학생이 읽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상희 : 그러잖아도 얼마 전 친구 부부를 만났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자기네 아들이 이 책을 읽고 고인류학자가 되겠다고 말해서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독서통 : '너 손가락 빨고 살래?' 하고 걱정하는 거군요. (웃음)

이상희 : 맞긴 해요. 쉽지 않죠. 그런데 뭐든 쉬운 게 어디 있어요? 지금 어차피 뭘 해도 어려워요. (웃음) 기왕 이렇게 된 것, 하고 싶은 것 하셨으면 좋겠어요.

독서통 : 아무튼 고인류학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오늘 참 재미있는 이야기, 우리 통념을 깨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담긴 내용 중 십분의 일도 얘기 못 한 것 같아요. 나머지 궁금함은 애청자 여러분께서 독서로 해소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시고 귀한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희 : 아주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