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뽑은 '2015 올해의 책'
프레시안이 뽑은 '2015 올해의 책'
[프레시안 books] 아주 특별한 책 리스트
2015.12.30 08:04:15
유달리 희한한 명언(?)이 청와대에서부터 쏟아진 한해가 또 저물어갑니다. 올해 책 많이들 읽으셨나요? 소설, 자기 계발서, 인문서, 과학책, 만화책.... 좋은 책은 뭐든 읽으면 삶의 양식이 되고, 지식 근육을 단단히 불려줍니다.

'프레시안 books'는 올해 특별히 주목할 만했던 책을 몇 권 선정했습니다. 프레시안 books 지면을 만드는 기자(강양구 기자, 이대희 기자)와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만드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이홍 출판기획자, 그리고 오랜 기간 '프레시안 books'에 좋은 글을 보내 주신 이권우 도서평론가가 각각 자신이 올해 읽은 책 중 짚고 넘어갈 만한 책을 선정했습니다.

보통 새해 일출을 보며 다짐들 하잖아요? 적잖은 분이 '올해는 책 좀 많이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아래 리스트에서 여태 안 읽은 책이 있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리스트는 총 18권입니다. 여러분의 리스트와 얼마나 겹칠지 궁금합니다. 리스트는 가나다순이며, 각자가 짧은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선정자들의 리스트 중 중복되는 책은 단 한 권이네요!



<13.67>(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이대희 : 홍콩 미스터리 소설? 절레절레. 이전에는 읽어본 적 없다. 미지의 영역에 도달하는 순간, 이야기는 거침없이 전진한다. 2013년부터 1967년까지, 시간을 거꾸로 내달리는 두 형사의 인연이 홍콩 현대사를 관통해 이어진다. 여섯 편으로 나뉘어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개별 사건을 잇는 통사 구조는 단단하고, 모범적 트릭은 머리를 시원하게 적셔준다. 마치 좋았던 시절 홍콩 누아르 물을 보는 듯한 실재감을 통해 식민지 시민의 삶이란 무엇인지, 체제 변화가 개인사를 얼마나 비트는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에드워드 로이스 지음, 배충효 옮김, 명태 펴냄)

이홍 :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면서도 자본의 성격과 그 자본을 조종하는 힘의 균형에 대해 우리는 너무 모른다. 모르니 늘 당하고 깨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지배하는 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책이다.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스티븐 로즈·힐러리 로즈 지음, 김동광·김명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강양구 : 올해는 '황우석 사태'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었다. 여전히 '바이오 거품' 논란이 야기될 만큼 생명공학에 대한 기대는 크다. 저자인 로즈 부부는 전쟁, 빈곤, 차별, 대량 학살, 환경오염을 낳은 과학기술을 비판하는 '급진 과학 운동'의 태동을 알린 이들이다.

이 책은 이들이 자신의 평생을 정리하며, 현대 생물학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전망을 담았다. 현대 생명과학을 "누가 통제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누가 이익을 보는지" 묻고, "과학의 민주적 책무"를 강조하는 로즈 부부와 같은 이들의 책이 외면당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생명과학계의 온갖 뒷담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한민국은 왜?>(김동춘 지음, 사계절 펴냄)

이대희 : 1945년 광복부터 올해까지,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시각을 설정한다. 그리고 이 관점에 기대 역사를 바라본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역사는 해석의 문제라는 점에서 좋은 실마리를 주고, 교과서 국정화라는 역사 반동의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강준만, 한홍구의 책에 이어 우리 현대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시각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책이다.



<댓글부대>(장강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이권우 : 장강명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재주가 있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르포르타주처럼 읽히기도 한다. 민첩하고 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작은 이야기에 매몰된 한국 소설에 도전한다는 의의도 지닌다.



<로마의 일인자>(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옮김, 교유서가 펴냄)

이대희 : 역사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중에서도 로마 이야기는 삼국 시대 이야기만큼 흥미롭다. 콜린 매컬로 평생의 역작인 이 시리즈는 거시사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의 적극적 개입 덕분에 독자는 격변의 시대로 뛰어들 수 있다. 공화정을 버리고 전제정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로마의 선택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읽을 수 있다. 지금, 비틀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마션>(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RHK 펴냄)

강양구 : 로빈슨 크루소를 말 그대로 '21세기적으로 비튼' <마션>은 스토리텔링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소설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혼자서도 잘해요'의 경제적 인간의 원형을 보여줬다면, <마션>의 마크 와트니는 혼자 아무리 용을 쓰더라도 처량할 수밖에 없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홀로 남은 남자의 얘기가 아니라, 그를 기어이 구하고 말겠다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미국 대중음악>(래리 스타·크리스토퍼 워터먼 지음, 김영대·조일동 옮김, 한울 펴냄)

이대희 : 우리의 대중음악은 미국에서 왔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알고,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 대중음악이 어떻게 성장해왔는가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이 분야의 교과서다. 문자 그대로 교과서다. 미국 대학의 강의 교재로 쓰인다. 주제는 방대하고, 깊이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대중음악 해석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시대, 꼭 필요한 책이 나왔다.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장은수 : 모든 인간이 뿌리 뽑힌 자로서 살아가는 현대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책. 이론적 지평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현장을 성찰하려 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펴냄)

장은수 :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지 않고 서로 협동을 이루면서 자연과 조화하는 삶에 대한 현대인의 깊은 갈망을 드러낸 책. 머니 자본주의 이후, 일본과 오스트리아 등 산촌에서 진행되는 대안적인 사회 체제를 탐구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강양구 : 특히 60대를 넘긴 부모가 있는 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 권해야 한다. 세상과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지 마음을 다잡게 되고, 늙어가는 사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다.

장은수 : '좋은 죽음' 없이 어떤 삶도 행복을 입에 올릴 수 없다는 그리스적 지혜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 책.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다산책방 펴냄)

이홍 : 가장 권위적이며 통속적인 인물 '오베'가 이 시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솔직함과 진정성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의 지명도나 문학적 완성도라는 판단 기준을 넘어선다. 우리 시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인간성과 관계에 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히 옮김, 민음사 펴냄)

강양구 : 눈먼 소녀와 독일군 소년 병사의 운명적인 만남? 선악 구도가 분명한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도, 등장인물도 줄거리도 스타일도 어느 것 하나 상투적인 것이 없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갈수록 빛을 잃는 요즘 세태를 이토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성찰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더구나 사람과 과학기술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까지 보여준다. 금상첨화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백창화·김병록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이홍 : 지역 출판사인 남해의봄날이 지역 출판사다운 좋은 책을 소개했다. 풀뿌리 문화와 지역 서점의 활성화,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다양성 등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책이 좀 잘 팔려야 출판, 서점, 문화가 살아난다.



<제국의 위안부>(박유하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이홍 :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는 출발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간혹 이를 혼동하거나 구분하기를 거부한다. 이 책을 둘러싼 논쟁의 이면에는 역사에 대한 판단과 학자의 양심과 주장이라는 복잡한 구조를 지극히 단선적 이해로 규정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다.



<책 쓰자면 맞춤법>(박태하 지음, 엑스북스 펴냄)

이홍 : 책 쓰기,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관련 강좌가 북새통을 이루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 정말 바이블처럼 챙겨서 봐야 할 책이 나왔다. 이 책 정도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했다면 쓰지 말자.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이권우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이권우 : 농삼아 내가 쓴 책을 꼽아본다. 유달리 이 책에 사연이 많았다. 출판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일단 책을 많이 읽어야 뭐든 되잖겠는가?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정병준 지음, 돌베개 펴냄)

이권우 :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현앨리스의 비극적 삶을 조명한다. '박헌영을 미제의 스파이로 만든 인물'로 평가한 역사학자 다수의 시각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도 만족스럽다.

각자의 리스트

강양구 :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마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이권우 : <댓글부대>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이대희 : <13.67> <대한민국은 왜?> <로마의 일인자> <미국 대중음악>

이홍 :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오베라는 남자>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제국의 위안부> <책 쓰자면 맞춤법>

장은수 : <사람, 장소, 환대>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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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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