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하고, '술집' 나가는 20대, 돈만 주면 OK?
'일베' 하고, '술집' 나가는 20대, 돈만 주면 OK?
[독서통] <댓글 부대> 쓴 장강명 작가
2016.01.13 12:50:12
12일 '독서통'은 소설가 장강명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기자 출신의 장강명 작가는 2015년 가장 주목받은 소설가입니다. 내는 소설마다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화제가 되었죠. 독서통은 그의 소설 가운데 지난해 말 나온 <댓글 부대>(은행나무 펴냄)를 두고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댓글 부대>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국가정보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 온 소설입니다. 20대 청년 세 명으로 꾸려진 '팀-알렙'이라는 여론 조작 팀이 정체 모를 권력자의 사주를 받고서 진보적 성격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격하고, 젊은 세대의 우상으로 떠오른 진보 지식인을 무너뜨립니다. 진보의 허점을 찌르는 교묘한 선전술을 기막힌 전략으로 짜내, 여론을 조작하죠.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미 우리는 무한한 긍정의 공간이었던 인터넷을 국가 권력이 어떤 식으로 오염시켰는가를 생생히 바라봤고, 그 부조리로 인해 우리가 디딘 토대가 생각보다 훨씬 취약하리라는 가능성도 엿봤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의 창의력이 이런 현실과 절묘하게 조응하고, 이로써 진짜 현실을 더욱 생생히 바라보는 눈을 전해주는 이 소설은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 : '압구정 가슴녀'의 추억 vs. '댓글 부대'의 위협)

김종배 <시사통> 대표와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함께 진행한 장강명 작가와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빠른 속도로,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12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시사통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담의 전문을 정리했습니다.

▲ 내는 소설마다 여론의 관심을 받는 장강명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욱'한 김에 얻은 우리 시대 작가

김종배 : 매주 화요일 오후, 독서통으로 꾸며드립니다.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강양구 : 네, 안녕하세요.

김종배 : 이번 주 책은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강양구 : 도서평론가 이권우 선생께서 작년 <프레시안>의 올해의 책 선정 때 이 책을 꼽으셨어요. 저도 작년에 읽은 가장 재미있는 소설 가운데 하나로 이 책을 꼽고 싶습니다.

아마 이 분의 독서통 등장에 애청자 여러분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최근 한국에서 책을 내는 작가 가운데 가장 '핫한' 분입니다. 드디어 독서통에 모셨습니다. 소설가 장강명 작가입니다. 지난 연말께 낸 <댓글 부대>로 오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김종배 : <댓글 부대>의 지은이 장강명 작가, 이 자리에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장강명 : 네,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강양구 : 작년 한국 문학계의 여러 사건을 논하는 분들이 딱 두 명의 인물을 꼽더라고요. 한 분은 신경숙 작가고, 다른 한 분이 장강명 작가입니다.

김종배 : 신경숙 작가가 왜 꼽힌 지는 다들 아실 테고. (웃음) 장강명 작가가 어떤 분인지 소개해주세요.

강양구 : 경력이 독특하세요. 보통 작가의 경력을 살피다 보면 문예창작과 출신이 많잖아요? 문창과가 아니라 하더라도 보통 문과대 출신이 많은데, 장강명 작가는 공대를 나오셨어요. 건설 회사에 다니다가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간 기자 생활을 하셨고, 이때 <표백>(한겨레출판 펴냄)이라는 소설로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하는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 후에 아예 전업 작가가 되고 나서 소설을 꾸준히 내셨습니다. 그리고 내는 소설마다 평론가의 극찬을 받았죠. 상복도 많으세요. 최근에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문학동네 펴냄)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고, 오늘 소개하는 <댓글 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김종배 : 상금과 인세 수입은 기자 때 수입을 능가하나요? (웃음)

장강명 : 지금까지는 그런데요, 지속 가능한 수입은 아니죠. 그리고 문학상 상금이 전부 선인세입니다. 그래서 상을 탄 책은 상금을 넘을 때까지 인세가 안 나옵니다.

김종배 : 그런가요? 그럼 상금이 아니잖아. 별도로 줘야지. (웃음) 왜 기자 생활하다가 때려치우기로 작정하셨습니까?

장강명 : 원래 신문사 들어갈 때부터 만 10년 정도 기자 생활을 한 후 나와서 커리어를 바꾸겠다라고 결심할 정도로, 소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기자 초년병 때부터 있었습니다. "만 10년이 지나면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주변에도 많이 하고 다녔고요.

김종배 : 불현듯 소설을 쓴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던 거군요?

장강명 : 예. 아마 소설 쓰려는 기자는 많을 겁니다. 제가 상 타고 나니 후배들이 찾아와서 노하우를 물어보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2002년 입사에서 2012년에 만 10년이 됐는데요, 그러고 나니 주변에서도 "그만둔다더니 왜 안 그만둬요?"라고 놀리고….

김종배 : 처음부터 기자 그만두겠다고 (직장에도) 공언하고 다니신 거군요?

장강명 : 예. 요즘 제 입사 동기들이 이제 데스크가 됐거든요. 데스크가 되고 나면 사실 현장기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리자 같은 존재가 되죠. (2012년 당시) 내근 관리자가 되고 싶진 않았고, (회사에 남아 있어도) 현장 기자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찌 됐든 기자는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당시는 회사에 다니면서 소설을 써서 인세 수입이 궤도에 오르면 회사를 그만두고 연착륙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울컥해서 바로 사표 냈습니다.

김종배 : 무슨 사건이 있었습니까?

장강명 : 지금 생각해보면 번아웃 신드롬이라고 하잖아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가판 기사를 마감하고 기사를 고쳐야 했는데, 너무 하기가 싫더라고요. 몸이 소진된 것 같고. 그즈음에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날(퇴사일) '더 다니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온 거예요. 그래서 아내에게 전화해 사표를 내겠다고 했죠. 아내가 "그만두면 뭐할 거냐"고 묻기에 "전업 작가를 해 보고 싶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 했죠.

김종배 : 부인의 답변이 심히 궁금하네요.

장강명 : "하는 건 좋은데, 1년만 하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돈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요, 아내 생각에 전업 작가는 혼자 있는 거잖아요? 룸펜이 되기 쉽다는 거죠.

강양구 : 소설가 김훈 선생님도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겨레>에 입사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잖아요? 그 계기가 선생님 사모님께서 "요즘 당신 소설에 리얼리티가 없다" 이런 언급을 했기 때문이래요.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에 밥벌이해야지 생각하고 <한겨레>에 다시 입사하셨다더군요.

김종배 : 결론은 '욱'해서 그만두신 건데, 사실 '욱'해서 뭘 했다가 잘되기가 쉽지 않잖아요?

장강명 : 저도 잘된 적 없었어요. (웃음) '욱'하는 게 저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제가 그렇게 극복하고 싶던 성격이 제 인생에 큰 도움을 준 거잖아요? 인생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 '자, 이제 글을 써야지... 써야지... 써야지...' ⓒflickr.com


"소설 취재가 쉬웠어요"

김종배 :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계시는데, 만족하세요?

장강명 : 예. 굉장히 만족합니다.

강양구 : <표백>부터 <댓글 부대>까지 쭉 보면 굉장히 다작이잖아요? 그런데 내는 소설마다 상당한 취재에 기반을 둔 소설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장강명 : 하던 밥벌이를 계속해서…. (웃음)

강양구 : 독자로서 한국 소설에 드는 아쉬움은 취재를 열심히 한 소설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그간은 표현에 치중하는 소설이 많았죠. 이와 차별화되는 장강명 작가의 특장점이 취재에 기반을 둔, 있을 법한 캐릭터와 생생한 이야기가 소설에 등장한다는 겁니다. '이게 기사냐, 소설이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궁금합니다. 취재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소설이 끊임없이 나온단 말이죠. 미리 여러 가지 글감을 준비한 다음 한꺼번에 쏟아내고 계시는 건가요? 기자로 일할 때 미리 글감을 준비해 둔 건가요?

장강명 : 기자 때 구상한 걸 지금 쓰는 건 아니고요. 어떻게 보면 신문사에서 나오고 나서 취재를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취재할 시간도 오히려 많아지고, 취재에 드는 비용도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조직에 있건 간에 무의미한 일을 하느라고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별 의미 없는 회의를 해야 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품만 많이 드는 기사도 써야 하죠. (작가가 된 후) 그런 일을 버리고, 제가 쓰려는 글과 상관있는 것만 하니 오히려 취재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또 자기 일정을 자기가 관리하는 게 참 좋더라고요. 모레 취재하면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데 기사가 그날 나가야 해서 무리하게 취재원을 만나느라 진 빼고, 그러다 보니 별로 좋지 않은 기사를 하루 일찍 내야 하는 경우가 (기자 시절) 왕왕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 쓰고 싶은 것만 딱 취재하죠. 더구나 소설이라는 게 촌각을 다투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 기다릴 수 있죠. 그러니 품도 훨씬 덜 드는 것 같아요.

김종배 : 기자 타이틀을 갖고 인터뷰 요청할 때와 소설가로서 인터뷰 요청할 때 반응이 다릅니까?

장강명 : 체감이 되고요. 반응이 많이 다릅니다.

김종배 : 어떻게 달라요?

장강명 :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로 다릅니다. "<동아일보> 장강명 기자인데요" 하면 사람들이 조금 더 환영해주고, 소설가가 다가가면 다르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반대였죠. 오히려 '기자'라는 타이틀에 사람들이 더 거부감을 가지는 것 같아요. (인터뷰이가) 거짓말하면 안 되고, 자기 말이 틀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심합니다. 더구나 '이 인터뷰가 보도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신경 쓰는 것도 같고요.

김종배 : 더구나 기자는 고발을 목적으로 인터뷰하는 거라서….

장강명 : 그런 이유도 있겠죠. 그러니 아무래도 기자에게는 사생활을 얘기 안 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자 그만두고 처음 "소설 쓰는 장강명이라고 하는 데요"라고 하니, (인터뷰이가) 신나서 말씀을 많이 하세요. (웃음) 깜짝 놀랐습니다. 기자일 때는 이렇게 열렬히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제가 요즘 느끼는 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경청해주면 더 얘기하고 싶어서 몸이 안달 난다는 겁니다.

강양구 : 누구에게나 약간은 소설가적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김종배 : 술자리에서 "내가 왕년에"라는 화법이 왜 나오겠어요.

장강명 : 그렇죠. 그런데 앞에 앉은 이가 기자라면 '뻥'도 조금 줄여야 하고, 말했다가 내가 몸담은 조직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니 자꾸 경계하게 되죠. 아무튼,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훨씬 쉽고 좋았습니다.

2세대 댓글부대

김종배 : 여태 작가 장강명에 대해 몇 가지 여쭤봤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댓글 부대> 내용으로 들어갑니다. 이 책이 소설이다 보니 내용 전부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책 끝 부분 반전은 오늘 얘기하면 안 됩니다. (웃음) 소설에 '여론 조작을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잖습니까? 여기에 한정해서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댓글 공작에 착안하신 거죠?

장강명 : 네, 그렇죠.

강양구 : 작가 후기를 보니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고백하셨더라고요.

장강명 : 처음에는 국정원 직원이 사는 오피스텔의 대치 모습을 보면서 '야당이 헛발질을 세게 한다' 싶었죠. 그 안에 있는 사람이 국정원 직원인지도 의심스러웠고, 댓글 조작을 한다는 내용도 터무니없게 들렸고요.

강양구 : 우리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가 있었군요? (웃음)

장강명 : 실제로 신뢰는 조금 있고요. 제가 조금 보수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한국의 공무원 전체에 대해 대한민국 사람 평균보다 신뢰하는 편일 겁니다. 공무원을 만날 때, 그리고 정치인을 만날 때 크게 느낀 게 애국하는 마음이 있다, 공동체에 봉사하려는 마음이 정말 있다는 거였습니다.

강양구 : 저도 기자 생활하면서 오히려 공무원 집단에 대해 신뢰가 높아졌어요. 취재를 해보면 해당 사안에 관해 가장 잘 알고, 또 상당수는 뭔가 해보려는 마음도 있거든요.

김종배 : 항상 집단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 거니까요. (웃음) 국정원의 댓글 공작이 사실로 밝혀진 후 느낌은 어땠어요?

장강명 : 정말 너무 충격을 받았고요. 왜냐하면, 그 사실이 밝혀진 게 대선 이후잖아요? 대선 전 경찰은 사실이 아닌 거로 발표했고요. 당시 경찰 수사 결과가 그리 악의적이라고 생각은 안 하는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선이 끝난 후 제대로 파헤쳐보니 국정원이 한 게 맞았다, 국정원장이 시켰다, 조직적으로 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과 무관하게) 여론 조작, 댓글 조작에 관한 소설은 전부터 쓰고 싶었습니다.

강양구 : <뤼미에르 피플>(한겨레출판 펴냄)이라는 소설집에 나온 단편소설에도 나오죠.

장강명 : 네. 온라인 마케팅을 하는 팀의 얘기였죠. (이 이야기로) 더 할 얘기가 많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 터졌고, 그걸 보고 정치적인 여론 조작 이야기를 써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댓글 부대>는 국정원 사건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되는 거죠.

원래 이 책 원고 제목은 '2세대 댓글 부대'였어요. 1세대는 2012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고요. '거기서 반성적 발전을 모색한 게 2세대'라는 거죠. (웃음) 이런 생각을 한 이유가, 국정원이 댓글 조작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내용이 참…. '저런다고 여론이 조작될까' 하는 느낌이 들었죠.

김종배 : <댓글 부대>에서 묘사되는 공작은 '댓글 몇 개 달아서 여론을 이쪽으로 흘러가게 하자'는 수준이 아니라, 자중지란을 일으켜서 진보 커뮤니티 사이트를 아예 파괴해버리는 거죠.

강양구 : 예를 들자면 '82쿡'이라든가 '레몬테라스' 같은,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때 여론을 주도한 '여초 커뮤니티'를 파괴하죠.

장강명 : 네, 그것도 사이트에 들어가서 '종북' 이야기를 꺼내며 분탕질을 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사람도 모르게요.

강양구 : 책에 묘사된 그 파괴 공작이 굉장히 정교해요.

김종배 : 작가께서는 후기에 "100% 허구"라고 했어요. 물론 상황은 허구지만, 이런 디테일한 방법론 모두를 다 창작하진 않으셨을 텐데요?

강양구 : 커뮤니티 사이트 내의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실제 있었던 일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장강명 : 어느 정도 취재는 했는데요, 이런 식이었습니다. 사실 82쿡이랑 레몬테라스는 제가 유심히 살펴본 사이트가 아니었고요. 실제로 사달이 난 커뮤니티가 있어요. 소설에서는 구성원의 주요 연령대를 다르게 바꾸는 식으로 변주했죠. 사실 그런 커뮤니티는 사달이 날 만한 취약점이 있었거든요. 이 소설에서는 그런 사달을 누가 배후 조종했다고 허구를 창작했죠.

김종배 : 실제 자중지란이 일어난 커뮤니티의 사례를 모티프로 삼아 파괴 공작을 구상하고, 이를 소설에 녹여냈다는 거죠?

장강명 : 예, 그렇습니다. 

강양구 : 사실은 (소설처럼) 공작이 일어난 걸 수도 있잖아요?

장강명 : 그건 아무도 모르고, 아니길 바랍니다. (웃음)

▲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는 너무나 석연찮은 장면들을 남겼다.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가 오히려 위증 혐의로 고발됐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연합뉴스


모든 사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소설

김종배 : 소설을 보면 어떤 경우는 실명을 쓰고, 어떤 경우는 가명을 쓴단 말이에요? 왜 그렇게 나누셨어요?

장강명 : 사달 난 커뮤니티를 직접 언급하면 애착을 가졌던 분들이 상처받을 수 있어서 피하고 싶었고요. 일베 같은 사이트는 제가 소설에서 실명을 언급하는데, 이 소설에서 그냥 지나가는 이름으로만 언급되지, 이야기 전개에 직접 관계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쓸 때 목표는 '모든 사람을 조금씩 불편하게' 만들자는 거였습니다. 진보 진영에 있는 분이건, 보수 진영에 있는 분이건 다 불편해할 실마리를 제시하고 싶었고, 특정 단체나 개인을 나쁜 사람으로 몰거나 상처받게 하는 건 원한 바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소설의 직접 배경이 되는 신문사는 'K신문'으로 이니셜을 쓰는가 하면, 소설에서 지나가면서 언급되는 '미네르바 오보 사건'을 두고는 <신동아> 이름을 공개했죠.

어떤 이름의 경우 저도 실명을 공개하는 게 좋을까, 아닐까 망설였는데요, 상을 탄 다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셨던 현기영 선생께서 '이건 언급 안 하는 게 좋고, 이건 해도 괜찮겠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이를테면 1970년대 인사 가운데 몇몇 이름이 나오는데, 어떤 분은 아예 초고에서 빼버렸습니다.

실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아니고요, '어떤 진영은 세게 공격하고, 어디는 옹호한다'는 느낌을 주기 싫었습니다.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지, 글로 사람을 때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강양구 : 이 소설 전체의 모티프나 스토리 전개는 분명히 보수라든가, 우리 사회 기득권을 불편하게 하는 맥락이 있죠. 하지만 군데군데 진보 진영을 불편하게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대목이죠.

"노동자 권익이니 남녀평등이니 하는 말들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중에 자기 단체 직원 권익 챙겨주는 사람 많지 않다는 사실."

이게 소설에 나오는 문구거든요. 사실 세상의 진실 중 하나죠. 읽으면서 이른바 진보 연하는 사람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장강명 : 그런 단체 여건이 열악해서 그런 면이 있겠지만, 그걸 위선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죠.

김종배 : 기자와 댓글 조작 팀원인 '찻탓캇'의 대화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군데군데 특정 이름을 검게 지워 놓아요. 왜 그렇게 하셨어요?

장강명 : 출판사에서도 편집자께 이걸 설명했더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이 소설이 녹취록과 다른 시간대의 사건이 번갈아가면서 전개되잖아요? 그런데 녹취록에서는 일부 고유명사가 검게 지워져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반전과 상관있는데, 독자가 녹취록에서 검게 지운 부분에 해당하는 고유명사로 추측할 단어 가운데 일부가 실제 책 뒤에 가면 아닌 거로 드러나거든요. 어떤 소설적 장치로 반전을 쌓기 위해 지웠는데요, 제 아내도 그렇고, 편집자도 그렇고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하더군요. (웃음)

강양구 : 독자 입장에서는 약간의 긴장감이 생겨 괜찮았습니다. 또 나름 신선했던 부분이 카카오톡 대화 같은 걸 표현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데, 그간 소설에서는 잘 형상화되지 않았던 대목이 그대로 그려진 걸 보고 '당대와 호흡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강명 : 그렇게 봐주셨다면 고맙습니다. (웃음)

20대가 정말 돈 없어서 절망하나? "아니다"

김종배 : 팀-알렙이라는 20대를 수족처럼 부리는 배후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그 존재의 실체를 명징하게 드러내진 않는단 말이에요. 남산의 노인도 뭐했던 사람인지는 드러내지 않고, 이철수라는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재미난 건, 이들을 단일 집단으로 묘사하지 않아요. 연합체죠. 특정한 의도가 있습니까?

장강명 : 글쎄요. 경제 단체 사람 같은 이도 있고, 정보기관에서 온 듯한 사람도 있고….

김종배 :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카르텔을 상징하는 것 아니냐고 읽었거든요.

강양구 : 윤태호 작가의 <내부자들>과 다른 점은 그 카르텔에 언론이 없다는 거죠. 언론은 일종의 꼭두각시죠. 그건 기자 생활을 직접 해본 경험에서 나온 통찰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의 언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웃음)

김종배 : 이 소설을 안 읽은 청취자를 위해 이렇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소설의 큰 틀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애국 세력이 주로 진보 연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공작 차원에서 공격하는데, 수족으로 부리는 이들은 학벌 사회에서 전형적 마이너로 간주하는 20대'입니다. 여기서 20대는 이념적 정체성은 없고,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인물로 설정했죠.

포인트는 '이념 정체성은 없으면서 돈 때문에 자발적으로 꼴통 세대의 수족이 되는 20대'입니다. 왜 그렇게 설정하셨습니까?

장강명 : 실제로 저는 그런 세대 구분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설정인데요, 주인공들이 꼭 돈 때문에 그 작업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인정 욕구와 성취감이 섞여 있죠.

강양구 : 댓글 부대원 중 특히 핵심 멤버인 '삼궁'이 그렇죠.

장강명 : 네. 지금 제 관점이 그렇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좌절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흔히 경제적 맥락에서만 좌절의 원인을 찾곤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도 조금 단편적으로 느껴지는 게, 그냥 '빈곤하니 힘들다'는 논리 같거든요. 저는 그게 좌절감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표백>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그냥 빈곤해서 힘든 게 아닙니다. 뭘 해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인정받는 일이라는 게 매우 적습니다. 아주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만 인정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죠. 대부분은 조직의 말단에서 주어진 (하찮은) 일을 하게 되고, 그 일을 아무리 잘 완수한다 해도 인정받기 힘듭니다.

성취감도 없습니다. '88만 원 세대'라는 용어가 보수가 88만 원이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보수가 나오는 직업, 이를테면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일이 될 텐데, 시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그 일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성취감은 제한적이거든요.

제가 당사자가 아니라 추측해서 말하지만,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한국 사회를 볼 때 '내가 돈을 못 벌 것 같다'는 게 그들 좌절감의 전부라고 보는 건, 그들의 지적 능력을 낮춰보는 거로 생각하고요.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좌절감이 크게 드는 거죠. 지금 젊은이에게 '부자 되고 싶다'는 욕망이 전부가 아닙니다. 옳은 일을 하고 싶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 욕망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그런 좌절감을 잘못 해석하고 '시급을 올려주자'는 얘기만 하는 거죠.

물론 빈곤 문제도 크지만, 그 이상으로 공허함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공허함은 지금의 86 세대는 느껴보지 못한 거죠. 그들은 청년 빈곤은 느꼈을지언정, 세상을 바꾸려 했고 그런 거대 서사의 일부로서 얻는 성취감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진보 진영도 청년에게 그런 성취감을 못 줍니다. <댓글 부대>에서는 오히려 남산의 애국 노인이 그걸 주죠. 청년들에게.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너희가 해 주겠니? 부탁한다"고 합니다. 그 부름을 받은 청년들이 거기 감동하죠. 독자로서는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혐오스러운 광경이지만, 한편으로 댓글 부대원 세 청년이 그에 부응하는 장면을 독자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인정과 동기 부여를 지금의 청년 세대가 원한다고.

실제 소설 끝에 가면 이들이 돈 때문에 공작하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동기에 심취하죠.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것 같다'고 합니다. 방향을 깊이 고민할 자기비판 능력이 없는 청년들이지만, 분명히 마지막에는 돈과 관계없이 돌진합니다. 이들이 처음에는 세상일에 별로 관심 없지만, 끝에 가면 그들(애국 세력)의 논리를 체화하죠. 어느새 자기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가 됩니다. 그때 가서는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바꿀 아이디어를 내죠. 지금 좌절한 20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걸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종배 :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었을 법한 내면 갈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이들을 너무 단순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거든요? 의도적 과장으로 봐야 하는 겁니까?

강양구 : 연장선상에서 저도 질문을 드리는데요. 장강명 작가와 저는 '낀 세대'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이 소설도 그렇고 전작도 그렇고, 작가가 다음 세대, 지금의 20대를 볼 때 한편으로 연민하면서 한편으로는 냉소하는 것 같습니다.

장강명 : 일단 소설 얘기 먼저 하고, 제 세대 인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설에 나온 인물들을 단순하고 기능적으로 묘사한 건 맞고요. 제가 쓴 글에서 공통으로 받는 지적이기도 한데, 제일 큰 이유는 저의 작가로서 미숙함일 테고요. 그다음은 이 책이 강력하게 메시지를 밀고 나가는 내용이다 보니, 가독성을 고려해 희생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제 딴에는 이들의 심리 갈등을 묘사한 부분도 있습니다. (웃음)

팀-알렙의 세 청년 중 한 명인 찻탓캇이 테크노마트에 갑니다. 거기서 자기 또래를 봅니다. 테크노마트는 텅 비어 있고, 제 또래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지나는 사람을 봅니다. 그리고 서로 애증이 섞인 무언의 대화를 합니다. 대리점에는 "꿈이 있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문구가 보입니다. 기껏해야 휴대전화 판매점인데.

찻탓캇과 함께 간 여자 친구는 그를 욕해요. "진짜 폰팔이들 너무 싫어. 진짜 인간쓰레기들" 하며. '꿈 꿔라'는 말이 붙어있는 곳에서 '폰팔이'라며 욕먹는 게 얼마나 초라합니까. 거기서 판매왕이 되겠다는 정도가 꿈의 최대치인 거죠. 찻탓캇은 거기에 끌려, 거기서 전화기를 삽니다. 그리고 이상한 생각을 해요. '도대체 한국에서는 뭘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거지?'

그 위 식당 층도 썰렁합니다. 호랑이 탈을 쓴 아르바이트생만 보입니다. 찻탓캇이라는 청년이 사귀는 여자는 유흥업소 직원이죠. 찻탓캇이 식당에서 그녀에게 묻습니다. 거기 안 나가면 안 되느냐고. 그 여자가 대답합니다. "그럼 나 뭐해? 나 식당 나갈까? 아니면, 뭐, 마트 알바?" 기회가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

찻탓캇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호랑이 아르바이트 청년이 탈을 벗는 모습을 우연히 화장실에서 목격합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찻탓캇의 내적 갈등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사실상 자신에게 묻게 되는 겁니다. '내가 이 일을 해야 할까?'라고요. 그런데 호랑이 탈을 쓴 청년이 땀에 전 상태로 수돗물을 마시는 장면을 보죠.

호랑이 아르바이트는 현재 할 수 있는 옳은 일입니다. 옳은 일을 하려면 굴욕을 감당해야 합니다. 찻탓캇은 이 사건 전까지는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일베는 공격 안 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합니다. 찻탓캇은 바로 이 지점에서 굴복합니다. 저 일(호랑이 탈을 쓰는 아르바이트)은 못하겠다.

강양구 : 세상에 떳떳한 일을 하면 오히려 힘들고, 굴욕적이고….

장강명 : 너무나 굴욕적인 일밖에 못 합니다. 비윤리적이라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찻탓캇이 거기서 항복하죠. 그리고 여자 친구가 유흥업소에 안 나가게 하는 방법은 돈을 많이 버는 것밖에 없고, 이게 반전과도 이어집니다.

계속 댓글 조작하는 얘기가 나오다가 '이 장면은 왜 들어갔나'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찻탓캇은 여기서 굴복하고, 삼궁은 조금 더 앞선 대목에서 굴복하죠. 그런데 이런 얘기를 작가 입으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상황이 참 굴욕적이네요. (웃음)

강양구 : 작가 본인의 세대관도 짧게 말씀 부탁해요.

장강명 : 연민이 있습니다. 냉소는 별로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당사자가 아닌데, 그 세대 대변인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젊은 분들의 고민이 공교롭게 제 고민과 겹쳐서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되는 겁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제가 20대 후반~3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꽂히는 건지, 80년대 초중반생에 꽂히는 건지 모르겠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80년대 초중반생이 40대가 되었을 때 제 주인공이 40대인지, 계속 20대 후반인지를 보면 알 수 있겠죠.

그 나이(20대 후반~30대 초반)가 되게 미묘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할 나이고, 그 세대도 미묘한 세대입니다. 거대 서사가 끝난 시대에 청년기를 맞은 세대라서요. 아직은 어느 쪽에 제가 꽂힌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청년의 자존감까지 깎아먹는 '나쁜' 아르바이트는 너무나 많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사이버 여론에 기대를 접어야 할까?

김종배 : 앞서 작가께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는데, 언론에 있는 사람도 조금은 불편해요. 사이버 여론 공간에 있는 사람도 불편하고요.

장강명 : 네. 제 의도입니다.

김종배 : 여기서 이렇게 반문하는 독자를 안 만나보셨습니까? 주권재민이라고 하는데, 국민이 주권을 표출하는 방법에 선거 말고 여론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여론이 조성되고 표출되는 과정에 관한 회의감, 허무주의로 귀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한데요.

장강명 : 그런 지적을 받진 못했지만,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제가 이 책에서 말하려던 건 그런 회의감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여론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일 힘을 지녔습니다. 굉장히 손쉬운 방법으로 여론을 알 수 있게 됐다는 걸 저는 긍정하고요, 인터넷이 아주 좋은 정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도구의 잠재력, 사용법이 아직 잘 닦인 게 아닙니다.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키워야 하는데요. 여론 조사를 예로 들면, 초기 여론 조사는 프로파간다의 수단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여론 조사가 공신력을 가지려면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연구를 했고, 지금은 그에 따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그런 규칙이 선거법 등에 반영됐을 겁니다. 여론 조사를 빙자한 여론 왜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죠.

저는 인터넷 여론에 대해서도 그런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그런 장치가 정교하게, 하루라도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장강명 : 예, 여론을 왜곡하려고 마음먹으면 이 좋은 도구(인터넷)를 이용해 너무나 엄청난 왜곡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바로 지금 그 대목을 연구해야 하고, 그 연구에 기반을 두고 공공의 규칙으로, 우리 공동체 안에 녹아들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인터넷 여론이 굉장히 좋은 도구가 될 겁니다.

강양구 : 그와 더불어 누리꾼이 항상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는 얘기일 수도 있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여론이 과연 진실일까. 여러 면에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장강명 : <댓글 부대>에서 몰락하는 진보 커뮤니티가 사실 자기들이 주창하던 태도를 견지했다면 조작에 빠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들이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조작에 빠졌죠.

▲ "지금 소설은 소설이 해야 할 역할을 못하고, 그 역할을 영화나 웹툰에게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소설은 시대와 호흡할 줄 알아야 한다

김종배 : 정말 궁금한데요, 팀-알렙이라는 댓글 부대가 공작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되는데, 상당히 창의적이에요. 정말 그럴싸하고, 현실에서 그대로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이거 정말 지어내신 거예요? 아니면 전문가의 코치를 받으신 겁니까?

장강명 : 지어낸 겁니다.

김종배 : 이게 교범이 되면 어떡해요?

강양구 : 국정원 직원들이 단체 구매해서 세미나 하고. (웃음)

장강명 : 제가 참고한 자료는 있어요. 인터넷에 관한 건 아니었고, 기업들이 마케팅을 어떻게 하는지에 관한 자료죠. 많은 돈을 들여 똑똑한 사람들이 그 작업을 수십 년간 했잖아요. 책들을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온라인 세상도 책에 묘사된 내용과 겹칩니다. 구글에서 로그인한 상태로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죠.

제가 읽은 책 가운데 정말 쇼킹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어떤 소셜 미디어는 회원이 여성일 경우 그의 생리주기를 파악하고, 그 주기에 따라 광고를 다르게 보여준대요. 기업 광고에는 굉장히 교묘한 캠페인이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책을 쓰는 동안 저도 약간 교활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강양구 : 지금 준비하는 소설은 뭔가요?

장강명 : 지금은 북한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를 쓰고 있고요, 문학 공모전을 소재로 한 작품도 쓰고 있습니다.

강양구 : 문학 공모전 소재의 작품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웃음)

김종배 : 1980년대~90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설 또 소설가의 지위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강양구 : 예전에 소설은 많은 사람에게 사회 참여의 수단이자, 사회를 성찰하는 교과서의 역할을 했죠.

장강명 : 예, 느낍니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지요.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 중에는 한국의 1970년대~80년대 문학이 과대평가 받았다는 의견도 있죠. 그때는 독재 정부 시기였기 때문에 사회 비판이라던가 정치 비판을 공론의 영역에서 할 수 없었고, 문학과 소설의 영역이 그 역할을 떠맡았죠.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가를 정신적, 사회적 리더로 평가했다는 거죠.

그 지적을 거꾸로 지금에 대입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저는 지금의 소설은 소설이 해야 할 역할을 못 하고, 그 역할을 영화나 웹툰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생>과 같은 작품이 당대의 독자를 많이 울렸습니다. 윤태호 작가 굉장히, 살아계신 분에게 '위대하다'고 하면 조금 그럴 것 같긴 합니다만,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양구 : 저는 어디엔가 1970년대에 조세희 선생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있다고 쓰기도 했어요.

▲ <댓글 부대>(장강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은행나무

장강명 :
그런데 그 영역, 그런 역할을 문학이 웹툰이나 영화에 그냥 내줘서는 안 되죠. 다들 치열하게 당대의 문제를, 당대의 시민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음을 울리는 감동으로 전해줘야 하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문학의 임무가 현실 비판인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어서요. 저는 그렇게는 생각 안 하거든요. 카프카의 <변신>이 당대의 체코에 대해 뭘 얘기하진 않잖아요?

김종배 : 대선 때만 되면 '시대정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데, 그 단어가 꼭 5년마다 돌아올 건 아니거든요. 사실 항상 거기에 천착해야 하고, 그것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찌 보면 소설도 거기에 천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강양구 : 저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카프카의 <변신>을 언급했지만, <댓글 부대>를 비롯해 전작에 깔린 문제의식에는 분명히 보편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당대 사람들에게 지금의 현실을 성찰하는 뭔가를 준다면 정말로 좋은 소설인 거죠.

장강명 : 저는 시대정신을 항상 고민합니다. 소설가라서 고민하는 건 아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합니다. 저는 이게 시민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소설가의 책임'이냐면, 거기서는 약간 (의견이) 다르고요. 이 논의가 조금 이어지면, 마치 '지금 한국의 소설은 시대 고민을 안 해서 문제'라는 식으로 번질 수도 있는데, 그건 제가 경계하고 싶습니다.

강양구 : 제 식으로 정리하자면, 사실 현재 한국 문학의 큰 문제는 재미없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그런데 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김종배 : 저희가 녹음 들어가기 전에 잠깐 얘기한 게, 이 소설이 영화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거였습니다.

장강명 : 전국의 투자자 또 영화 관계자 여러분, 잘 부탁합니다. (웃음)

김종배 : 오늘의 독서통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부대>의 장강명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장강명 : 네, 고맙습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