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드' 도발 , 중국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의 '사드' 도발 , 중국이 심상치 않다
[박홍서의 중미관계 돋보기] 김정은은 승리했는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북한은 사라지고 미-중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야 말로 실질적인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며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왜 북핵 문제의 책임을 자국에게 떠넘기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일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중 갈등의 불똥은 한국으로도 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한미 간 합의가 끝났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한국 당국 역시 기존의 입장과 달리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 그 대가를 단단히 치러야 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간의 밀월기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

한국의 사드 배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의 한 관방 학자가 필자에게 쏟아낸 장탄식이다. 현재 중국의 분위기를 시사한다. 한류가 유행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고, 또 한국 대통령의 자서전이 중국 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황이 한순간에 식어버릴 수 있다. 특히, 사회에 대한 국가의 여론 통제력이 공고한 중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CCTV 뉴스에서, <인민일보>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쏟아낼 수도 있다.

반한 감정은 차라리 다행일지 모른다. 실질적 무역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의도적 기침에 안 그래도 경기 침체에 빠진 한국이 입을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은 북한과의 군사 협력 강화까지 나설 수 있다. 한국이 미국에게 사드를 받는 만큼 중국도 '혈맹' 북한에게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력 균형의 논리다.

북한에게 제재는 변수 아닌 상수

북한은 당연히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사실, 대북 제재는 북한에 애초 문젯거리도 아니었다. 도발할 때마다 때려 맞았던 제재에 이제 면역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특히나 중국이 북한 붕괴를 초래할 '실질적' 제재를 완고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재의 약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에게 제재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것이다.

무엇보다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북한이 쌍수를 들고 바라는 상황일 것이다. 정권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은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하고 있다. 미국과의 '적수 게임(adversary game)'이 하나이고 중국과의 '동맹 게임(alliance game)'이 다른 하나이다.

대미 적수 게임에서 북한의 목표는 단순하다. 관계 정상화과 안전 보장이 그것이다. 김일성 생존 시부터 북-미 수교는 북한의 최대 목표 중 하나였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공동 성명에도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대미 관계 정상화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핵을 먼저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는 북한의 입장과 핵 포기 없이 관계 정상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는 현 상황에서 북-미 수교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해졌다.

결국, 북한에게 대미 관계 정상화는 이제 어쩌면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의 이유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거론했으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란 예측을 못했을 리 없다. 실제로 미국은 B-52다, 핵 자산 한반도 배치다 하면서 예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과시했다.

반면, 북한에게 중국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지원을 뜯어내야 할 대상이다. 북한에게 중국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후원국으로 남았다.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주체적'으로 살아남겠다고 공언하지만 그러한 자신감은 뒤에 중국이라는 버팀목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핵을 가졌기 때문에 후세인이나 카다피 같은 꼴을 당하지 않았다는 북한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라크나 리비아 뒤에는 자신들을 구원할 동맹 강대국이 없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 못하는 것은 북한이 가지는 '조야한' 수준의 핵무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 때문임은 자명하다. 한국 전쟁 시에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북진하다 겪었던 쓰라린 경험이 미국의 뇌리에서 사라졌을 리 없다.

미-중 세력 다툼이 북한 강압 외교의 안전판

결국 북한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자신을 '포기'해 버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합리적 동인이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한반도 위기를 조장해 중국을 옭아매는 것이다. 중국을 안보 위기 상황에 '연루'시켜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동맹 간 포기-연루 딜레마라는 국제정치학의 동맹이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미중 간 세력 다툼에 있다. 미-중 양국이 국제 정치에서 '신형 대국 관계'니 '이익 상관자'니 하면서 아무리 담합 구조를 이룬다고 해도 상대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당장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니 하면서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절대로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잃은 건 없다. 제재야 어차피 늘 지고 살던 것이고 대미 관계 정상화도 이제는 레토릭(수사)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을 갈라치고, 전승절 행사네 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지던 한중 관계도 한방에 파토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수소 폭탄 개발이네 하면서 김정은의 통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미국도 잃은 것은 없다. 오히려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에 북한의 '악역'이 내심 고마울 따름이다. 바라던 사드도 한국에 넘길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이 진정 북핵 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실질적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는 건 모순일 수밖에 없다. 패권 국가의 원죄일지도 모른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난처하다. 중국은 북한의 행태를 지지할 수도 그렇다고 북한을 포기할 수도 없다. 관영 언론은 북한이 더 이상 막 나가면 중국도 어쩔 방도가 없다는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도 하지만, 실제로 북한 붕괴를 손 놓고 바라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은 당연히 한중 관계냐 사드냐를 놓고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은 정말 승리했는가? 분명한 사실은 미중 간 세력 경쟁이 지속되는 한 북한은 이 틈을 이용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를 구사할 것이란 점이다. 미국 주도의 제재와 한-미-일 동맹 강화, 중국의 실질적인 제재 반대, 한국의 소외, 북한의 핵능력 강화라는 상황은 쳇바퀴 돌 듯 무한 반복될 것이다.

"바보들아, 문제는 미국과 중국 바로 너희들 아귀다툼이라고. 우린 그 아귀다툼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앞으로도 잘들 해보라고."

지금 평양에서는 이렇게 득의양양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북핵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도대체 문제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그럴 의향이 없으면서도 북핵 해결을 주장하는 건 결국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순진하거나 위선적이거나. 어느 쪽인가?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