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경쟁해도 '노오력'하면 된다고요?
로봇과 경쟁해도 '노오력'하면 된다고요?
[청년, 청년 배당을 말하다 ①] '힐링'이 아니라 '돈'이 필요한 이유
2016.02.17 12:09:24
로봇과 경쟁해도 '노오력'하면 된다고요?
최근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낸 <사회 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보고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세대로 올수록 학력과 계층, 직업의 대물림이 더 굳어져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사라졌다'는 사실을 통계 자료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금수저, 흙수저' 표현을 뒷받침하는 자료입니다.

이번 연구가 재미있는 점은 세대별로 나눠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산업화 세대(1940년생~1959년생, 181명), 민주화 세대(1960년생~1974년생, 593명), 정보화 세대(1975년생~1995년생, 568명) 등 3세대로 나눠 부모의 학력과 직업, 계층, 본인의 학력이 본인의 임금과 소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만 말하면 민주화 세대에서 정보화 세대로 갈수록 부모 학력 수준을 자식이 따라가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아버지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면 자식도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인 비율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대에서 각각 64.0%, 79.7%, 89.6%로 나타났습니다. 정보화 초기 세대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 대학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을 고려한다 해도 학력의 대물림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가 주목한 부분은 다음부터입니다. 아버지 직업이 관리 전문직이면 자식 직업도 관리 전문직인 경우가 민주화 세대에서는 56.4%로, 정보화 세대에서는 37.1%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들 비율은 같은 세대 평균의 약 2배에 이르렀지만, 전체적으로는 세대가 지나갈수록 학력과는 다르게 관리 전문직의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세대별로 자기 임금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을 분석한 대목에서도 산업화 세대의 경우, 본인 학력이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유일한 변수였습니다. 부모 학력과 계층은 임금 수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민주화 세대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본인 학력과 더불어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였습니다.

이러한 본인 학력 이외 변수는 정보화 세대로 올수록 영향력이 더욱 커집니다. 부모의 학력과 더불어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임금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나타났습니다. 즉, 부모의 경제적 지위, 부모 재산 축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직접적으로는 어떤 직업인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조사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정보화 세대, 즉 2016년 한국 사회를 사는 청년 세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N포 세대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현대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불우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보다 국민총생산량, 경제 규모 등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음에도 왜 이런 평가를 받을까요?

ⓒ연합뉴스


열심히 하면 잘 산다? 이젠 옛말!

한국 사회가 발전해온 배경에는 '열심히 하면 잘 산다'는 성공 신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중산층 혹은 그 이상으로도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한국 경제 발전은 1970년대 정부가 중화학 공업을 추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 그리고 농민의 희생과 노동자 권리 제한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른바 수출 주도형 공업화 전략입니다.

결과도 좋았습니다. 여러 해외발 위기를 정부 주도로 넘겼습니다. 그 결과,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연평균 8.4%의 고도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산업 구조면에서도 경공업과 중화학 공업 비율이 1962년 28.6%에서 1994년 73.1%로 증가했습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등 10대 주력 수출 품목은 한국 전체 수출 대비 비중은 지속해서 늘어났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 55.9%에서 1990년 67.5%, 2000년 78.1%에서 2014년엔 86.3%까지 높아졌습니다. '열심히 하면 잘 산다'는 신화가 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굵직한 산업에만 몰두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는 1997년 외환 이후 극대화됩니다. 그간 전면적이고 강력한 시장 개입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공업화 산업을 육성‧보호‧규제하면서 산업 구조 조정을 추진해 왔던 정부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국가 역할은 점차 축소됐습니다. 이는 재벌 중심의 민간 부문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전 방위에서 시장 질서가 편성되는 것과 궤를 같이 했습니다.

우후죽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내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불황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2015년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은 617만 명,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비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146만6000원으로 270만 원가량인 정규직의 절반 수준입니다. 하루에 5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산업 재해 사망률을 자랑합니다.

이렇게나마 지켜온 제조업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2014년 한국은행이 제조 업체 12만여 곳의 경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6%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매출 감소는 2008년 외환·금융 위기 때도 없었던 일입니다. 영업 이익률도 5~6%대에서 4%대로 떨어졌습니다. 조선·중공업·철강 등의 불황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 부진이 겹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하강, 세계 교역량 감소, 일본의 엔저 공세, 중국 업체의 부상 등 달라진 경영 환경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답 없는 한국 제조업

해외발로 문제가 되는 최근의 제조업 위기는 과거처럼 정부 주도의 성장·선진 기술 모방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이미 시장은 정부 손을 떠난 지 오래일 뿐만 아니라 모방할 선진 기술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있다 해도 철저한 보안 속에 숨어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추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추격하던 방식입니다. 중국은 2008년부터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제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10대 산업 진흥 계획'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이 대표적입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세계 수출 시장의 4.2%(한국 21.2%)에 그쳤던 중국은 2012년에는 33.1%(한국 35%)까지 성장했습니다. 한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셈입니다.
 
여기에 일본의 행보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접었던 조선업을 다시 일으키려 준비 중입니다. 이 역시 자리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시간문제입니다. 이 사이 산업 재편이 이뤄지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은 답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바이오, 재생 가능 에너지, 정보 산업, 벤처 기업 등 신규 사업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치부되고 있습니다. 정권을 잡은 이들은 '해외 자원 개발', '창조 경제'라는 뜬구름 잡는 식 이야기만 할 뿐, 근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 혁명은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가상(Cyber)과 물리(Physical)의 융합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 혁명은 2016년의 화두입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전,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등으로 산업 현장의 일자리에서 인간과 기계가 할 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존 혁명과 달리 4차 산업 혁명의 특징은 빠르고 광범위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나라, 모든 산업 체제를 붕괴시킬 정도라고 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일자리입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4차 산업 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일자리에도 큰 변화가 온다고 합니다. 수많은 기존 일자리가 파괴된다는 것. 4차 산업 혁명은 남자의 일자리를 3개를 사라지게 하고 그 대신 1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예측합니다. 여자의 일자리는 5개를 빼앗고 1개만 새로 생기는 비율로 일자리가 감소합니다.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세계와 경쟁하는 것을 넘어 기계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셈입니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분야는 서비스 분야입니다. 한국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분야에는. 대다수 청년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2015년 5월 기준으로 첫 직장으로 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청년들은 69.3%나 됐습니다. 다시 말해 청년들이 직격타를 맞는 상황이 곧 도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청년, 무슨 희망으로 살아야 하나

이런 구조 속에서 2030 청년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기성세대처럼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힘들게 일한 만큼 되돌아온다는 희망으로 산업화 세대가 살았다면 지금 청년 세대는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야 할지 의문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는 있지만 언제 회사가 망할지, 그리고 언제 자신이 잘릴지 모르는 사회를 사는 그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과거 세대처럼 결혼하고 자식을 낳기는 요원합니다.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 아이를 키울 사람도, 여력도 없습니다. 열악한 처우와 박봉이라도 이후 나아질 희망만 있다면 당장은 힘들어도 미래를 생각하며 버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각종 수치가 이를 반영합니다. 2015년 청년 실업률은 9.2%로 1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이 통계엔 취업 준비생 63만 명은 빠져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인 니트(NEET)족이 2015년 기준 전체 인구의 1.71%인 86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니트족은 지난 10년 동안 4배나 증가했습니다.

현 한국 사회를 사는 청년들에게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적어도 이들에게 잠시나마 숨통을 틔어줄 시간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추진하는 청년 수당과 청년 배당의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이 두 제도는 청년을 대상으로 일정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 실업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서울시와 성남시가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대상은 일부 청년 혹은 모든 청년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조건이나 금액 여부가 다르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이 반기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돈을 주고 표를 사겠다는 심보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여타 청년 대책은 이렇다 할 호응이나 반향이 없습니다. 결과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의 2105년 청년 고용 보고서를 보면 정부 청년 고용 대책으로 일자리를 구한 비율은 26.4%에 불과했고, 그나마 취업자의 42.4%는 비정규직, 32.7%는 월평균 임금이 150만 원 이하일 정도로 열악한 일자리였습니다.

<프레시안>이 현재 논란 중인 청년수당과 배당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청년 수당·배당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며 이들 제도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과연 실효성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들 제도는 보수 진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돈 주고 표를 사겠다는 심보에 불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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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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