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대북 제재 결의안, 중국에 달려 있다
역대 최고의 대북 제재 결의안, 중국에 달려 있다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

새해 벽두인 1월 6일,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국제 사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이어진 2월 7일의 '위성 발사'를 응징하기 위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소위 '수소탄 실험' 이후 57일 만에 일단락된 7번째 북한 관련 제재, 5번째 핵 실험 관련 제제안인 2270호 결의안은 막판 러시아의 이의 제기로 며칠 늦어지기는 했지만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제재안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미국 주도로 이루어져 북핵 문제에 있어 소외됐다는 불만,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중국의 움직임를 견제하며 북한 끌어안기를 통해 대북 영향력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북한의 대 러시아 접근 추세와 양국의 경제협력 프로젝트 진행, 그리고 핵 실험 이후 처음으로 1월 29일 북한 외무성 부상 박명국이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를 공개 방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로서도 무언가를 해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있어 일관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의 우따웨이(武大偉) 한반도 특별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해 의견을 교환했던 점을 상기해보면 미국에 대항하는 중-러 간의 내부적 협력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의 의지에 달려있는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 결의안

어쨌든 대북 제재 결의안이 마련되었다.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 의지를 단번에 꺾기에는 미흡하다. 하지만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제재에 찬성함으로써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소지가 있는 현금 공금 차단에 국제 사회가 의견의 일치를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북한 수출의 49.5%를 차지하는 광물 수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북한을 출입하는 제3국 선박에도 검수를 실시하는 강도 높은 결정을 담았고, 북한 금융 기관의 활동도 제약해 사실상 유-무형의 북한 경제 활동이 대부분 타격을 입게 되었다. 특히 북한의 광물 수출 봉쇄는 과거 대 이란 석유 제재와 같은 작용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억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북한 주민의 민생을 도외시 할 수 없다면서 원유 공급 차단을 거부하고 정상적인 광물 수입은 계속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행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간도 여전히 열려 있다.

중국은 대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북한에 유입되는 해외 금융의 70%이상이 중국계 은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의 의지가 북한 제재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도 대북 송금 거부 등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 도출 과정에서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안 마련보다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 즉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저지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미국이 북한 및 북한과 교류하는 제3국 정부나 기업, 금융 등에 대해서까지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뜻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저지에 필사적이었다. 막판 적극성을 보인 중국의 노력은 미국과 일본이 이미 독자 제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일단 사드배치 문제를 가라앉히고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는 제외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는 이번 대북 제제안 도출 과정에서 보인 중국의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상대로 중국은 북한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자신들이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임을 보여줬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우리와 일차적 의견이 같다 하더라도 종국적인 목표가 같을 수 없음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중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는 이를 빌미로 미국이 자신들을 봉쇄하고 압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자신들의 잣대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의도적으로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를 같은 선상의 동급 문제로 취급하는 전략을 취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는 핵을 보유할 수 없으며,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중국의 정당한 국가 안보 이익은 반드시 효과적으로 수호되고 보장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드 저지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대외에 천명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한국 소외시킨 중국, 왜?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은 더 이상 중국의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담판이나 협상을 진행했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므로 이러한 중국 측의 행보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중국은 북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 협정의 동시 진행을 거듭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 조건인 상황에서 아무런 핵 저지 장치 없이 진행되는 북-미 간 평화 협정 논의는 종국적으로 주한 미군의 주둔 가치의 부정을 통해 결국 북한의 철군 주장, 나아가서 중국의 미군 철수 요구와 맞물려 갈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의 안정이 북핵으로 직접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평화 협정 병행 추진을 한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전략이며 인식이다.

중국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 결의안 마련에 나선 것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과 필요에 의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계속 대북 제재 결의안 마련에 미온적이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의 국제 위상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북한에게 중국이 여전히 북한 편일 수밖에 없고 북한의 핵 능력 제고가 장기적으로 베이징으로부터 멀어지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었다. 중국의 핵 능력 우위를 상쇄시키고 주변국 군비 경쟁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한-미-일 안보 구조의 복원 내지는 공고화가 촉진되는 것이다. 우리도 대중 우호 관계 수립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중국 역시 그동안 한-미-일 구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는데 애를 썼기 때문에 한중 관계의 파열 역시 중국이 바라던 바는 아니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중국 관료들은 한국에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사를 보이며 대국의 풍모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던 많은 한국인들을 실망시켰다.

한중 관계의 파열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도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대중 관계 설정에서 고려할 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하지만 중국도 알아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중국은 대미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북핵 문제를 바라보지만 한국에게는 국가 안위가 걸린 생존 문제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보 이익 침해이므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미가 해결할 테니 한국은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사드 배치의 효용성 논의는 차치하고 한국이 처한 절박한 안보 상황도 이해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너무 앞서나간 결정을 한 측면도 있지만 남북 간 유일한 연결 고리인 개성공단까지 폐쇄할 만큼 한국 정부의 태도는 절박하고 단호했다. 지난 6번의 제재 결의안이 있었음에도 북한의 핵 개발은 계속됐고 미사일 개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 정부도 과거와 같이 김정은 정권을 바라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이 그토록 걱정하는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 요인이 제거된다면 배치 필요성 논의 자체도 쉽지 않을뿐더러 한국 정부 역시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드 시스템에 필요한 레이더가 중국 전역을 감시하기 때문에 배치가 불가하다면 이미 흑룡강 성과 산둥반도에 배치된 탐지 거리가 5000킬로미터에 달하는 JY-26 레이더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자국 영토에 배치하는 자위적 조치는 군사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해서는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태도는 이중 잣대가 아닌지 설명을 듣고 싶다.

북핵 문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관련국들이 과거와 같이 책임을 전가하는 공 떠넘기기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외교란 본래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국제사무 행위다. 누구도 남을 위해 일해주지 않는다. 사드 문제나 평화 협정 문제는 언제든지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다.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로서는 북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인지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의 외교 과제에서 한국이 중심이 되어 미국과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