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여성노동운동활동가인 로즈 슈나이더만(Rose Schneiderman)은 한 연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오늘날 '세계 여성의 날' 상징과 같은 구호인 빵과 장미. 빵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요, 장미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이다.
세계 여성의 날 시작은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8년 3월 8일 일요일. 뉴욕의 러트거스 광장에는 1만 5000여 명의 의류 여성노동자들은 대오를 만들어 참정권과 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행진을 했다. 이 행진은 '여성노동조합연맹(National Women’s Trade Union League of America, NWTUL)'의 활동가들을 자극했다. 뉴욕과 보스턴, 시카고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던 여성노동조합연맹은 뉴욕의 의류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1909년, 마침내 2만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임금인상, 노동환경의 개선, 유연한 출퇴근 시간을 쟁취했다. 이 파업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성공적인 여성노동 파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삶은 고달팠다. 노동시간은 주 56시간, 잔업수당 없이 70시간까지도 견뎌야 했다. 미세한 섬유 먼지들이 공기 중에 무수히 떠다녔지만 환기는 되지 않았다. 조명은 너무 어두웠다. 반짝이는 스팽글을 달기 위해 눈이 짓무를 정도로 쳐다보아야 했다. 또 노동자들은 재봉틀에 대한 사용료를 임금에서 지불해야 했다. 임금은 낮았고, 삶은 고통스러웠다.
여성노동자들의 파업은 1910년에도 이어졌다. 이러한 소식은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같은 해 제2인터내셔널에서는 클라라 제트킨의 제안에 따라 이 투쟁을 기리고 확산하기 위해 세계 여성의 날을 정한다. 1911년 미국에서 발생한 트라이앵글 셔츠블라우스공장의 화재로 500명의 노동자 중 146명이 사망했다.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원자재를 훔쳐갈까 봐 밖에서 문을 잠갔다. 대피로는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희생당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더 나은 삶을 찾아 이주해 온 이탈리아인과 유럽의 유대인이었고, 열네 살 전후의 어린 여성들이었다. 여성노동자들은 계속 싸워나갔다.
세계 여성의 날은 이런 역사가 쌓여 만들어진 날이다. 그토록 목 놓아 외쳤던 참정권은 오늘날 여성의 당연한 권리가 됐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 표준이 되었고, 산업안전에 대한 법규들도 만들어졌다. 물론 바뀌지 않은 것들, 법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아직도 산처럼 쌓여 있다.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많은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최저임금은 기준임금이 되어 버렸지만 먹고살 만큼의 소득을 우리에게 보장해 주지 않는다. 여성노동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온전한 생계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에겐 노동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며 밀어붙이는 정부도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할머니와 엄마의 투쟁에 나의 투쟁을 더하는 역사다. 이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권리들이 하나씩 하나씩 힘겹게 쟁취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빵과 장미'를 어제보다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 평등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확인이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가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 역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주요 이슈는 여성계 전체로는 성평등 가치 실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여성폭력근절 세계연대, 노동개악 중단, 성평등 국회, 세월호 진상규명이다. 여성노동계는 노동개악 중단과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할 것이다. 많은 여성들의 삶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 그리고 거기에 공감하고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아, 세계 여성의 날은 3월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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