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등은 절대 못 이기는 더러운 스포츠,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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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축구 자본주의>
2016.03.11 07:36:55
전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교는 무엇일까. 기독교? 이슬람교? 틀렸다. 축구다.

축구는 지구적으로 공통의 의례를 갖고(남아프리카공화국 1부 리그 팀과 K-리그 팀에 적용되는 오프사이드 규칙은 같다), 전 대륙에 걸쳐 열렬한 신도를 보유하고 있으며(이들은 때로 훌리거니즘이라는 극단적 종교 행위를 보이기도 한다. 이슬람국가처럼), 공동의 믿음(우승만이 유일한 승리다) 가치를 공유한다.

25년 전만 하더라도 이 종교의 본산지 유럽 축구의 연간 총수입은 1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적 규모의 스포츠구단이 몰린 미국의 3대 리그 연간 수입을 다 합한 것보다 크다. 이 종교는 아시아, 북미로 계속해서 발을 뻗치며 신도를 늘리고 있으니, 성장세도 어떤 경쟁자보다 강하다. 비록 신도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조차 여성 리그의 강화로 점차 극복하려 하고 있다.

단순히 농담으로만 한정할 순 없다. 옛 아스테카 문명에서 축구와 비슷한 공놀이는 수백 년간 가장 중요한 종교 의례였다. 한(漢)나라가 전쟁에서 군인의 단합을 위한 행사로 이용한 것도 축구와 비슷한 공놀이였다. 축구로 인해 일어난 전쟁은 현대사에도 제법 있다. (우리나라 언론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언론은 라이벌 팀 간의 경기를 전쟁에 비유한다. 이처럼 현대 인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통의 의례는 축구가 유일하다.

축구라는 종교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팬의 성원? 물론 중요하다. 신도가 많아야 종교는 힘을 발휘하니까. 선수? 물론 선수가 없다면 축구 경기는 성사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두를 조작하는 진정한 힘은 자본이다. 축구는 자본으로 인해 움직인다. 축구장 건설, 선수 영입, 구단 운영, 세금 납부…모든 축구 행위에는 자본이 필요하다.

축구를 자본의 눈으로 깊이 있게 바라보는 힘을 줄 새 책 <축구 자본주의>(스테판 지만스키 지음, 이창섭 옮김, 처음북스 펴냄)가 나왔다. 책의 저자는 <사커노믹스>(사이먼 쿠퍼·스테판 지만스키 지음, 오윤성·이채린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 지음, 김광구 옮김, 에디터 펴냄)로 일찌감치 축구라는 문화 자본(혹은 종교 의례)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해석한 스테판 지만스키다.

책은 경제학 전문 용어로 넘쳐난다. 저자는 상관계수(coefficient of correlation), 주가배수(multiple), 자본시장선(capital market line), 허니문 효과(honeymoon effect), 지위재(positional goods) 등의 경제학 개념을 가져와 현대 축구를 설명한다. 이 통계의 세계에서 우리는 흔히 '공놀이'로만 무시하기 쉬운 축구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현대 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소수 독점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fcbarcelona.com


저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축구는 철저한 승자독식의 세계다. 그리고 철저히 신자유주의적이다. 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 축구 팀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축구는 절대 구단에 수익을 되돌려주지 못한다. 우승과 강등이라는 숙명적 경쟁 체제로 인해 모든 구단은 꾸준히 돈을 써야만 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많은 부호가 축구의 막강한 수익성을 노리고 구단 인수에 나섰지만, 이들 중 투자금을 회수한 이는 손꼽을 정도다. 오히려 사재를 지속해서 써야만 한다.

러시아의 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영국의 축구팀 첼시FC를 인수한 후, 10년간 15억 달러를 구단에 투자했다. 그간 첼시는 설사 수익을 냈다 할지라도 이 돈을 선수 영입에 다시 투자해야만 했다. 극심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2014년 5월 현재 첼시의 가치는 9억 달러를 약간 넘는다. 로만이 지금 첼시를 팔더라도, 투자금을 100% 회수하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오히려 축구란 꾸준히 빚만 내는 사업이다. 로만이 첼시에 빌려준 돈은 2009년까지 첼시의 부채로만 남았다(이후 첼시는 이 돈을 로만의 지분으로 전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이 놀라울 정도의 수익성을 가진 극소수의 팀을 제외하면, 축구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는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2012년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곪은 프리메라리가 소속 팀의 조세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페인 정부가 직접 나서야만 했다. 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에서 1, 2부 리그 소속 구단의 미납 세금은 구단 연간 수입의 30%에 달했다. 통상 선수 급여가 구단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함을 고려할 때, 대부분 스페인 구단이 세금을 내면 연간 운영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와 같은 공룡 규모의 구단 외에는 이 빚을 탕감할 능력을 지닌 팀이 전혀 없다.

기업은 이와 같은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면 파산한다. 혹은 해산한다. 물론 축구단도 그렇다. 가까이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같은 팀이 무리해 선수를 영입하다 빚더미에 깔려 무너졌다. 1982년부터 2010년 사이 잉글랜드에서는 48개 구단이 지급 불능 사태에 빠졌다.

그러나 축구 팀은 일반적인 기업과 다르다. 파산하더라도 주체만 바꿔 똑같은 이름(혹은 약간 다른 이름)으로 재창단하기 일쑤다. 스코틀랜드리그의 인기 팀 글래스고 레인저스가 대표적 사례다. 1923년 풋볼 리그에 소속된 88개 구단 중 97%가 2012년 현재도 그대로 생존 중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축구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팬은 축구 팀이 망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압력을 넣고, 여론이 들고 일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축구단을 살려준다. 세금도 걷지 않는다.

이는 앞서 저자가 제기한 '축구는 신자유주의적 의례'라는 가정에 배치되는 듯 보인다. 축구 구단의 운영은 전혀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듯하며, 일상적으로 비상식이 경제 상식을 지배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축구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유주의 경쟁 체제의 길을 걸어간다. 구단 경영의 위기, 팬의 감소, 강등으로 대표되는 구단의 몰락은 통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오직 약한 팀에서만 발생한다.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강자는 절대 경영 위기를 겪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자세한 통계로 분석해 독자에게 보여준다. 즉, 강자는 절대 망할 일이 없다. 오히려 축구는 인간 이성을 통제하는 종교적 표상까지 생존에 이용하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행보를 이어간다.

축구 시장의 강자는 지배적 자본재(종교적 믿음, 스타 선수, 구단의 마케팅 가치)를 이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크기를 넓히고(이제 아시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 인기 구단은 없다), 구단 자신이 코카콜라와 같이 지구적 상표가 되며(중동에는 레알 마드리드 테마파크가 있다), 이를 통해 강한 구단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해낸다. 이는 지구적 인기를 누리는 극소수의 구단만이 가능하다. 즉, 약자는 무리해서 선수를 사도 망하며, 돈을 아껴도 망하는 동안, 강팀은 절대적 지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체제가 만들어진다.

이는 미국 스포츠처럼 단 하나의 리그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닫힌 경쟁 체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오직 자유 경쟁 체제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 축구는 종교의 탈을 쓴 비이성적 열광 행위라는 표면 아래에, 우리 삶을 지배하는 자유주의적 질서에 의해 굴러가는 모순적 체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를 다양한 통계로 제시한 후, 결론에 다다른다. 완전히 열린 경쟁 체제로 인해 성공을 거머쥔 소수의 구단은 지구적 강자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음에 노릴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부족한 수익성 강화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자유 경쟁 체제는 필연적으로 시장 독점을 향해 나아간다. 코카콜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 상식이 축구에서도 조만간 일어나리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경쟁을 없애야 한다. 저자는 전작에서도 일찌감치 유럽의 축구단이 조만간 미국의 프로스포츠처럼 독점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리그의 문을 닫아걸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부자 축구단만으로 운영되는 독립된 리그를 만들고, 이 리그에는 다른 약자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 독점 자본력을 더 강화하는 길로 나서리라는 얘기다.

그 가능성은 이제 서서히 뉴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강자가 우연히도 리그 순위의 아랫부분에 머무르고 있는)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유럽의 극소수 구단으로만 운영되며, 승강제에서 독립한 '슈퍼 리그'를 창설하자는 논의가 있었음이 뉴스에 보도됐다.

이와 같은 독점 지배 체제가 실제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아는 축구의 모습은 다시금 변화할 것이다. 겨우 수천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유지되는 지역의 자그마한 축구단이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 슈퍼 리그로 인해 자본의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한다면, 그때도 정부는 빚더미에 이미 올라앉은 중소 구단을 봐줄 수 있을까.

▲<축구 자본주의>(스테판 지만스키 지음, 이창섭 옮김, 처음북스 펴냄) ⓒ프레시안

슈퍼 리그 내에서는 어떨까. 이미 강자 안에서도 진짜 강자와 나머지로 나뉘는 차별화가 일어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의 자본력과 나머지 구단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종래에는 지구적 슈퍼 클럽이 탄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자본의 속성이다. 규제 없는 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시장에 독점 자본을 만들어내며, 그로 인해 하부구조는 갈수록 더 피폐해짐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때 축구라는 종교는 마치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종교가 진화했듯, 단 하나의 슈퍼 클럽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차원의 스포츠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자, 축구가 과연 단순한 공놀이인가. 축구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놀랍도록 축소해 보여준다. 유럽의 대형 구단은 세계 각지에서 노동자를 데려온다. 이는 마치 식민 지배 국가가 식민지의 노동력을 착취해 해당 지역의 산업을 고사시키는 것처럼도 보인다(공교롭게도 유럽 주요 리그에 선수를 공급하는 곳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처럼 유럽의 식민 체제를 겪었던 곳이다). 그리고 이 자유의 힘은 유럽 안에서도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가르고 있다. 유럽이라는 극점을 가진 현대의 축구는 완전히 열린 경쟁 체제, 즉 19세기를 풍미한 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20세기식 독점 자본주의 시대를 향해 걷고 있다. 우리의 역사, 우리의 문화가 늘 그랬듯이.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