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악몽 68년째…제주4.3 트라우마
'그날'의 악몽 68년째…제주4.3 트라우마
[언론 네트워크] ① 생존희생자·유족, 지금도 고통…"트라우마센터, 더 늦기전에"
'그날'의 악몽 68년째…제주4.3 트라우마
제주4.3이 올해로 68주년을 맞았다.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고, 2003년 10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에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면서 4.3의 진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4년 1월 정부는 4월3일을 국가추념일로 정했지만, 아직도 유족들은 4.3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지금도, 일부 보수세력의 4.3흔들기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8주기를 맞아 다섯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뼛속까지 남은 4.3의 상처 '68년의 트라우마'
②진척 없는 제주트라우마센터 '광주의 교훈'
③야심차게 시작한 4.3평화인권교육 '이제는 내실'
④끝없는 4.3흔들기 '화해와 상생' 에 찬물
⑤제주평화공원 3단계 사업 '4.3초심 지켜야'

ⓒ제주의소리


제주4.3특별법 제정과 국가추념일 지정이 이뤄졌지만 생존희생자와 유가족들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잠을 설치고 약에 의존한 생활이 벌써 68년째다.

제주도는 2015년 제주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에 의뢰해 도내 4.3생존희생자 110명과 유가족 1011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진행했다.

4.3세대가 점차 줄어들면서 생존희생자들의 정신건강 조사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희생자들의 트라우마가 도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됐다.

외상후 스트레스(PTSD) 장애증상검사 결과, 생존 희생자 중 39.1%는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고위험군이었다. 일반 상태의 안정군은 2.7%에 불과했다.

경도위험군은 16.4%, 중등도위험군은 41.8%였다. 고위험군을 포함하면 위험군 분류 대상만 97.3%에 이른다. 유가족의 경우도 중등도위험군 이상이 52.0%로 절반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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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는 "26년간 인터뷰한 희생자들 이야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고 회상했다. 김 이사는 기자 시절 4.3희생자를 가장 많이 만나 본 인물이다. 본인이 4.3트라우마에 시달릴 정도였다.

김 이사는 "인터뷰 도중 과거를 회상하면서 힘들어하던 어르신들이 많았다. 숨긴다고 숨겨질 기억이 아니다. 속으로 곪아 터지는 일이 없도록 치유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기념재단이 2007년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5.18 부상자와 구속자, 유족 113명 중 16.8%가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

당시 연구진은 5.18 유공자의 상당수가 억울하게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어 성폭행이나 고문 피해자 등 인권 유린 피해자와 유사한 트라우마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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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생존희생자의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5.18피해자들 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조사를 진행한 제주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의 김문두 제주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가 심각할수록 삶의 만족도와 질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는 오래된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과 우울 증상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사회 차원에서 건강한 지원체계를 제공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우울증상 검사에서도 4.3생존희생자 중 41.8%는 전문가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우울 상태였다. 유가족의 중등도 우울 증상 비율도 20.4%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외상후 스트레스는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 후 이에 공포감을 느끼고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정신적 질환이다. 대부분 이를 벗어나기 위한 회피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는 만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부담과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내과 질환은 물론 대인관계 어려움도 뒤따른다.

연구진은 "이런 증상들에 대한 치료는 생존희생자 본인의 개인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생존자와 유족을 위해서는 행정적, 재정적, 정신적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4.3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아직도 생존희생자를 만나면 68년 전 4.3의 기억 속에서 고통스러워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이 분들을 위한 치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4.3트라우마에 대한 논의가 줄곧 있었지만 지금껏 명확한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제주4.3트라우마센터를 통한 치유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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