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진핑' 천민얼, 대체 누구길래?
'포스트 시진핑' 천민얼, 대체 누구길래?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시진핑 이후의 중국 차기 권력은?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名酒) 반열에 올라 있는 마오타이주(毛台酒). 장정 도중 당권과 군권을 한꺼번에 장악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마오쩌둥(毛澤東)을 41년 동안 최고 권력자로 만들어 준 1935년 1월의 중공 중앙정치국 확대회의, 일명 준이(遵義) 회의. 21세기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빅 데이터 산업의 중국 최초 국가 종합 시범 지역. 중국의 구이저우 성(貴州省)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들이다.

술과 혁명과 빅 데이터로 대표되는 내륙 낙후 지역의 상징인 구이저우 성을 이끌고 있는 1960년생의 젊은 지도자 천민얼(陳敏爾) 당서기가 지난 19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중국 내륙 오지(?)의 지방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하는데,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등 한국의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이 줄을 이음으로써 가히 천민얼 서기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이처럼 지방 당서기에 불과한 인사가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은 그의 중국 내 정치적 위상과 관련되어 있다. 지방 당서기에 머물지 않고 미래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 서울시청을 방문한 천민얼 당서기. ⓒ서울시


누가 차세대 권력으로 부상할 것인가?

장래 중국 정치 지도부의 교체와 관련하여, 내년 2017년 가을에 개최될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 누가 차세대 권력으로 부상할지가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충칭 시(重慶市) 당위원회 서기 순정차이(孫政材, 1963년생)와 광둥 성(廣東省) 서기 후춘화(胡春華, 1963년생)이다. 특별한 개인적 과오가 없고 해당 지역에서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들이 내년도 제19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여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의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매우 유동적이다. 중국 정치가 기본적으로 내부 합의에 기초해서 작동된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반대로 권력 승계를 위한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의 전망도 그 적실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정치가 제도화로 나아가고 있고 대체로 이에 대해 동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엘리트 정치, 특히 권력 교체는 제도적인 요인, 예컨대 교차 근무, 연령, 직무 경험 등과 함께 후견이나 당성, 성과 등 비제도적 요인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천민얼 서기가 후춘화나 순정차이와 함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시진핑의 '후견'이라는 매우 강력한 비제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 받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누가 시진핑과 리커창 이후의 권력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이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 문제 풀이가 요구된다. 먼저 객관적으로 제도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느냐가 기본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차 당대회가 보여 주듯이, 중앙과 지방의 순환 근무, 지방과 지방 간의 교차 근무 경험은 인재 충원의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물론 이 요소가 완벽하게 100%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나 시진핑 총서기처럼 지방 근무 경험이나 중앙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중앙정치국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 들어 진행되고 있는 인사 패턴을 보면 교차 근무나 순환 근무가 중시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부문 간 이동, 예컨대 사회단체에서 정부로의 이동이나 기업에서 행정 부문으로의 이동, 그리고 당정 기관에서 기업이나 사회단체로의 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진핑 시기 중앙과 지방, 혹은 지방과 중앙의 수직 이동에서 지방 간 이동이나 부문 간 수평 이동이 인재 충원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립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는 인재들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천민얼은 저장 성(浙江省)에서 30여 년을 재직한 지방 관료지만 경험 축적 차원에서 지방 간 순환 근무에 선발되어 구이저우 성으로 이동해서 당서기까지 올랐다. 향후 다른 지방 서기를 한 번 더 거치거나 동급의 부문 이동을 거쳐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망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의 후견이 추가되면서 미래 권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권력 교체는 차기와 차차기를 패키지로 엮는 두 세대 동시 낙점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덩샤오핑이 장쩌민이나 후진타오를 패키지로 묶어서 차기와 차차기 제1권력으로 미리 낙점한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쩌민이나 후진타오는 이러한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비록 시진핑이 리커창에 뒤지다 소위 태자당이나 상하이방의 지원을 받아 제1권력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시진핑과 리커창 이후 권력에 대한 내부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후춘화와 순정차이가 정치국 위원에 진입했기 때문에 차기 제6세대 권력은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도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제도적-비제도적 요인 동시에 작동하는 중국의 권력 승계

이것은 지도부 충원이 단계별 승진이라는 비교적 완결된 제도화의 수순에 따라 이뤄진다는 공유된 의식으로 뒷받침되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별 승진이 매우 강력한 관료 충원의 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부급(省部級)에서 국가급(國家級)으로의 이동은 제도화 수준을 뛰어 넘는 합의라는 비제도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제도적 요인 외에 비제도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으며, 시진핑은 이 부분을 매우 강력한 자신의 권력 의지로 관철시켜 나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계별 승진에 따르면 국가급 관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앙위원을 거쳐야 한다. 현 정치국원 25명은 모두 중앙위원 지위를 거친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방이나 중앙에서 근무를 했든 아니면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서 근무했든, 중앙위원이라는 당내 지위를 갖고 일선 업무에 종사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국가급 관원 충원의 중요한 통로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관원의 단계별 승진은 성부급에 오를 때까지만 제도화된 패턴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제도화된 틀 내에서 지방 당 서기나 성장이 되기 위한 과정은 지난한 단계별 승진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평가 속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엄격하게 연령 제한 등 제도 요인이 작동한다. 가령 지방 서기와 성장은 65세 이전에 은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방에서 지도부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국가급 인사는 이와 달리 매우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한다. 원로 간부를 포함한 지도부의 내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성부급에서 국가급으로의 파격적인 승진 기용도 사실 지도부 내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시진핑은 사실 이 합의를 이루기 위한 권력의 필요성 때문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공산당원 지위 변동이 당대표→중앙위원(중앙 정위원+중앙 후보위원)→정치국원(정치국 후보위원+정치국 정위원)→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패턴화되어 있지만 제도적인 요소는 주로 중앙위원 승진까지만 작동된다고 봐야 한다. 중앙위원에서 정치국원 이동은 비제도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다만 그 가운데 제도적인 요건이 매우 기본적인 요인으로 고려된다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제18차 당대회에서 리위안차오(李源潮)와 왕양(汪洋)은 16차 당대회 중앙 후보위원, 17차 정치국 위원, 18차 정치국 위원 유임 등 중앙 후보위원에서 정위원을 건너뛰고 정치국 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중앙 후보위원에서 바로 정치국 위원이 되었지만 18차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지는 못했다.

반면에 시진핑과 리커창은 중앙 후보위원과 중앙 정위원을 거쳐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바로 2007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었다. 이는 일단 중국의 파워 엘리트라는 중앙위원회(정위원+후보위원)에 진입하게 되면 그 이후의 진로는 비제도적인 요인이 크게 작동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후춘화와 순정차이가 단계별 승진과 당내 지위에서 천민얼에 앞서기 때문에 차기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여 후계 구도를 장악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후계 구도 장악을 위한 필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차기 권력 수립을 위한 지도부 내의 권력 균형추가 어디로 향하고 내부에서 어떤 사람으로 합의가 이뤄질지는 현 정치국 위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관원 승진이 제도화된 틀에 의해 단계별로 이뤄진다고 해서 이것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고려할 때, 376명 중앙위원 가운데 적어도 205명의 중앙 정위원들에게는 모두 정치국 상무위원의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오직 정치국 위원만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일종의 미신일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 배경과 지적 배경, 출신 성분, 순환근무 경험, 연령, 경제적 성과, 당내 지위 등 객관적 요인들이 고려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은 승진을 위한 요건이라기보다는 누락을 위한 조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승진 가능 대상자들을 걸러내는 요소로서 이 조건들은 매우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지도부 내 합의를 이루기 위한 의식 공유 차원에서 논쟁의 요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중시되는 것이다. 따라서 후춘화와 순정차이로 집중되어 있는 차기 권력을 중앙위원 전체로 확대하면 이미 국가급에 올라 있는 저우창(周強) 최고인민법원장과 국가부주석을 차지하고 있는 리위안차오 등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으며, 천민얼뿐만 아니라 루하오(陸昊, 1967년생)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성장 등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앙위원들에게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

그러므로 너무 지나치게 단계별 승진에만 집중하여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 풀을 현 정치국 25명에게만 맞출 필요는 없다. 중국은 땅도 넓고 인물도 많다. 따라서 후춘화나 순정차이 못지않게 저우창, 천민얼, 루하오 등도 모두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 그리고 후춘화나 순정차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천민얼의 방한에 한국의 주요 고위 관료들이 만남을 가진 것은 중국의 차기 권력과의 소통 차원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