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美 고위 관료, 사흘간의 비밀 행적
'사드' 美 고위 관료, 사흘간의 비밀 행적
[정욱식 칼럼] 미-중 '사드 담판' 나서나?
프랭크 로즈의 행보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보를 맡고 있는 로즈는 한국 내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중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그의 대화 제의를 거절했었다. 그런데 로즈가 일본과 한국에 이어 2박 3일간의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를 두고 미국 국무부는 "양국 사이의 전략적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까닭은 이렇다. 우선 미국 행정부에서 로즈의 핵심적인 역할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체제(MD)에 대한 동맹국들과의 '협력'과 중국과 러시아 등 반대 국가들의 '양해'를 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전략적 문제'로 간주해왔다. 국무부가 그의 중국 방문 목적이 "양국 사이의 전략적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만큼 사드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로즈의 한국 내 동선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정부는 "한미 간 우주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라며 "사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7월 2일 도착한 로즈의 사흘간 행보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사이에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로즈가 청와대 관계자와 만났는지에 대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만났다고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6월 24일 국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로즈는 한국 외교부 및 청와대 고위 관료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의제에 대해서도 양국의 설명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는 "우주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무부는 "다양한 전략적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로즈가 5일 오후 만난 사람이 한국 측 사드 문제의 핵심 담당자인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만난 것도 주목된다.

로즈의 해명이 역부족인 까닭은?

로즈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줄곧 밝혀왔다. 그는 5월 미 공군 행사의 연설에서 핵심적인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요격 미사일은 1단계 추진체를 사용하는 것으로써,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사거리와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의 ICBM을 탐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이미 일본에 두 개의 유사한 레이더를 배치해놓고 있고, 태평양 지역에는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를, 알류샨 열도에는 코브라 킹과 코브라 데인 레이더를 배치해놓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배치되는) 레이더는 미국의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우선 로즈는 요격 대상도 탐지 대상도 중국의 ICBM만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사드의 최대 사거리는 200킬로미터이고 최대 요격 고도는 150킬로미터이기 때문에, 고도 800킬로미터 안팎으로 비행하는 중국의 ICBM을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항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 등은 상황에 따라 요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에 레이더를 배치하더라도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에는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레이더는 교토(京都)에 설치되어 있는데, 중국까지의 최단 거리가 대부분 1000킬로미터가 넘는다. 반면 교토에서 유력한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칠곡까지의 거리는 640킬로미터 정도이고, 칠곡에서 중국 산둥반도와 다롄(大连) 등 중국 서북부와의 거리는 600킬로미터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미사일 및 항공 전력 움직임을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D는 시간과의 싸움'

가령 유사시 중국이 산둥반도나 동북부에서 괌을 향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미국은 두 가지 요격 체제를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1차로는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 체제(ABMD)이고, 2차로는 괌에 배치된 사드이다. 요격 성공의 관건 가운데 하나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탄도 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지구는 둥글고 레이더의 전자파는 직선 방향으로 내뿜어진다. 이에 따라 교토에 배치된 레이더나 이지스함에 탑재된 레이더는 중국의 미사일이 일정 정도의 고도에 도달하면서 날아올 때 비로소 탐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요격 시한은 대단히 촉박해진다.

반면 한국에 레이더가 배치되면 탐지 및 추적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미국은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인 '데이터 링크-16'을 통해 한국 배치 레이더에서 수집한 정보를 교토 레이더, 이지스함 레이더, 괌 배치 레이더에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탄도 미사일 발사를 우주에서 탐지할 수 있는 우주 적외선 위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은 중국이 교토에 레이더가 배치되었을 때보다 한국에 레이더를 포함한 사드가 배치되려고 하는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고도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아마도 중국은 '사드가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설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사드 반대'를 외친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이건 한국 내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한국이 지정학적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wooksik@gmail.com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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