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포기한 사드, 노태우에게 배워라!
북방 포기한 사드, 노태우에게 배워라!
[한반도 브리핑] 사드 배치하고도 우리가 살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사드를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국방부 장관은 일개 '포병중대'에 불과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교부 성명과 관영 언론을 통해 연일 강경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 러시아도 강경하다.

사드의 군사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란이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지적하듯 '사드의 기기와 기능이 한국 방어의 범위를 초과'하는 것은 분명하다. 배치 지역에서도 이미 수도권 방어가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는 남북 관계 사안을 넘어선다. 앞으로 동북아 질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왜 중국과 러시아는 반발할까?

현재 세계 정세에서 가장 주목할 특징은 미국의 군사적 확장과 중국-러시아의 밀착이다. 미사일 방어망(MD)을 둘러싸고 전 지구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란 핵 문제 해결 이후 러시아는 유럽 미사일 방어망 철회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거부했다. 러시아는 MD 시스템 회피 능력을 갖춘 전략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러시아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아주 강경한 태도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해 왔다. 미사일 방어망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가 길다. "방어용인데, 왜 중국이 과도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정부의 반응은 국내용이지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런 대화는 이미 1970년대부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수도 없이 주고받았다. 사드의 효용성과 무관하게,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방패'에 대응하는 '새로운 창'을 만들어야 한다. 미사일 방어망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는 상호 확증 파괴의 균형을 깨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한국은 중국-러시아와 적대 관계로 전환했다. 한-미-일 남방 삼각 체제와 북-중-러 북방 삼각 체제의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한-중, 한-러 관계를 고려하면 이러한 진영 대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여기서 바로 국익의 손익 계산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로 얻을 것은 불투명하다. 사드 찬성론자조차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수준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방어망이야 더 많고 중첩되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잃을 것은 너무 분명하고 구체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수준의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행사할 것이다. 한국이 그런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왕이 부장의 사드 배치 결정에 관한 발언'에서 "그 어떤 변명도 무력하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러의 패권경쟁 과정에서 세계의 많은 틈새 국가들이 고난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비극을 겪은 사례도 있고, 폴란드나 발칸 국가처럼 여전히 줄타기를 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미얀마나 베트남처럼 미-중 경쟁을 국익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과연 한국의 선택은 어떤 사례로 작용할까?

북핵 문제는 미궁으로


사드 도입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은 사실상 끝났다. 대북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드를 도입하면 더 이상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을 수 없다. 양국은 한-미-일 남방 삼각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북한은 국제적 고립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시에 잠수함 탄도 미사일(SLBM)을 비롯한 핵무기의 다종화, 다양화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더 이상 참여하기 어려운 국면을 북한은 억지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도 어려워졌다. 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멀어졌음을 의미한다.

방관 정책이 북한의 핵 능력을 키우고, 사드 배치로 북핵 문제 해결의 문이 닫혔다. 현재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는 국제적 공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관계가 악화되면, 분쟁이 발생한다. 한반도의 분쟁은 핵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악화의 산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핵전쟁 대응이 아니라, 바로 전통적인 분쟁의 해결방안이다. 서해에서,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적 불신이 높다. 사드라는 효과가 불분명하고 장기적인 문제로 관계가 악화되고, 그 결과 현재의 안보가 불안해졌다.

사드를 배치하고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친미냐 친중이냐를 묻는다. 그런 것이 아니다. 김종인 의원처럼 한미 관계를 1950년대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것은 시대착오다.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상대적 자율성은 이미 노태우 정부 시기의 북방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부터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이른바 보수라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한미 동맹에서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융통성의 범위에 대해서는 최소한 한국의 원조 보수로 분류할 수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배워라.

친미와 친중 같은 수준 낮은 이분법은 외교가 아니다. 외교는 우리가 존재하고 국익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동북아 군비경쟁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그것은 북핵 해결과 동북아 협력의 길이라는 경로와 다르다. 왜 살 길을 두고 뻔히 죽을 길로 가야 하는가?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방어 목적의 조치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군비 경쟁의 악순환은 우리의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 배치로 국가 신인도 평가의 중요 구성 요소인 지정학적 리스크는 높아졌다. 중국이 경제 보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예측이 분분하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유럽에서 미사일 방어망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에서 러시아가 터키와 폴란드에 대해 어떻게 경제 보복을 했는지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 경제는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러 관계 역시 우리가 얻을 것이 훨씬 많다. 북방의 문을 닫고 어떻게 잠재 성장률을 늘릴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강조한 이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답을 알고 있다. 지금은 과거 냉전 시기 남방 삼각 체제와 북방 삼각 체제가 대결하던 시대가 아니다. 왜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는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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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활동했으며 2004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 <냉전의 추억>, <북한경제개혁연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