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몸통'은 따로 있다!
승부조작, '몸통'은 따로 있다!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스포츠의 또다른 이름, 승부조작
승부조작, '몸통'은 따로 있다!
사실 승부조작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최고의 명문 유벤투스를 위시한 유수한 구단들의 심판 매수와 승부조작이 폭로되어 파문이 일었고 미국 야구계는 최다안타 기록을 갖고 있던 피트 로즈 감독이 자신의 경기마저 내기를 걸어 영구제명은 물론 그의 기록마저 삭제됐다.

맞다. 승부조작이 한국 스포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승부조작이 심각한 것은, 저들 나라에서는 승부조작이 '충격적 사건'인데 한국에서는 '일상적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한국 스포츠는 그 자체가 승부조작이다. 한국에서 '스포츠'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승부조작'인 것이다.

승부조작이 사회를 강타한 것은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다. 무려 50여 명이 승부조작 가담 사실이 드러나 영구 퇴출됐고 자살한 선수도 수명이었다. 축구계의 승부조작은 2008년 K3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이미 드러났던 사안이었음에도 이 문제를 방치하다가 크게 터진 것이었다. 그런데 충격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아마추어인 대학축구도 승부조작의 대상이었음이 밝혀졌고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드러났으니 우리나라 모든 프로스포츠가 '승부조작 리그'였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의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돌았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몇몇 사례가 불거지면 이를 승부조작이 아닌 '경기조작'이라는 말장난으로 피해다니다가 결국 이번에 일이 터진 것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문에서도 '경기조작'이라는 단어를 고집하고 있다. 한심스런 일이다.)

원인 세 가지

우리 스포츠엔 왜 이렇게 승부조작이 많을까? 그 원인은 다층적이겠지만 내가 보는 근본적 이유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이를 들여다보면 그 대책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선수들의 판단력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다. 중고등학교에 가면 팀 종목은 거의 예외 없이 합숙을 하며 학생의 본분인 수업엔 참여하지 않는다. 운동부 아니면 친구도 없다. 선생님 이름도 모른다. 그냥 격리된 채, 무인도에서 검투사 기르듯 커가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운동장과 숙소만을 오가며 성장하게 되는데 과연 무엇을 배울까. 운동장에서는 감독님에게 맞는 법을 배우고 숙소에서는 후배들 괴롭히는 법을 배운다. 후배들 괴롭히는 게 후배 간지럼 태우거나 '아이스께끼'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분 없길 바란다.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거나 유사 성행위 시키는 거다. 비폭력적 여가로는 인터넷 게임이나 고스톱도 있긴 하다.

물론 모든 운동부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 정도의 편차도 크다. 개인종목보다는 팀 종목이 좀 더 심하고 합숙을 하더라도 부모가 같은 지역에 살면서 자주 챙기는 운동부는 훨씬 덜하다. 야구, 축구는 물론 농구, 배구 등 이른바 메이저스포츠의 경우 각기 다른 지방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떨어져 원거리 합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한다.

이렇게 큰 아이들은 이른바 사회성 내지는 인성이라는 것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처져 있게 마련이다. 사실 이 아이들은 프로나 대학에 진학한 다음에서야 사회성을 익히기 시작한다. (한국의 프로구단들이 선수들에게 절대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태양, 문우람, 유창식은 물론 2012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영구퇴출된 LG의 김성현 모두 세상물정 모르던 스무살 갓 넘은 나이에 유혹에 넘어가 결국 자신의 야구인생을 날려버린 것이다.

둘째는 스포츠에 만연한 승부조작이다. 어느 정도이기에 '만연했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선수생활의 일부다. 일상적 경험이다. 협회 임원이나 심판 열심히 만나고 다니는 감독을 이 바닥에서는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목욕비, 식사비 주는 방식의 심판 매수는 부지기수이고 감독들끼리 알아서 승부조작 하기도 하고 협회 임원 통해 승부조작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이들 할까? 우리나라 운동선수들 중 선수생활하며 승부조작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 승부조작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 승부조작 지시를 거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경험과 정보가 100% 맞을 수는 없을 테니, 그냥 '대부분 다 한다' 정도로 표현하겠다.

우리나라의 승부조작이 얼마나 충격적이냐 하면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승부조작에 길들여진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 위한 길이니까, 자기 새끼 대학 보낼 수 있다니까 이를 묵인한다. 아니, 오히려 승부조작 잘 하는 감독을 유능한 감독으로 말한다. 승부조작이 실행되면 학부모도 알고 선수들도 안다.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뿌리는 좋은 고등학교 진학을 거쳐 대학 입학에 닿아있다. 이를 위해 감독은 때로 승부조작을 부탁해야 하고, 때로는 나중에 자기도 급하면 써먹어야 하니 내키지 않지만 들어주기도 한다. 이때의 승부조작은 '선한 승부조작'이다. 왜? 우리 아이들 대학 보내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아이들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감독, 학부모, 협회 임원, 심판들이 공모하게 되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벌이는 승부조작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나중에 커서 이 승부조작을 몸소 행하게 되는 것이다.

간혹 이 승부조작의 카르텔에 들어가길 거부하는 감독들을 본다. 정말 훌륭한 지도자들 많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들은 그 바닥에서는 아웃사이더들이다. 다른 말로 '능력 없는 감독'이다.

스포츠가 이렇게 썩어 문드러지다 보니 희한한 일도 생긴다. 프로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을 하는데 돈을 받고 가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간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 돈이면 다 된다.

마지막 세 번째다. 이번 사건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범죄행위를 저지른 선수들을 비난한다. 그들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자격 없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말이다, 왜 유독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는 이런 충격적 사건이 끊이질 않고 일상이 되었는가. 선수가 한 번만 걸려도 구속되고 영구퇴출 시켜버리는데, 왜 이 전염병이 그치지를 않고 계속 싸돌아다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병의 근원을 치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증상만 없애는 임시방편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즉 뿌리를 찾아 제거하기보다는 통증만 찰나적으로 없애기 위해 마취제만 써온 것이다. 바로 구단과 KBO 이야기다.

<엠스플뉴스> 기사에 따르면, KBO는 승부조작 사건을 알고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창식이 구단에 자진신고하기 이전에 이미 경기북부경찰청에서 KBO 관계자에게 유창식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음에도 첫째, KBO는 유창식 승부조작 건에 대해 유창식이 스스로 나서기 전까지 입을 다물었고, 둘째, 당시 이태양이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음에도 수사팀에게 "전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KBO의 비협조 때문인지 당시 수사팀은 유창식 건을 내사종결했다고 한다. 이게 KBO가 바란 것이었나?

KBO의 양해영 사무총장은 자신의 임기 중 벌써 두 번째 승부조작 사태를 겪고 있다. KBO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어떻게? 뻔하지 않은가. 선수들만 쫓아낼 것이다. 그러고선 '강력하게 대처했다'고 떠들어댈 것이다. 이건 강력하게 대처한 게 아니고 어린 선수들만 내쫓은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강력한 대처'는 무엇일까. 첫째, 지금 리그 중단하고, 둘째, KBO 총재와 사무총장은 연이은 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셋째, 승부조작을 저지른 선수가 소속했던 구단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리그 강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내년 시즌 승점 감점 제재를 하는 것이다. 이 수준의 강력한 대처가 아니면 프로야구 승부조작은 또 일어난다.

선수들은 내쫓고 자기들만 살아남을 건가

우리나라 체육계에서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방식은 참으로 뻔뻔스럽다. 협회나 지도자의 책임은 온 데 간 데 없고 선수들만 내쫓는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올 초 소속 선수인 다카키 교스케 투수의 야구도박 베팅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단 최고 고문, 구단주, 회장이 모두 사임했다. 승부조작도 아니었음에도 구단주에 대표까지 물러난 것이다.

2006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졌을 때 유벤투스는 3부리그로 강등됐고 (나중에 2부리그 강등으로 조정) 당해 시진과 그 다음 시즌 우승 박탈, 그리고 AC 밀란, 라치오, 피오렌티나 등 다른 팀들은 승점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또 과거 미국의 스포츠명문 조지아대는 라크로스팀의 선수스카우트 부정이 적발되자 다음해 서른 개에 달하는 모든 운동부의 대회출전이 금지됐고 학교가 선수들을 착취한다는 비난 여론에 학업발전 부총장보가 해임됐고 이어 교무부총장이 해임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총장까지 줄줄이 해임됐다.

선수들만 내쫓아서는 절대로 승부조작 없애지 못한다. 아이들 수업 받게 하면서 정상적인 성장과정 거치게 해주고, 학원 스포츠에 만연한 승부조작도 하루 빨리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의 행정조직이 저 따위로 사건 은폐에만 급급하면 앞으로도 줄줄이 터질 사건들 많다. KBO는 요즘 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에는 관심 가지고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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