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입양 적격성 심사, 여성가족부가 하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입양 적격성 심사, 여성가족부가 하자

[기고] 헤이그 협약 비준,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는 기간은 4개월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현재 그 기간은 약 2년에서 3년이다. 이러한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 모두 아동에게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과거 아동의 입양은 신속한 절차로 이뤄졌고, 때때로 아동 인신매매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 오늘날의 아동들은 위탁모와 함께 2년 혹은 3년 동안 시간을 보낸 후 해외로 보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위탁모와의 사이에 형성된 아동의 애착이 손상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의 유일한 관리 감독(gate keeping)은 입양 절차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입양 부모의 입양 승인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판사 입장에서 입양 부모가 입양하려는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그 입양 부모에 대한 의심이 생기더라도 해당 아동을 위한 다른 양육 방법은 마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판사는 그 입양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극단적인 두 상황이 일어나는 원인은 아동 수용(intake) 절차가 입양 기관에 의해서 전적으로 관리되는 '민영화'에 있다. 이는 국제 아동 입약에 관한 주요 협약인 1993년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 협약(헤이그 협약)에서 금지하는 부분이다.

한국은 근대 국제 입양 역사에서 여타 국가에 비해서 많은 아동들을 해외로 보냈지만, 아직 헤이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헤이그 협약 비준은 입양 사후 서비스 강화, 미혼모 가정 지원 등의 140개의 국정 과제가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 내에는 완성되어야 한다.

헤이그 협약에 따르면, 정부 조직 혹은 법원과 같은 권한 있는 당국이 아동의 입양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아동의 입양 적격성(adoptability)에 대한 결정권을 장악해야 아동의 최선 이익을 보호하며 유괴와 아동 인신매매에 대항할 수 있다. 더불어, 입양의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관리 감독함으로써 아동을 양육하길 원하지만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부모로부터 아이의 불필요한 분리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의 개입은 또한 아동의 요보호 상황을 규명하고 이에 대처하면서 한국의 아동 복지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최초 단계에서부터 정부의 개입은 입양이 꼭 필요한 아동들이 신속하게 입양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헤이그 협약을 올바로 실행할 수 있는 모범적인 법안은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발의했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은 전부 폐기되었다. 하지만, 헤이그 협약은 국정 과제였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2017년 초 완성돼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신경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위원회 회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은밀히 수정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실의 정보 요청으로 밝혀진 수정된 법안의 내용은 심히 우려스럽다. 위원회는 신경림 의원의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기존의 입양 기관 대신 지방 정부에서 입양 적격성 결정 권한 부여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방 정부 측에서 아동의 입양 적격성을 결정하는 업무를 자신들이 담당할 역량이 없다는 근거로 항의했다고 한다. 입양 기관 측에서는 지방 정부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를 하며 늘 그래왔듯이 입양 기관에서 아동의 입양 적격성 결정 업무를 계속해서 하겠다고 주장했고, 20대 국회에 제출하려고 하는 법안에는 입양 기관의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런 계획으로는 헤이그 협약이 비준되지 않을 것이다. 헤이그 협약 제 4조에서 아동의 입양 여부는 권한 있는 당국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명백하게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허가받은 입양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아동의 입양 적격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권한 있는 당국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지방 정부에서 정말로 입양 자격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나는 여성가족부가 아동이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 관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입양된 아동의 90%는 미혼모 아동이며 미혼모 관련 정책은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입양을 감독하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에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미혼모의 아이들에 대해 어느 부처도 결과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에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입양 기관에서 입양 적격성 심사를 하도록 허용한다면 지난 6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입양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헤이그 협약에 대한 비준은 한국에서 윤리적인 입양에 대한 새로운 시대를 반드시 열 것이다. 이것이 60년 동안 수많은 아동들, 친가족, 입양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던 허울 뿐인 법안 제정을 하는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한국 정부는 헤이그 국제사법회의의 사무국과 더불어 민간 전문가, 입양인, 미혼모와 같은 이익 당사자들의 조언도 구해야 한다. 제대로 된 헤이그 협약 비준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논의 과정의 투명성 역시 필요하다.

(이글을 쓴 제인 정 트렌카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TRACK)의 대표이며 서울대학교에서 공공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외 입양인이며 또한 싱글맘이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