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가제의 진실, "다시 한 번 바꿉시다!"
도서 정가제의 진실, "다시 한 번 바꿉시다!"
[표지 너머 책 세상 ①] 도서 정가제
2016.09.30 08:11:32
한 달에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선정해 이모저모를 살펴본 <프레시안>의 책 대담이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전 민음사 대표)와 이홍 출판기획자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기획 '표지 너머의 책 세상'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 드릴 예정입니다. 중고 서점이 뜨는 이유, 독립 서점 이야기, 지역 출판사 존재의 이유 등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궁금해 했을 이야기를 기초적인 내용부터, 약간은 깊이 있는 부분까지 파고들어 갑니다.

첫 번째 주제는 도서 정가제 개정안입니다. 책을 열심히 찾아 읽는 분이라면, 한 번쯤 도서 정가제 논란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법안 덕분에 서점은 돈 버는데 출판사는 망가진다, 책 사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지역 서점이 무너진다는 식의 이야기가 함께 언급됐죠.

당장, 도서 정가제 도입 후 책값이 올랐다고 생각하신 분 많을 겁니다. 과거 온라인 서점에는 'XXX 참고서 시리즈 50% 할인', 'OO 선정 추천 문학 작품 최대 90% 할인' 식의 특별 할인 기획전이 항상 열렸습니다. 요즘은 이런 풍경이 사라졌죠.

도서 정가제란 말 그대로 서점이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책을 판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입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16개국이 이 법안을 채택했습니다. 한국은 2003년부터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 들어 이토록 시끄러우냐고요? 2014년 11월 2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었는데, 이 개정안이 여러 파문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이야기할 거의 모든 주제에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 주제로 도서 정가제 개정안을 꼽은 까닭입니다.

최재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4년 4월 발의한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간단히 말해 도서 할인율 제한 제도입니다. 그간 서점은 발행 18개월이 지난 책은 정가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었습니다.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다는 거죠. 그런데 개정안은 경우에 따라 '정가를 변경'하는 것만 가능케 했습니다. 이에 더해 기존에는 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실용서와 초등 학습 참고서도 적용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기존 총 19%였던 신간(발행 18개월 미만) 도서의 할인율도 15%로 낮췄습니다. 기존에는 정가 10% 이내의 가격 할인과 판매가 10% 이내의 간접 할인(마일리지, 쿠폰 등)을 허용했는데, 가격 할인과 간접 할인을 더한 할인율을 15% 이내로 낮추도록 규제를 강화했죠.

예전에는 구간 몇 권, 실용서 몇 권에 읽고 싶던 신간 소설을 묶어 구입해도 5만 원이 1~2만 원으로 떨어지는 마법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심지어 책값의 60~70%에 달하는 적립금을 독자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사실상 정가의 10% 수준에 책을 사게 하는 꼼수도 많았죠. 이런 할인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단순히 책이 비싸졌다(정확히는 정가로 판매된다)는 것만으로 이 개정안이 이토록 출판·서점 업계의 화두가 된 건 아닐 겁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1년 반이 되도록 왜 논란이 이어지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대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오른쪽)와 이홍 출판기획자(왼쪽)의 새로운 책 대담이 여러분께 선 보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도서 정가제 덕분에 지역 서점 살아날까?

-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왜 도입되었나요?

이홍 : 도서 정가제 개정안을 시행한 가장 큰 이유는 파행적인 가격 할인으로 인한 출판사의 출혈 경쟁과 이로 인한 시장 왜곡 및 붕괴 현상을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책값은 시장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소비자의 구매 여부에 관여하는 요건입니다.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유지하고 출판사와 서점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가격은 획일적인 규제보다 탄력적인 선택에 맡기는 게 옳습니다. 그러나 기존 출판 시장은 건강을 잃었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폭주했고,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는 소위 밀어내기 등으로 대표되는 비정상적 관행이 굳어 졌습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할인과 마일리지, 경품 등으로 무장한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으로 인해 지역의 단위 서점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정리하자면, 책이 무분별한 가격 경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공멸한다는 위기의식과 유통 구조 정상화 요구가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의 주된 이유가 지역 서점 살리기라는 데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지난 3월 9일 발간한 <2016 한국 서점 편람>에 따르면, 책만 판매하는 순수 서점은 2013년 1625개에서 2015년 1559개로 줄어들었습니다. 2005년과 비교하면 544개가 줄었습니다. 이에 관해 연합회는 최근 감소세가 둔화했다며 "도서 정가제 시행으로 수익이 개선되리라는 기대 심리가 커졌고 정부의 지역 서점 육성책이 점차 가시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실제로 지역 서점에 긍정적인가요?

이홍 : 감소세가 둔화했다고 해서 지역 서점의 생존 여건이 개선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습니다. 정가제 시행 초기의 기대에 비해 지역 서점·중소 서점의 매출 상승 효과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통계를 빌리자면, 오히려 주요 온라인 서점의 영업 이익 규모가 기존보다 커졌습니다. 현재로서는 온라인·대형 서점이 도서 정가제 개정안의 수혜자입니다.

지역 서점을 도서 정가제로 지킬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다소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지역 서점은 특히 유동 인구로 형성되는 상권의 확대와 위축, 임대료 등 출판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임대료 대비 이익 수준이 술집, 커피숍보다 못하다면, 지역 서점은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도서 정가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지역 서점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도서 정가제(루아 랑)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인 프랑스의 사정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 덕분에 지역 서점이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온라인 서점이 훨씬 편리합니다. 더 많은 책을 구비하고 있고, 무료로 책을 배송해 줍니다. 혜택의 다양성 면에서도 온라인 서점의 경쟁력이 여전합니다. 아직 이른 감도 있지만, 적어도 지역 서점의 경쟁력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기대 이하입니다.

장은수 : 동의하지 않습니다. 동네 서점이 줄어드는 건 출판 업계 전반적인 불황의 여파로 바라봐야 합니다. 온라인 서점 서비스에서 편리함을 느끼느냐 아니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후, 새로운 형태의 독립 서점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술을 파는 서점, 특정 분야 책만 판매하는 서점 등 새로운 감각의 서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는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표방한 새로운 서점 북티크가 생겼죠. 강남구에 서점이 창업한 건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지역 서점에 온라인 서점과의 가격 차별 문제를 해소해줬으니 이런 식의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습니다.

이제 지역 서점은 주민이 이용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모할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도서 정가제를 도입한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지역 서점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더 급격히 몰락했을 겁니다.

- 개성 있는 지역 서점의 등장은 환영할 만하군요?

장은수 : 일종의 '쓰타야(蔦屋) 스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인데, 독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바탕을 두고 책을 파격적으로 진열해 '서점 순례자'들의 인기를 끕니다. 서점의 미래라고까지 칭송받습니다. 규모에서는 쓰타야와 비교되지 않지만, 일본에는 주인이 정성들여 선별한 특정 취향의 책을 바탕으로 한 트렌디하고 실험적인 독립 서점이 많습니다. 요즘 한국의 젊은 창업자들이 꿈꾸는 독립 서점의 원형입니다. 책보다 카페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도 있죠. 독자는 책을 편안하게, 마음껏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교류합니다. 서점이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의 새로운 사랑방 역할을 합니다.

"도서 정가제 때문에 출판사 어렵다" 정말?

-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지역 서점은 물론, 출판사에도 불리하다고 합니다. 오직 대형·온라인 서점만 이득을 본다는 비판이 적잖습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지난 5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73개 출판사와 7대 대형 서점의 2015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출판사 전체 매출액은 5조2184억 원으로 전년(2014년) 대비 1.3% 감소했고, 영업 이익도 0.4% 줄어든 3973억 원이었습니다. 출판사 중 16개사(21.9%)가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7대 서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1조5791억 원이었으나, 영업 이익은 140% 증가한 369억 원이었습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는 대형 서점 실적 개선 원인으로 ▲ 도서 정가제 개정안 덕분에 할인에 사용하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마진이 늘어났고 ▲ 중고 서점 시장이 커졌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하나씩 짚어 보죠. 우선 출판사 이야기입니다. 정말 도서 정가제 때문에 책이 안 팔려서 출판사 수익이 줄어든 겁니까?

장은수 : 관계없다고 봐야 합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이전에도 출판사 매출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출판 시장의 경착륙을 막았다고 봐야 합니다. 기존 도서 시장은 출판사 간 가격 할인 경쟁의 장이었습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신간이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가격 할인이 구간에 집중되니, 출판사들이 계속 구간 할인에 마케팅 여력을 쏟았습니다. 둘째, 가격 할인 경쟁력도 부족한 소형 출판사 중 학술, 인문 서적을 주로 발간하는 곳이 특히 할인 경쟁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경쟁력을 잃으니, 기초 콘텐츠 출판 의욕이 무너질 위기였습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이런 두 가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장 확실한 정책 수단이었습니다.

이홍 : 전반적으로 장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좀 다른 각도의 시각과 이해도 필요합니다. 출판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출판사가 가격 할인에 기댄 출혈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출판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며 진입 장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소규모 영세 출판사가 난립했죠. 당연히 여러 출판사의 사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던 사람은 퇴사 후 새로운 영세 출판사를 또 차리죠. 과다 공급이 이어진 겁니다. 책의 다양성은 대체로 지지를 받는 입장이니, 시장 자체적인 조절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늘어난 공급을 수용할 독자 규모가 성장하지 않았지요. 시장 참여자가 문을 닫고 떠나지 않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뻔합니다. 할인 경쟁이죠.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이런 형태의 영업 방식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특히 가격 할인에 크게 의존했던 아동서, 실용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저는 도서 정가제에 찬성하면 올바른 입장이고, 정가제를 반대하면 반문화적이고 출판 발전에 역행하는 사람이라는 날카로운 시선에 반대합니다. 가격은 중요합니다. 잘 지켜야만 하는 게 아니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도서 정가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할인을 허용하는 보완책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한국의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이런 가능성까지 원천 봉쇄했습니다.

장은수 : 부분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이 점은 내년(2017년)에 다시 논의해 충실히 문제를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3년마다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내년 말이면 개정안을 연장할지, 강화할지, 아니면 완화할지를 논의할 자리가 마련됩니다.

다만, 책이 애초 박리다매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간이 3000부 나가면 잘 팔리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책은 가격 탄력성이 낮은 제품입니다. 아동서든 실용서든, 가격 경쟁으로 승부를 본다고 안 팔리던 책이 팔리지 않습니다.

▲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후 서점의 할인 홍보는 자취를 감췄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된 첫날인 지난 2014년 11월 21일 서울 광화문 대형 서점에 시행전(위쪽 사진) 놓여 있던 할인 안내문이 치워진 모습. ⓒ연합뉴스


도서 정가제 우회하는 마법 '카드 포인트'

- 어찌됐든, 도서 정가제 개정안으로 인해 가격 할인 가능성이 원천 봉쇄된 건 어느 정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거군요?

장은수 : 그 의견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현 개정안도 (발행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에 한해) 재정가라는 통로를 열어뒀습니다. 정가를 인하하면 됩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 전에는 특히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동 도서를 홈쇼핑에서 대량 할인 판매하는 식의 무차별 할인 경쟁이 많았습니다. 정가만 인하하면, 지금도 이런 식의 사업 모델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이홍 : 출판사가 정가 인하를 선택하기 힘든 이유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할인과 다를 바 없죠. 하지만, 할인과 달리 정가를 낮추면 온라인 서점에서 노출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할인한 책은 묶음 판매 대상이었습니다. 출판사는 잘 팔리는 책 한두 권에 대폭 가격을 할인한 책 예닐곱 권을 묶어 서점에 납품하고, 서점은 이 묶음 상품을 할인 품목으로 노출해 독자 관심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래야 책이 팔리니까요. 그런데 개별 책을 정가 인하하면, 이런 식의 홍보가 어렵습니다.

- 대형 서점만 도서 정가제 개정안의 혜택을 보는 이유는 뭔가요? 

장은수 : 간단합니다. 할인을 과거보다 안 하니까요. 가격 할인에 쓴 마케팅비가 영업 마진으로 남으니, 매출은 줄어들어도 이익은 커졌죠. 그래서 가격 규제와 함께 도서 구매 수요를 일으킬 정책도 함께 시행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이홍 : 맞습니다. 가격 경쟁에 써야 할 돈이 줄어들었으니 대형 서점은 아주 좋죠. 그렇다고 출판사의 대형 서점 홍보 의존도가 줄어든 것도 아닙니다.

- 가격 할인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도서 정가제를 우회하는 시도가 여러 가지 형태로 자행된다고 합니다.

지난 4월 9일 삼성출판사의 에버북스, 미래엔(옛 대한교과서) 산하의 아이세움 등이 정가보다 낮은 할인 판매 방식으로 아동용 서적을 홈쇼핑에 판매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작가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판매하면서 양은냄비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다 도서 정가제 위반 판정을 받았죠. 이 밖에도 다양한 위반 혹은 우회 시도가 있을 듯한데요.

장은수 : 전자책 대여가 대표적 우회 사례죠. 전자책도 도서 정가제 대상인데, 대형·온라인 서점은 20년, 50년 대여하는 식으로 사실상 책을 할인 판매합니다.

카드사 제휴 할인을 이용해 최대 40% 가까운 할인가에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꼼수도 있습니다. 서점 회원의 마일리지는 15% 할인 대상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카드사 포인트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카드사 포인트, 제휴 할인 정책 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큰 폭의 할인이 가능하죠. 도서 정가제 위반은 아닙니다만, 개정안 취지와 어긋납니다.

중고책 판매도 꼽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신간을 중고책으로 위장해서 판매하는 겁니다. 도매 가격으로 받은 신간을 중고로 판매하죠. 인터넷 오픈 마켓에 가면 서점 업자인 듯한 이용자가 여러 권의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헌책방입니다. 출판사에 새 책, 혹은 반품된 책을 도매가로 받아 싼 가격에 판매한다고들 하죠. 요즘 대형 서점이 중고책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홍 : 기업 복지몰도 의심의 대상입니다. 많은 복지몰이 위탁 운영됩니다. 운영자에게 기업 구성원의 이용 실적과 만족도는 위탁 운영의 지속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복지 포인트를 활용한 사실상의 신간 할인 혜택이 이뤄진다는 일부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책의 정가는 도서 정가제 규제 수준에 맞춰 할인하지만, 여기에 다른 부가 상품을 붙여서 판매하는 식이죠. 이런 식의 우회 판매는 더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학동네 공급률 논란, 언제고 재발한다

- 이쯤에서 올해 출판계 이슈가 됐던 문학동네의 공급률 인상 논란을 짚어봐야 할 듯합니다. 공급률은 출판사의 서점 납품 단가입니다. 정가 1만 원인 책을 6000원에 납품하면 공급률은 60%죠.

문학동네는 지난 7월 9일, 문학 서적의 도매 서점 공급률을 기존 60%에서 63%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인문서와 학술서는 각각 70%, 75%에서 68%, 73%로 내리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에 특히 지역 서점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대형·온라인 서점과 달리, 중소 서점은 도매 서점을 거쳐 책을 구매합니다. 공급률이 오르는 만큼 서점의 이익이 줄어 들죠. 이후 문학동네가 도매 서점 공급률 인상안을 철회해 사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공급률 논란의 핵심은 대형·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간 단가를 어떻게 정하느냐입니다. 한 번에 수천 권을 사는 대형 서점 공급률 단가가 올라야 출판사가 이익을 얻으니까요. 당초 문학동네는 '갑'인 대형 서점과는 공급률 조정 협상 자체가 어려워, 도매 서점 공급률부터 올린 후 대형 서점 공급률을 올릴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14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출판 유통 활성화 방안 연구 : 국내외 출판 유통 공급률 고찰과 시사점 연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거래 실적이 있는 출판사 247곳 가운데 159곳(64.3%)의 평균 공급률이 65% 이하였습니다. 출판 업계는 공급률 65%를 적정 수익을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봅니다. 그만큼 출판 업계가 가져갈 수익이 적다는 겁니다.

이번 공급률 논란을 도서 정가제 개정안과 떼어 놓고 설명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안 시행 후 대형 서점의 이익이 늘어난 몫만큼, 출판사도 이익을 더 늘리겠다는 요구가 나오리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제기되었습니다. 따라서, 공급률 논란은 언제든 재발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 논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홍 :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후, 독자가 책 한 권당 더 부담해야 할 평균 인상액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50원 수준입니다. 얼마 안 되죠. 문학동네가 당초 고지한 인상분도 기껏해야 책 한 권당 300원대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체 책 시장으로 보면 매우 큰 금액입니다.

저는 장 대표와 달리 책은 박리다매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리(薄利)하지만 버텨서 이익을 키울 길이 다매(多賣)입니다. 그러나 현재 시장 흐름은 이런 기대를 무색케 합니다. 결국, 출판사는 더 적게 팔아도 이익을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게 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서점 공급률을 올리거나 제작 원가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그런데 초판이나 재쇄(再刷) 수준에서 제작 원가를 떨어뜨리기란 어렵습니다. 자연히 출판사는 공급률 인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반면 서점 입장에서는 공급률 인상분만큼 이익이 줄어듭니다. 출판사 한 곳의 공급률을 올려주면 나머지 출판사 공급률도 다 올려줘야 합니다. 정가제 수혜는 물 건너가는 겁니다. 이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수준보다 이 논란은 첨예합니다. 현 도서 유통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공급률 인상 논란은 계속될 겁니다.

장은수 : 정부 등 공적 조직이 공급률 조정에 끼어드는 걸 고려해볼 만합니다. 독일이 이런 식으로 공급률을 조정합니다. 엄밀히 말해, 독일의 도서 정가제는 공급률 정가제입니다. 도서 분야별로 공급률을 정합니다. 프랑스 역시 이 모델입니다. 동일 부수, 동일 조건의 책은 동일한 공급률로 공급하라는 겁니다.

한국에도 이 모델을 적용하려면, 세부 조건에 관한 논의 자리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 자리를 정부가 주도해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도서 정가제 개정안과 별개로 공급률 인상 논란은 출판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면서 예견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홍 :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공급률 논란과 별개의 문제는 아닙니다. 일종의 빌미를 제공한 건 분명합니다.

현재 우리 출판 유통 구조에서 대형·온라인 서점이 출판사보다 힘이 셉니다. 위탁 판매라는 특수한 유통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위탁 판매는, 간단히 말해 출판사는 책을 서점에 맡기고 서점이 책을 대신 팔아준다는 겁니다. 책이 안 팔린다면 어떻게 할까요? 서점은 출판사로 그 책을 반품해버리면 됩니다.

서점의 재고 관리 부담이 적은 대신, 서점은 책을 출판사 대신 독자에게 홍보합니다. 그런데 대형 서점의 힘이 커지면서 책 홍보 비용 가운데 출판사가 부담해야 할 몫이 갈수록 커졌습니다. 공급률이 60%라면 서점 몫인 40% 가운데 홍보 비용이 포함되는데, 서점은 자꾸만 출판사 몫 60%에서도 일부를 홍보 비용으로 쓰라고 요구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공급률을 양보하며 이미 지불했다고 보는 홍보비 외에 별도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죠. 제가 만난 일부 출판사 관계자는 도서 정가제 개정안 시행 후 마케팅 비용이 더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 후 매출은 줄어드는 데도 홍보비는 늘어나니, 출판사는 어떻게든 공급률을 인상해 돌파구를 찾으려합니다.

▲ 이제 한국의 직구 소비자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낯설지 않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도서 정가제를 강화하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할인 통로를 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국내 소비자가 구입한 물품이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세관 수입화물검사장에 쌓인 모습. ⓒ연합뉴스


'책 할인의 날' 만들자

장은수 : 출판사의 책 홍보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공급률 논란과 얽혔다는 건 맞습니다. 대형·온라인 서점이 요구하는 매대 구매 비용, 홈페이지 배너 구입 비용을 출판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도서 정가제 개정안 도입과 별개로 심화하던 문제입니다. 출판 산업의 구조적 문제죠. 오히려 할인 홍보에만 매달리면서 왜곡되던 구조를 도서 정가제 개정안이 비상 정지시켰다고 봐야 합니다.

유통 구조 개선은 산업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은 출판 시장 파이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공급률로 책을 소비해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출판사와 서점 간 갈등 수준을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출판사에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죠. 이 대안의 하나가 공공 도서관 확대입니다. 현재 1000개 수준인 공공 도서관을 4000개 수준으로 늘려, 공적 수요를 최대한 일으키자는 겁니다.

-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이제 내년 말 새로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입니다. 이 법안의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까요?

이홍 : 현재의 도서 정가제 개정안은 분명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정쩡한 상태로 두느니, 완전 도서 정가제로 가야 합니다. 할인을 완전히 없애야 편법 할인이 사라집니다.

대신, 출판사가 자유롭게 책을 할인 판매할 수 있는 공적이고 합리적인 예외 통로를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도서전에는 할인 판매를 가능케 하거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만드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 책의 날인 매년 4월 23일 전후 며칠간은 ‘북데이’라는 식으로 큰 폭의 할인 시기를 두는 겁니다. 전반적인 규제 틀은 강화하되, 예외적인 탄력 조항을 두자는 거죠.

장은수 : 동의합니다. 현 상태보다는 완전 도서 정가제가 낫습니다. 이에 더해 여러 보완 조치를 취하면 더 좋을 테고요. 저는 충분한 도서 구매 예산의 확보를 전제로, 공공 도서관이나 사회 단체를 도서 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완전 도서 정가제 도입 시 타격이 우려되는 소형 출판사, 지역 서점 지원 마련책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 지원 자금처럼 긴급 정책 자금을 마련해, 일정 금액을 장기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이 있습니다.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는 지역 기업 등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독일에서 전개된 '바잉 로컬(buying local)' 운동을 정책화해서 도입하는 겁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